전통 금융 시스템과 가상자산 연계성이 과거 대비 높아진 가운데, 금융권이 흔들리면 달러 담보 스테이블 코인 시장 등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간담회는 'SVB 사태 & Crypto Winter: 금융發 경제위기 다시오나'를 주제로 이뤄졌다.
벤처캐피탈(VC) 및 기술 스타트업 전문은행으로 미국 은행 자산규모 기준 16위(2022년 말 기준)를 차지했던 SVB가 파산한 후 예금자보호 조치 시행중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이후 가상자산 거래 관련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됐고, 미국 중소형 은행 중심으로 위기감이 번졌다. 여기에 글로벌 뱅크인 CS(크레디트스위스) 유동성 위기가 재부각되고, CS가 UBS에 인수 합병되기에 이르렀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금융위기 심각성이라는 함수로 이뤄져 있다고 봤다.
이종섭 교수는 첫 번째 시나리오로 현재 뱅크런이 중소은행 붕괴 정도에서 멈추고 유럽발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는다면 디지털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두 번째 시나리오로 현재 뱅크런이 유럽발 금융위기로 전이될 경우, 위험회피 심리가 커져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가 발생해 미국채 초단기 재정증권(Treasury Bill) 수요를 증가시키고, 유동성 위험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가격 폭락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미국 대형은행 붕괴까지 이어지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이 경우 금융권의 붕괴와 함께 달러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함께 붕괴되고, 이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시장의 연쇄 마진콜로 이어져 크립토 윈터를 장기화 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 전문위원은 종합 토론에서 "크립토 윈터는 가상자산의 제도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정두 위원은 "활황일 때는 새로운 규제나 제도 변경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고 참가자들의 거부감이 크지만,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규모가 축소된 시기에는 시장 반등을 위한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고 새로운 제도가 가져올 충격에 대한 반발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전통 금융에서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은 "SVB 사태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확대되고 있으나, 크립토 스프링(Crypto Spring)으로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국은 국내 금융기관은 SVB와 자산 및 부채 구조가 다르고, 금융 규제로 유동성, 건전성 등 상황이 양호하다고 판단해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 전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고 제시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합동점검체계를 가동 중이며 국내외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 하고 금융 시스템과 금융사 건전성도 상시 점검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SVB 사태로 말미암아 위험 전이 부담이 높아진 점을 짚기도 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SVB 사태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은행 전통 금융 시스템과 암호자산 간의 연계성이 밀접하다는 점"이라며 "이번 사태는 암호자산이 은행 및 전통 금융 시스템 안정에 영향을 미칠 만큼 커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윤창현 국민의힘 위원은 개회사에서 막으려고 노력해도 잘 안막아지고 한번 오면 피해가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금융위기란 지진처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기도 했다. 또 미국 중소형 은행 파산 사태 관련 좀 더 시간이 지나야 분명해 지는 것은 있지만 중간 상황 평가는 중요하다고 했다.
윤 의원은 "예금자 보호 한도 문제 등 여러 대책을 어떻게 할 지 살펴봐야 한다"며 "은행에 대해 다룰 때 은행 특혜 시각보다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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