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자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권유한 가운데 메리츠증권(대표 최희문닫기최희문기사 모아보기)과 KB증권(대표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박정림)에 이어 한국투자증권까지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PF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사회간접자본 등 특정 사업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자금을 투자하는 금융기법이다. 가장 적은 자기자본으로 이익 극대화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통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냉각하면서 PF 자금 경색이 일어난 상황이라 당국은 팔을 걷고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달 6일 태영건설(대표 이재규)에도 2800억원 금융 조달 상품 협약을 체결하면서 지원군 역할을 하더니 한 달 채 되지 않아 코오롱글로벌을 대상으로 유동성 공급을 결정했다. 건설 업계가 힘든 시기에 자금 지원을 결정한 만큼 향후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시 중견 건설사를 상대로 사업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과 코오롱글로벌은 조성된 자금으로 임시방편 자금 대출이라 할 수 있는 브리지론(PF bridge loan) 자산 유동화 기업어음(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 만기가 도래하면 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ABCP는 유동화전문회사(SPC·Special Purpose Company)가 매출 채권, 부동산, 회사채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 어음(CP·Commercial Paper)의 일종이다.
이러한 방식은 코오롱글로벌에게는 브리지론에 대한 자금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한국투자증권에게는 안정적인 대출 방식을 통해 합리적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윈윈’(Win-win·모두에게 득이 되는)이라는 평을 받는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전 올해 첫 번째 구원투수는 메리츠증권이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월, 롯데건설(대표 박현철)과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협약을 체결해 자금을 지원했다. 메리츠증권이 선 순위로 9000억원, 롯데그룹(회장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내 롯데물산(대표 류제돈)과 호텔롯데(대표 김주남·이완신·최홍훈)이 각각 6000억원씩을 출자했다.
메리츠증권 측은 당시 금리 12%와 수수료를 챙기는 동시에 롯데건설 차환 부담도 덜었다. 업계에선 메리츠증권의 딜(Deal·거래)를 두고 유동성 위기를 기회로 삼은 영리함이 돋보였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KB증권도 최근 금융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건설사 부동산 PF 사업 유동성 지원에 동참했다. 5000억원 규모 부채담보부증권(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발행에 있어 60% 넘는 3260억원을 조달한 것이다.
CDO란 금융사 대출 채권 등을 유동화시켜 새로운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이번 CDO 발행에는 KB증권 외에도 KB국민은행(행장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KB손해보험(대표 김기환닫기김기환기사 모아보기)·KB캐피탈(대표 황수남)·KB저축은행(대표 허상철)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KB금융의 출자금은 ▲현대 ▲GS ▲롯데 ▲포스코건설 등 4~5개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는 부동산 사업장이 보유하고 있는 3~6개월 만기 브리지 대출을 1년 만기 시장금리 수준으로 차환하는 데 사용했다. PF 시장 유동성 공급과 더불어 고비용 구조 해소 효과까지 노린 것이다.
이 같은 대형 증권사들의 이러한 자금 지원에 금융당국은 흐뭇한 미소를 보낸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와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은 정상 사업장의 경우, “PF 유동성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금융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주문했었기 때문이다.
한 금융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입김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최근 대형 증권사들의 잇따른 부동산 PF 유동성 지원은 자발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며 “지금의 딜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저렴한 가격에 유동성을 공급해 높은 금리와 수수료를 취할 수 있는 것은 매력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건설 경기 전망의 불투명함과 미분양 등 리스크(Risk·위험) 요인이 크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공사가 불가피하게 중단되거나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1차로는 시행 주체·건설사·금융사가 피해를 보고 2차로는 건설보증기관·정책금융기관·소비자가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3차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민간금융기관 등 전반적인 손실로 파급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대표 김원규) 연구원은 “최근 대우건설 사례처럼 유동성 문제가 없더라도 손익 악화에서 자유로운 실정은 아닐 것”이라며 “브리지론 단계에서 상환을 통해 사업을 종료하거나 본 PF로 전환했으나 미분양이 지속되는 환경은 사업 순항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전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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