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늘 은행권이 취약계층에 향후 3년간 10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는 기자의 말에 금융 공공기관의 한 임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같이 답했다.
그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메일함을 열어보니, 은행연합회의 ‘은행 사회 공헌 프로젝트’ 보도자료가 와 있었다. 해당 프로젝트 내용을 살펴봤다.
주요 내용은 ▲은행권 공동 사회 공헌 사업 자금을 활용한 저소득·저신용자 등 지원(약 3조원 지원 효과) ▲금융소외 중소기업 특례보증을 위한 추가 출연(약 3조원 지원 효과) ▲기타 은행권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약 4조원 이상 지원 효과) 등이었다.
은행연합회는 중소기업 보증 확대로 약 2조원이 공급될 것이라고 봤는데, 이는 재원 1600억원에 보증 배수 12배를 적용한 금액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공적 보증 기관에 대한 특별출연금도 마찬가지다. 은행연합회는 특별출연금이 기존 연간 약 2600억원에서 약 3200억원으로 연간 600억∼700억원 정도 늘어나, 15배의 보증 배수를 통해 약 3조원이 추가 지원된다고 추산했다.
은행이 사회 공헌 사업을 위해 함께 마련하기로 한 공동 재원 규모 5000억원도 금융권 안팎에서 말이 많다. 5000억원에 통상적 범위의 취약 가계와 기업 대출 사업 관련 재원까지 쓸어 넣어 생색내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장조차도 “은행권이 작년 말 시장안정에 동참하고 4000억원 규모 중소기업 지원 계획에 이어 최근 5000억원 규모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내놔 감사한 마음”이라면서도 “일각에선 거기 포함된 프로그램이 통상적인 관행이나 업무에 포함된 것을 포장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은 이자 장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2021년보다 1조4000억원가량 늘어난 약 16조원이다.
이중 이자이익이 약 32조8000억원인데 1년 만에 5조원 가까이 늘었다. 4대 은행들은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200~400%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자는 평균 6~7억원을 챙겼다.
반면 서민은 빚 잔치에 허덕이는 중이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3%포인트 오르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은 37조원 이상 늘었다.
총부채원리급상환비율(DSR)은 44%까지 높아졌다. 버는 돈의 절반 가까이가 원금과 이자 갚는 데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출 금리를 낮추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는 목소리는 커져만 간다.
다행히 금융 공공기관 임원의 은행 출연금 삭감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돈이든 빚이든 잔치는 끝나야 한다.
공공재인 은행은 꼼수 지원책이 아닌 서민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을 두 번 울려서는 안 된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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