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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대 실적’ 식품사들 가격인상 아이러니

기사입력 : 202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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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식품업계 가격 인상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곡물가와 유가가 오르면서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달러 환율이 치솟음에 따라 또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실제로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2분기 소맥과 팜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올랐으며 연초 7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WTI)도 120달러로 솟구쳤다.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까지 급증했다.

이에 식품업계는 ‘원가 상승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인상 소식은 1년 내내 끊이질 않았다.

이후 시장 상황은 안정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 식량지수는 지난해 3월 159.7로 정점을 찍고 11월 135.7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가는 연초 수준으로 회복했으며 1400원대까지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1260원대까지 내려왔다.

그런데도 식품업계 가격 인상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연초부터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 소식을 끊임없이 발표하고 있다. 과자, 음료수, 주류,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값이 반영되는 시차가 3~6개월은 걸린다는 이유를 대지만 이런 패턴이 한두번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2.50으로 지난 2020년 대비 5.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1년 전보다 5.2% 오르며 9개월 연속 5%를 웃도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최근 발표되는 식품사들 실적 발표 소식에 실소가 나온다. 지난해 고환율과 원재료 값 인상을 이유로 9년 만에 가격을 올린 오리온은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 법인이 큰 몫을 하긴 했지만 한국 법인도 매출액이 16.3% 성장한 9391억원, 영업이익은 7.1% 성장한 1402억원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을 뒷받침했다.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한 롯데제과도 비슷하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전년 대비 11.1% 증가한 매출 4조 74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3% 감소한 1353억원을 나타냈지만 합병 관련 일회성 비용 121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1% 증가한 수준이다.

분명히 힘들다고 가격을 올렸는데 실적은 ‘역대 최대’다. 원재료 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게 허울 좋은 ‘명분’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든다. 좋은 핑계를 잡아 비용 증가분을 고객에게 전가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핑계로 이익 낼 궁리만 한 듯 보인다.

무작정 제품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기업 운영의 가장 큰 목적이 이윤 추구라는 점에서 기업 가격 인상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가격 외에 소비자들을 위한 원가절감 혹은 혁신적 대책을 강구했는지 묻고 싶다. 엥겔계수(가계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이 가계의 전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가 21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 외 다른 방안도 과연 고민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반복된 가격 인상에 다음엔 어떤 시장 위기를 기회 삼아 가격을 올리려고 들지 궁금해진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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