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곡물가와 유가가 오르면서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달러 환율이 치솟음에 따라 또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까지 급증했다.
이에 식품업계는 ‘원가 상승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인상 소식은 1년 내내 끊이질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가는 연초 수준으로 회복했으며 1400원대까지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1260원대까지 내려왔다.
그런데도 식품업계 가격 인상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값이 반영되는 시차가 3~6개월은 걸린다는 이유를 대지만 이런 패턴이 한두번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2.50으로 지난 2020년 대비 5.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1년 전보다 5.2% 오르며 9개월 연속 5%를 웃도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최근 발표되는 식품사들 실적 발표 소식에 실소가 나온다. 지난해 고환율과 원재료 값 인상을 이유로 9년 만에 가격을 올린 오리온은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 법인이 큰 몫을 하긴 했지만 한국 법인도 매출액이 16.3% 성장한 9391억원, 영업이익은 7.1% 성장한 1402억원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을 뒷받침했다.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한 롯데제과도 비슷하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전년 대비 11.1% 증가한 매출 4조 74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3% 감소한 1353억원을 나타냈지만 합병 관련 일회성 비용 121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1% 증가한 수준이다.
분명히 힘들다고 가격을 올렸는데 실적은 ‘역대 최대’다. 원재료 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게 허울 좋은 ‘명분’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든다. 좋은 핑계를 잡아 비용 증가분을 고객에게 전가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핑계로 이익 낼 궁리만 한 듯 보인다.
무작정 제품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기업 운영의 가장 큰 목적이 이윤 추구라는 점에서 기업 가격 인상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가격 외에 소비자들을 위한 원가절감 혹은 혁신적 대책을 강구했는지 묻고 싶다. 엥겔계수(가계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이 가계의 전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가 21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 외 다른 방안도 과연 고민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반복된 가격 인상에 다음엔 어떤 시장 위기를 기회 삼아 가격을 올리려고 들지 궁금해진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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