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20년 간 유지됐던 외환시장 구조를 확 고치는 것이다.
현재 오전9시~오후3시30분인 개장시간은 1단계로 런던장 마감시간인 오전 2시까지 연장하고, 추후 은행권 준비 등 여건을 봐가며 24시간으로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대(對)고객 외국환 전자중개업무(Aggregator)를 도입하고, 외국 금융기관 등 비거주자가 본인 명의 계좌가 없는 은행과도 환전이 가능하도록 제3자 외환거래를 허용한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세미나 개회사에서 "우리 외환시장은 과거 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시장안정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면서, 수십년 동안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구조, 즉, 낡고 좁은 도로체제를 계속 유지해왔고,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며 "정부는 나라밖과 연결되는 수 십 년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 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 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접근성이 제한된 결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했고, 2010년대 이후 거래 규모에서 NDF가 현물환을 뛰어넘는 일이 발생했다. 폭이 좁아지면 유속(流速)이 빨라지듯 과거 선박수주 호황시기에 조선사, 최근 해외투자를 확대중인 개인·기관 등 한 방향의 거래유인을 가진 일부 수급 주체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주객(主客)이 전도되어 시장 불안시 역외 NDF 시장에서의 투기적 거래가 환율 움직임을 주도하면서 원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통화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 됐다. 원화에 대한 낮은 접근성은 원화표시 자산의 매력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폐쇄적 시장구조는 국내 금융기관이 외환 관련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거나, 원화 비즈니스에 대한 강점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개선안을 통해 대외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며 글로벌 수준으로 외환시장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국내 규제·감독체계에서 벗어난 역외 원화시장 개설 대신,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시장구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의 인가를 받은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인 RFI에 대해 국내 은행간 시장의 직접 참여를 허용한다. 현재 은행간 시장에 참여 가능한 외국환업무취급기관과 동일 유형의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으로 제한한다.
RFI가 시장 참여자로서 정상적 영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현물환뿐 아니라, FX 스왑시장도 개방한다.
시장 내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RFI는 현재 은행간 시장 참여가 가능한 국내 금융기관과 동일 유형의 글로벌 은행·증권사 국내 업권법 상 은행, 종합금융회사,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에 상당하는 영업을 영위하는 외국 금융기관 등으로 자격을 제한한다.
단순 투기목적 기관의 참여는 불허한다.
또 RFI의 은행간 거래 때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경유하도록 의무화해서 당국의 거래 모니터링, 시장관리 기능은 현재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둘째로 국내 외환시장의 개장시간을 해외 영업시간까지 대폭 연장한다. 우선 런던 금융시장 마감시간인 한국시각 기준 새벽 2시까지 연장하고, 향후 은행권 준비, 시장 여건 등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24시간까지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매매기준율은 현재와 같이 오전 9시~오후3시30분 기준 산출, 여타 벤치마크 가격은 시장 자율협의를 거쳐 필요 때 제공한다.
시장 인프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확충해나간다. 앞서 2022년 12월 외국 금융기관 등 비거주자가 본인 명의의 계좌가 없는 은행과도 외환매매를 할 수 있는 제3자 외화거래를 허용했다.
대 고객 시장의 실시간 전자거래 고도화 차원에서 현재 국내 인가 외국환중개회사가 국내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API를 RFI에도 연결 가능하다. 또 글로벌 시장에 보편화된 ‘대고객 외국환 전자중개업무(Aggregator)’도 제도화를 통해 허용한다.
RFI가 CLS(Continuous Linked Settlement, 외환동시결제시스템) 국내 결제대행은행(현 9개 은행)에 결제계좌 개설 때 원화 관련 CLS 동시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RFI가 한국은행이 운영중인 외환전산망을 통한 거래 내역 등 보고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별도 보고시스템을 마련한다.
국내기관 역할·경쟁력 유지도 힘을 싣는다. 본점-지점 간에는 국내 인가 외국환중개회사를 통하지 않는 직거래를 허용하고, 원화차입 신고의무도 면제한다. 국내기관과 RFI 간 영업 및 거시건전성 규제 등에서의 차이는 시장 수요·여건 등을 봐가며 필요시 개선하기로 했다.
RFI의 참여가 시장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제도,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을 보완하고 실효적 감독방안을 마련한다.
외환당국은 거래규모 증가, 다양한 거래동기를 지닌 시장참가자의 확대로 시장안정에 기여하고, 특히, 국내시장 접근성 개선으로 역외 NDF 거래 유인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의 국제적 통용성이 제고되며 중장기적으로 무역결제, 자본조달시 외화의존도 및 환리스크 완화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향후 공론화 과정, 법령 개정, 은행권 준비 등을 거쳐 이르면 2024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FI에 대한 법령 상 규율 등을 정립하기 위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등 절차를 거쳐 오는 2023년 3분기 중 국회에 제출한다.
금융위원회, 한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업계 등이 참여하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 추진 작업반’을 구성해 운영한다. 개별 면담, IR 계기 등 외 주식·채권시장 접근성 제고방안과 함께 ‘해외투자자 대상 범부처 합동 로드쇼’도 2분기 중 추진한다.
개선안은 외국 금융기관의 참여의향 등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6개월여 시범운영을 거쳐 오는 2024년 7월 정식 시행하기로 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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