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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영문공시 단계적 확대

기사입력 : 2023-01-24 22:14

(최종수정 2023-01-24 22:28)

“전 세계 표준 맞게 외국인 투자 제도 개선”

“결제 즉시 투자 내역 보고하는 의무 폐지”

“외국인이 장외거래할 수 있는 범위 확대”

“외국인 투자가 확대될 수 있는 기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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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2023년 1월 24일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 영문공시 단계적 확대 추진 등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관련한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사진=금융위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관련한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영문공시 단계적 확대 등을 추진한다.

금융위 측은 국제 기준에 맞춰 외국인 투자환경이 개선돼 외국인 투자가 보다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투자자 등록제를 운용하는 곳은 없으며,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미 공시 언어를 영어로 채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사가 작성‧발표하는 세계적인 주가지수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 선진국 지수(Developed) 편입을 위한 필수적 조건으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가 거론되는 등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19일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의장 박병원)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당시 박병원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은 “해외에 없는 규제가 우리나라에는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과 판을 뒤집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런 관점에서 30여 년 넘게 유지돼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말했었다. 하영구 블랙스톤 회장과 신인석 중앙대학교 교수 등 다른 민간위원들 역시 같은 입장을 표했다.

30여 년 해묵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금융위는 우선 1992년 도입 후 30여 년간 유지돼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 관련 법과 규정을 개정하고, 올해 안에 해당 제도를 없애려 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 투자에 걸림돌이 돼온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겠단 각오다.

기존엔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이나 채권 등 국내 상장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전에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등록 절차를 거쳐야 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되면 외국인 개인 또는 법인마다 각각 ‘투자 등록 번호’(외국인 ID)가 부여되고, 투자자 등록번호별로 실시간 거래 내역이 외국인 투자관리 시스템(FIMS‧Foreign Investment Management System)을 통해 관리됐다.

외국계 은행을 상임대리인으로 두고 신청해도 되지만, 투자 등록 신청서‧본인확인 서류‧상임대리인 계약서 등 요구되는 서류가 많았다. 번역과 원본대조 공증을 거쳐야 하는 불편도 있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엔 없는 규제라 외국인 투자자에게 과도한 규제로 인식돼왔다.

가령, 미국에서 이러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있었다고 가정해 보면 이해가 쉽다. 한국 투자자는 테슬라(Tesla‧대표 일론 머스크) 주식을 사기 위해 본인 또는 대리인이 번역‧공증 받을 서류를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제출해야 했을 것이다. SEC에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ID를 발급받은 다음 거래 내역도 실시간 보고되는 불편을 감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론 외국인 투자자도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 사전등록이 필요 없어진다. 외국인 투자자 중 법인은 LEI(Legal Entity Identifier), 개인은 여권번호를 통해 한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다. 계좌도 증권사에서 실명 확인 등 절차를 거쳐 바로 개설할 수 있다. LEI엔 법인명, 관할권, 주소, 설립일, 법인 구분, 모회사 정보 등이 담긴다.

금융위는 기존에 투자자 등록을 시행한 외국인의 경우엔 ‘투자 등록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변경에 따른 불편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모니터링(Monitoring·감시)도 모든 외국인 투자자들의 실시간 거래 내역을 수집하는 방식 대신 필요한 범위에서 사후적으로 수집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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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관리 시스템(FIMS‧Foreign Investment Management System)를 통한 한도 관리 및 모니터링(Monitoring·감시) 체계./자료=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다만,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외국인 투자 한도 관리, 시장 모니터링 등 기존 제도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의 거래 내역과 장외거래 신고 내역을 활용해 종목별·국적별·기관 유형별 주요 통계는 FIMS에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종목별로 외국인 보유현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33개 취득 한도 관리종목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이 외국인 취득 한도 초과 주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한국은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상장법인 주식 취득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매주문 시 ▲한국전력공사(대표 정승일) 40% ▲한국가스공사(대표 최연혜) 30% ▲KT(대표 구현모닫기구현모기사 모아보기) 49% ▲SBS(대표 박정훈) 불허 ▲대한항공(대표 조원태닫기조원태기사 모아보기·우기홍) 49% 등 33개 취득 한도 관리종목은 FIMS를 통해 잔여 한도를 사전 확인해 한도 초과 시 주문을 차단한다. 이는 자본시장법 또는 방송법 등에 근거를 둔다. 취득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엔 의결권 제한이나 처분명령 등이 가능하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면 금감원 업무가 증권사로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관해선 “증권사의 고객에 대한 실명·고객 확인 의무는 ‘금융 실명법’과 ‘특정 금융 정보법’에 따른다”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록 제도 폐지에 따라 변경되는 실무 절차는 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 등 관련 기관과 가이드라인(Guide-line·안내 지침서)을 마련해 안내할 계획”이라며 “가이드라인 안내 외에도 변경된 제도 안착을 위해 증권사에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금투협 등 관련 기관과 함께 면밀히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허울뿐이던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

금융위는 허울뿐이던 ‘외국인 통합계좌’(omnibus account)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통합계좌 최종 투자자의 투자 내역을 결제(T+2) 즉시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없앤다.

통합계좌는 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주문‧결제)할 목적으로 해외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말한다. 거래 편의성을 앞세워 2017년 도입됐다. 통합계좌로 운용 중인 여러 펀드 주문을 한꺼번에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 투자자별로 결제 즉시 투자 내역을 보고해야 하는 등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도입 이후 개설 사례가 여태껏 한 건도 없다.

금융당국은 최종 투자자별 투자 내역 보고 의무를 폐지해 통합계좌를 이용한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하려 한다. 통합계좌 명의자인 해외 증권사나 운용사는 최종 투자자를 확인하고, 통합계좌를 개설해 준 증권사는 세부 투자 내역을 관리하는 식이다.

금융당국이나 국세청(청장 김창기) 등에서 감독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 최종 투자자의 투자 내역을 요구해 징구하고 증권사 등이 이에 불응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제재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한다. 제도 개선 이후 6개월간 시범운영 기간을 둔다. 사후관리 체계를 집중적으로 점검해 미흡 사항 발생 시 즉시 보완할 계획이다.

외국인 통합계좌가 활성화되면 해외 자산운용사는 여러 펀드 주문과 결제를 하나의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수 있게 돼 계좌관리 부담과 거래비용이 감소할 전망이다. 외국인 개인뿐 아니라 해외 교민과 중소 기관투자자도 해외 증권사에서 개설한 통합계좌를 통해 국내 증시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단, 1인당 취득 한도가 있는 한국전력공사나 한국가스공사 등 국가 기간산업 2곳은 통합계좌를 통한 거래 제한이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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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통합계좌(omnibus account) 제도에 관한 현행과 개선 뒤 변화 도식화./자료=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외국인 장외거래 편의성 제고

금융위는 상장 주식과 채권에 대해 외국인이 사전심사 없이 사후 신고만으로 장외거래를 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고, 신고 부담은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외국인 투자자의 상장증권 거래는 장내거래가 원칙이다. 장외거래 시 금감원에 사전심사를 받아야만 한다. 사후 신고로 장외거래가 가능한 상황도 있지만, 조건부 매매·직접투자·스톡옵션 등 그 범위가 제한적이다. 사후 신고할 때도 신고 수리(서류심사) 부담이 존재한다.

앞으로는 사전심사 건 중 심사 필요성이 낮고 시장 참여자의 장외거래 수요가 높은 유형들을 사후 신고 대상에 적극적으로 포함해 사전심사에 따른 투자자 부담을 최소화한다.

또한 사후 신고 대상 가운데 잘못 신고될 가능성이 적어도 관행적으로 심사를 진행해온 조건부 매매나 직접투자 등 서류심사 필요성이 낮은 유형은 심사 없이 외국인 투자관리 시스템(FIMS‧Foreign Investment Management System)에 바로 입력할 수 있도록 해 신고 부담도 덜 예정이다.

장외거래 전면 허용은 일정 기간 이번 제도 개선 효과를 본 뒤 다시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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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가 개선하기로 한 한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관련 제도 세부 추진일정./자료=금융위

영문공시 단계적 확대… 다각도 지원도

금융위는 기업의 영문공시도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방침이다. 영문공시 확산을 위해 다각도에서 지원방안도 병행한다.

현재 영문공시는 시스템에 의한 영문 자동 변환, 기업의 자율적인 영문공시 제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가 거래소에 제출한 영문공시는 2453건이다. 국문공시의 13.8%에 불과하다. 사업보고서 등 금감원에 제출하는 법정공시는 사업보고서에 첨부되는 재무제표에 대한 영문 자동번역만 제공되는 수준이다.

내년부터는 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또는 외국인 지분율 30% 이상인 자산 2~10조원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시장에 필요한 중요 정보에 관한 영문공시가 의무다. 영문공시 대상은 결산 관련 사항, 법적공시 공통사항, 매매거래정지 수반 사항 등 82개 항목이다.

2단계 의무화는 1단계 의무화 운영상황을 봐가며 추후 확정한다. 오는 2026년 적용이 목표다. 2단계 영문공시 의무화가 적용되면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영문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단, 외국인 지분율 5% 미만인 경우엔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당국은 기업들이 영문공시 의무화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도 지속해서 시행하려 한다. 영문공시 우수법인에 대한 우대 혜택을 부여하고, 전문 번역업체 번역 지원 서비스 확대, 영문공시 교육 강화 등 영문 번역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영문 자동 변환 확대, 국문 법정공시의 영문 검색 기능 제공,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기반 기계번역을 활용한 편의성 제고 방안 마련 등 영문공시 플랫폼도 개선한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외국인 투자 편의성이 증대돼 외국인 투자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 보고 있다. 사전등록 절차 없이 바로 증권사에서 계좌개설이 가능하고 장외거래가 편리해지는 데다가 영문공시 단계적 확대로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 문제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 관측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 투자업 규정을 개정하고, 이후 시스템 개발을 거쳐 연내 외국인 투자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내년 영문공시 1단계 의무화를 위해 1분기 중 거래소 공시 규정을 개정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운용 상황을 봐가며 2단계 의무화 방안을 확정 추진하려 한다”며 “다음 달 초엔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안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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