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차세대 리더십으로 향하는 '세대교체(世代交替)'를 택하고 8일 자진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신한금융 내부 직원들은 물론 금융계 안팎의 예상을 뒤집어지게 한 깜짝 결정이다.
그가 CEO 책임론을 언급했지만 고위 관료 출신 등 신한을 모르는 외부 인사가 밀고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 제 2의 신한 사태(회장 관련 내부분쟁)를 방지하는 것도 고려된 것 아니냐는 후문도 전해진다. 한동우 전임 회장으로부터 가급적 3연임은 안하는 게 신한 사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라는 것을 들어온 터라 3연임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조용병 회장의 아름다운 용퇴는 지난 2010년 신한 사태 발발(勃發)과 이로 인해 추락한 신한금융의 위상, 힘들었던 수습과정을 모두 지켜봤기에 내린 결정일 수 있다. 과거 신한 사태는 19년이나 장기 집권해온 전문경영인이 후계자로 부상한 인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라응찬 회장은 신한의 성공신화(成功時代)를 일궈냈지만 노욕으로 은행 신뢰를 추락시켰다. 신한 사태로 신한인들은 성과가 좋은 CEO라도 오래 재임하면 권력이 집중돼 내부 견제가 어려워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수습됐지만 여전히 상흔(傷痕)이 남아있다. 당시 사태의 ‘아픈 기억’은 신한이 반드시 청산(淸算)해야 할 과제다.
용퇴를 오래전부터 고심해온 것인지 질문에는 “그거 뭐,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사항이잖아요, CEO는 항상 태연해야 합니다”고 웃으며 답했다고 한다. 회견을 마치고 떠나는 순간에 조 회장은 다시 뒤로 돌아서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우리(신한)그룹을 많이 지켜주십시오."
'지켜 달라'는 그의 말에는 신한금융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과 애정이 담겨있는 듯하다.
그는 지난 2017년 취임 이후 M&A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2017년 신한리츠운용 출범, 2019년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인수, 2020년 네오플럭스 인수, 2021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지분 인수 등이다. 여기에 지난해 BNP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금융그룹 내부에서 비어있던 사업영역도 채웠다. 이 같은 자회사 인수합병을 통해 신한금융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일조했다.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내정자도 행원 출신으로 회장까지 오른 점에서 조용병 회장과 결이 같다. 차기 승계 육성 기조에 따라 곁에서 그를 지켜보며 차기 후계 훈련을 탄탄히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조 회장의 다각적 역량을 물려받았다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한다.
이제 곧 진옥동 차기 회장의 신한금융그룹 호(號)가 출항한다. 신한금융그룹이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도약해 가고자 하는 여정에 서광이 비치길 기대해 본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