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출마 뜻을 밝힌 이들은 ▲강면욱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Chief Investment Officer)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가나다 순) 등 총 6명이다. 나재철닫기나재철기사 모아보기 현 협회장은 고심 끝에 ‘단임 약속’을 지키고 공정한 선거를 만들고자 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의문점이 생긴다. 어쩌면 100년, 200년의 역사가 이를 지나쳤을 수 있는 문제다. 금융투자협회만의 문제도 아니고 지금 당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꼭 짚어야 할 문제라서 목소리를 낸다. 바로 ‘다양성’의 문제다.
역대 협회장들은 모두 증권사 대표 출신 ‘남성’이다. 지금 후보들 역시 그렇다.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도 있긴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건 모두 건강한 기성세대 남성이라는 것이다. 기성세대 남성을 비하하거나 여성을 무작정 옹호할 생각은 없다. 기자로서 가지지 않아야 할 첫 번째가 ‘편견’이라고 생각하고, 언론사가 하지 않아야 할 첫 번째 행동이 ‘무작정 편들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은 ‘왜?’다.
2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열광했던 대한민국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장애인 지하철역 시위에 여전히 피곤함을 먼저 느끼고,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것에 관해 마땅한 이유를 찾는다. 그렇게 찾은 답은 ‘여성 중 그럴 만한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 이사 비중은 지난해 기준 8.7%에 불과하다. 미국(29.7%), 중국(13.8%), 일본(12.6%)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통과된 2020년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아직도 10명 중 9명은 남성이다.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주요 증권사 20곳의 임원 수 882명 중 여성 임원 수는 49명이었다. 증권사별 평균 여성 임원 비율로 따지면 5.56%다. 그렇게 강조해온 ESG(친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개선) 경영에서 ‘다양성’의 가치는 찾기 힘들다.
증권가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미래에셋증권(대표 최현만닫기최현만기사 모아보기·이만열)은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실시한 지점장 공모를 통해 1980년대생 여성 지점장 3명을 포함해 15명을 새로 기용했다. 당시 신규 선임된 팀·지점장 가운데 33%가 1980년대생, 21%가 여성이었다. 올해도 미래에셋그룹(회장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인사를 보면 14명 여성 임원이 승진하고 1989년생 신임 임원을 뽑는 등 변화를 거듭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자본시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먹거리를 원한다. 앞으로 경제 성장은 더딜 것이란 분석이 많아서다. 성장엔 ‘혁신’과 ‘창조’가 필요하다. 가죽이 벗겨질 만큼, 우주 만물을 처음 만든다는 각오로 덤벼야 한다. 변화는 다양성에서 출발한다. 새로움은 나와 다른 상대방과의 교환에서 나온다. 사자가 힘이 세다고 밀림에 다른 동물을 다 죽여버린다면, 결국 사자의 생명도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다양한 모습의 우영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음 달이면 금융투자협회 선거도 막을 내린다. 그리고 2022년은 모두 끝난다. 우리는 새해를 보면서 어떤 희망을 노래할 것인가? 희망을 가리고 변화를 막는 ‘유리천장’을 금융권이 과감하게 깨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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