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기 속에 이른바 ‘대어(大漁)급’ IPO(기업공개) 소식이 잇따르고 ‘너도 나도’ 공모주 투자가 흥행 가도를 달렸던 게 벌써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게 됐다.
그럼에도 어떻게 보면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져 왔던 IPO 시장이 비로소 냉정을 되찾고 있는 게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른바 ‘IPO 한파’로 일컬어지는 IPO 시장 침체는 올해 신규 상장기업 숫자 통계만 봐도 느껴진다.
그러나 초대형 IPO로 주목받으며 올해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2조4866억원에 그친다. 작년 2021년 3분기 누적 공모액(14조5000억원)과 비교해보면 한 풀 꺾였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2022년 3분기까지 희망 공모밴드를 초과한 기업 숫자도 12곳에 그쳤다. 특히 몸집 큰 대기업 계열 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 고배를 마시고 줄줄이 상장 철회를 선언하면서 IPO 시장에 찬 바람이 불었다.
“파티가 끝났다”를 인지하면서 작년에는 그럴 만 하다고 인정받던 밸류에이션이 올해는 비싸게 느껴지는 국면이 된 것이다.
공모기업 비교평가 기업들의 주가가 우수수 떨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적절한’ 밸류에이션 수요가 커졌다. 이렇다보니 시장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 ‘예비 상장사’들이 일단 멈춤을 선택하는 경향이 빈번해졌다. 주관사를 맡는 증권사 IB(투자금융) 실적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서 올해 ECM(주식발행시장) 관련 IPO 실적을 나누는 기준은 ‘LG에너지솔루션을 주관했느냐, 안 했느냐’로 분류되고 있다. 조(兆) 단위 빅딜(Big deal)이 ‘가뭄’인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것이다.
그러나 ‘핑계’가 되기는 어렵다. 시장이 좋을 때야 누구나 좋은 법이다. IPO 주관사를 맡는 증권사 역량이 나뉘는 것은 시장이 내리막길을 보일 때가 아닐까.
실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물리적인 IPO 조직 규모가 크지는 않더라도 젊은 인력 중심으로 트렌디(유행)하고 흥행성 있는 알짜 딜 성과를 내는 역동적인 하우스를 꾸리는 곳들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위축되는 IPO 시장에서도 아직 올해 상장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연말에 공모주 시장이 약세를 보이기는 하나, IR 업계에서는 “하반기 유통 플랫폼, 온라인 은행, 구독형 독서 플랫폼, 게임 등 이색업종의 IPO 도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로 IPO 시장에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 IPO 시장은 단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량 딜(Deal)을 발굴할 수 있는 주관사 증권사들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IPO 시장이 내실을 다지고 성숙기를 도모해서 대표 투자처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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