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그룹의 자존심 경쟁은 최근 몇 년 사이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에 퍼지고 있다. 어떤 그룹사가 금융지주로서 더 친환경(Environment)에 가까운 경영을 펼치는지, 사회적 책임(Social)은 얼마나 다하고 있는지, 지배구조(Governance)는 투명하고 주주 친화적인지 등을 따지는 게 시대의 화두가 된 덕분이다. 바로 ESG 경영을 향한 힘찬 발걸음이다.
두 증권사 모두 친환경 부문에 있어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전 세계적 흐름과 맞물린다.
미국은 최근 역사상 최대 규모 친환경 투자로 평가받는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 완화 법안’이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에 의해 추진됐다. 그보다 앞서 지난 5월엔 유럽연합 (EU·European Union) 집행위원회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향후 5년간 2100억유로(약 280조원) 예산을 투입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정부도 마찬가지다. ‘실용주의’ 원칙에 입각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구축한 상태다.
KB증권, ‘탈 석탄 금융’ 앞장
최근 집중호우로 강남 일대가 침수되는 등 ‘기후 위기’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증권의 김성현·박정림 대표는 어떤 증권사보다 ‘탈 석탄’ 기조에 앞장서는 중이다. 기후 위기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 발전을 벗어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힘을 쏟는 것이다.지난 2020년에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립하고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올해부터는 ESG 경영 내재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선 지난 3월 ESG 위원회가 주도해 KB증권 ESG 전략체계 및 중점 영역별 핵심 추진과제를 결의했다. 아울러 ESG 선도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체계도 짰다.
탄소 배출량은 오는 2030년까지 25%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전 영업점에 전자서식 기반 디지털 창구를 만들고 있다. 또한 계좌 개설 등 각종 업무처리를 종이 서식에서 전자서식으로 전환했다. 모든 항목을 일일이 기재해야 하던 고객의 불편함도 없앨 수 있게 됐다.
정부가 2015년 도입한 탄소배출권거래제(ETS·Emission Trading Scheme)는 탄소배출권 과부족 할당 업체가 남거나 부족한 탄소배출권 시장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규제·의무 시장인 할당 배출권 시장 탄소배출권 자기 매매 및 중개 영역에서 시장을 선도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KB증권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K-ETS)에 참여해 탄소배출권 시장 유동성 증대 및 가격 안정화를 중점적으로 둔 상태다. 특히 탄소배출권 시장분석과 정보 공유를 통해 탄소배출권 포트폴리오(Portfolio·자산 배분 전략) 관리 등 차별화한 서비스를 대상 업체에 제공하려 한다.
ESG 채권 발행과 투자 규모도 점점 늘리고 있다. 지난 2019년 1783억원이었던 ESG 투자·대출·상품 규모는 2020년 4290억원, 2021년 9257억원 등 매년 2배 이상 증가 추세다. 올해 상반기 기록은 754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현재 국내 원화표시 ESG 채권 발행 주관 1위인 KB증권은 지난해에만 1100억원어치 ESG 채권을 발행했으며, 같은 기간 ESG 채권 주관·인수 규모는 7조5239억원으로 집계됐다.
KB증권은 이 밖에도 ESG 지수를 연계한 주가 연계 증권(ELS·Equity-Linked Securities) ‘KB able ELS 1703호’를 발행하거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체크카드 ‘에이블스타플러스’를 선보이는 등 ESG 상품 출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본부장 윤종장)와 ‘난지캠핑장 시민 참여 한강 숲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해 녹음 공간을 조성하는 등 친환경 캠페인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 추구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원장 심인숙)으로부터 지배구조 부문 평가에서 증권업계 최고 점수인 ‘A등급’을 받기도 했다.
KB증권 관계자는 “KB증권은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탈 석탄 기조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향후 온실가스 감축 사업 추진 경험과 역량을 확보해 할당 대상 업체와 재생에너지 전기(RE·Renewable Electricity) 100% 선언 기업에 탄소·에너지 시장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한금투 ‘고객 알 권리’ 보장
에서 S에 해당하는 ‘금융소비자 보호’ 일환이다.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정보 보호 공시 종합 포털 사이트에 지난해 말 기준 정보 보호 자율 공시를 업계에서 유일하게 등록했다고 밝혔다. 원래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는 정보 보호 공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증권업계에서 ‘나 홀로’ 정보 보호 투자 현황을 공시한 것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 부문 투자액 1946억원 중 8.2%에 해당하는 159억원을 정보 보호 영역에 투자했다. 전담 인력은 29명을 배치했다. 이는 전체 IT 인력 238명의 12.2%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보 보호 공시는 ‘정보 보호 산업 진흥 법’에 따라 기업의 정보 보호 관련 투자·인력·인증 등의 현황을 소비자와 고객, 국민, 주주, 기업 관계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책임과 신뢰도를 높여주는 공시 제도로, 올해부터 598개 기업을 대상으로 의무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고객 정보 보호 노력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신한금융투자는 당시 정보보호본부를 신설하고 정보보호본부장을 ‘정보 보호 최고책임자’ 및 ‘개인 정보 보호 책임자’로 지정해 정보 보호 관리체계를 수립했었다. 또한 관련 사업 예산을 규정에서 권고하는 규모 이상으로 매년 편성해 집행해왔다.
지금도 고객 정보가 유출되거나 오남용되지 않도록 개인 정보 처리 현황과 수탁사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본사 및 각 영업점에는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인 출입 통제를 위한 CCTV 등을 설치했다. 아울러 보안업체의 경비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편 전산실 및 문서고 등 고객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장소를 통제구역으로 지정해놨다.
파일과 전송 데이터는 암호화했다. 보관도 별도 보안 기능을 뒀다. 이 밖에도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Chief Information Security Officer)의 경우, 금융보안원(원장 김철웅) 최고위 과정을 의무적으로 수료해야 하고 중요한 데이터(Data)에는 정보 유출 방지 설루션(DLP·Data Loss Prevention)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정보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상태다.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신한금융투자는 정보 보호 및 개인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P)과 국제표준 정보 보호 관리체계 인증(ISO·IEC27001), 국제표준 개인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BS10012) 등을 획득할 수 있었다. 또한 정보 보호 상시 평가 최고 등급으로 금융정보보호협회로부터 표창을 수여했으며, 전자공시 시스템에 ‘정보 보호 투자 우수기업’ 표기를 부여받았다.
정병기 신한금융투자 정보 보호 최고책임자(상무)는 “금융 분야 ESG 경영 및 정보공개 선도를 위해 정보 보호 자율 공시를 시행했다”며 “고객의 알 권리 보장과 신뢰도 제고를 위한 정보 보호 관리체계를 견고히 운영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정보 보호 투자 활성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한금융투자 역시 KB증권과 마찬가지로 이달부터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뛰어드는 등 친환경 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발행한 ESG 채권 규모는 1000억원이다. 아울러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선 사회적 기업 대상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여성과 장애인 대상 차별 없는 채용 등을 시행 중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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