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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그만’

기사입력 : 2022-04-18 00:00

(최종수정 2022-06-0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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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그만’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그만”

개미 투자자(개인 투자자)들이 외치고 있다. ‘공매도’를 향해서 말이다.

최근 ‘국민주’라 불리는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대표 권영수닫기권영수기사 모아보기)이나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곽노정) 등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시가 총액 기준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대형주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훌쩍 넘어선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는 삼성전자가, 한때 ‘10만전자’를 바라봤던 삼성전자가 ‘6만전자’에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공매도 때문이다.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파는 투자 전략인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볼 수 있다. 위험 부담이 큰 투자 방식이라 주로 약세장이 전망될 때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된다.

물론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에는 최근 발생한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Game Optimizing Service) 논란, 디램 성장세 지속 여부 불확실 등 여러 이유도 있다. 하지만 대규모로 쏟아진 공매도 물량이 주가 하락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지난달 개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순매수 1위 삼성전자는 지난달 11일부터 약 한 달간 7000억원 넘는 공매도 주문이 몰렸다. 이런 탓에 개미 투자자 사이에선 공매도 세력의 이익을 위해 악재로 취급되는 뉴스가 계속 나오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4882억원으로, 전체 거래의 4.38% 비중을 차지했다. 투자주체별 공매도를 따졌을 때는 외국인이 73.9%로 가장 많았고, 기관이 23.77%로 뒤를 이었다.

전체 비중에서 공매도 비중이 이 정도면 작으니 큰 영향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다. 문제는 외국인‧기관과 개인 투자자 사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많은 개미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매도 대부분이 개미들이 사들인 대형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개미들의 한숨은 하늘까지 치솟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외국인‧기관과 개인의 담보비율이 다르다. 외국인‧기관은 담보비율이 105%인 반면 개인은 140%다. 증거금 없이도 외국인‧기관은 수십 배의 공매도 레버리지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공매도 상환 기간 차이도 있다. 개인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지지 않아도 빌린 주식을 60일 안에 갚아야 하지만, 정보력과 자금력이 뛰어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빌린 주식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무기한’으로 기다려도 괜찮다.

상환 능력과 신용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똑같이 맞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 투자자가 늘어난 현 상황에서 공매도를 손보지 않는 것은 오히려 자본 시장 발전을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

단연 공매도의 순기능은 있다. 특정 주식 가격이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매도 주문을 증가시켜 주가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등 증권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효과가 더 커지고 있다면? 어쩌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혼란스러운 시장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공매도 서킷브레이커’를 언급했다. 현 정부 기조를 뒤집고 ‘소액주주 친화적’으로 현재 공매도 제도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초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역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법무부와 검찰,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의 수사 협력 시스템을 구축할 뜻을 내비쳤다.

공매도는 대부분 국가에서 허용하고 있다. 주가에 거품을 꼈을 때 제대로 가치를 찾도록 하는 도구다. 이러한 순기능을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부터 막아야 한다. 아울러 적극적인 적발과 실효성 있는 제재가 있어야 한다.

부디 윤석열 당선인이 지혜를 십분 활용해 개미 투자자가 외치는 “그만”을 그만 외치게 만들길 바란다. 수많은 개미 중 한 명으로서 한숨 쉬기 전에 하는 부탁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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