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 속 3차원 가상세계라 불리는 ‘메타버스’ 사업 추진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지역 한계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올해 시무식도, 최근 계열사 실무진과 기업문화발전협회 회의도 모두 메타버스에서 진행했다.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기업 ‘넷플릭스’를 언급하며 “업종은 다르지만 늘 꿈꾸고 도전한다면 얼마든지 혁신의 기회는 열려 있다”고 목소리 높인 김 회장. 그의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 핵심 사업 ‘메타버스’가 DGB금융 미래를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익숙한 아바타 김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아바타가 돼 메타버스에 탑승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지난해 5월 국내 은행권 최초로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에서 경영진 회의를 실시한 뒤 꾸준히 메타버스 문화를 그룹에 정착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게더타운, 이프랜드 등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행사를 열었다. 지난달 각 계열사 실무진과 게더타운에서 만나 기업문화발전협의회를 개최했고, 그보다 한 달 전에는 이프랜드에서 시무식을 진행했다.
이번 부동산 매입은 김태오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으로,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있는 건물을 가상 공간에서 사들인 것은 금융권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스2는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기반으로 출시된 3차원 가상 부동산 세계다. 가상의 지구를 10제곱미터(㎡) 단위당 1타일로 나눠 계좌이체나 신용카드 등으로 땅을 사고할 수 있다.
가상 부동산 매입에 관해 DGB금융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비대면 문화와 함께 일상 속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며 “패러다임 전환을 넘어 시대를 초월하는 투자처로써 가상 부동산을 직접 경험하면서 상징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오 회장은 메타버스·블록체인(공공 거래 장부)·인공지능(AI)·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 혁신 스타트업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DGB금융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DGB 피움랩(FIUM Lab)’을 통해 그룹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모집한다.
올해로 벌써 4번째다. 피움랩은 지난 2019년 지역 최초 핀테크(금융+기술) 랩으로 출범해 지난해까지 23개 기업을 선발·육성했다.
이번에 모집하는 ‘DGB 피움랩’ 4기는 오는 11일까지 신청받는다. 약 10개사 내외로 선발해 우수 스타트업에게는 대구은행에서 신설된 ‘AI융합팀’과의 협업을 통한 기술검증(PoC·Proof of Concept)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하이투자파트너스(대표 권준희) 투자 검토 ▲사무·회의공간 지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스타트업 경연 행사 ‘디데이’ 출전권 부여 검토 등도 이뤄진다.
“세대 아우르고 지역 한계 넘어 혁신 지속”
김태오 회장이 이처럼 ‘메타버스’ 전도사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미래 금융 시장 주역인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다.‘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MZ세대는 메타버스에서 자신을 아바타로 구현하고 가상공간에서 소통하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멀티 페르소나’ 특성을 보인다.
최근 대학교 강의나 수업을 위해 가상 캠퍼스가 활용되고, 축제나 입학식,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행사가 메타버스에서 열리는 것도 MZ세대 특징을 고려한 트렌드(최신 경향)다.
메타버스 시장은 MZ세대 관심 속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 통계 전문 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는 2025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969억 달러(약 358조)로, 지난해(307억달러)보다 10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030년이 되면 시장 규모는 5000억 달러(약 60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메타버스 활용도를 높인 또 하나의 이유는 지역 한계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자본력이 부족한 지역 금융기관으로서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해 향후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디지털 마케팅 설루션 기업 ‘메조미디어(대표 이성학)’의 ‘2021 메타버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온라인 공간과 현재 메타버스 공간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은 공간과 활동의 ‘확장성’이다.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의 경우 미니미를 통해 제한된 공간에서의 이동과 감정 표현만 가능했지만, 마인크래프트·제페토·게더타운·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끝없이 확장되는 오픈 월드에서 제약 없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은 DGB금융이 ▲음악회 ▲전시회 ▲경영자 회의 ▲시상식 ▲사내 모임 ▲타운홀 미팅 ▲창립기념식 ▲채용박람회 등 다양한 행사를 메타버스 내에서 열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김 회장은 MZ세대를 대상으로 가상세계 안에서의 기업 이미지 브랜딩 구축 작업을 지속할 방침이다. 아울러 메타버스 내 가상은행도 운영해 실제 신규 고객 유치에도 나서려 한다.
DGB금융은 현재 ‘미래로 도약하는 S.M.A.R.T. 금융그룹’이라는 중기 비전 아래 5대 전략 방향 중 핵심인 DT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블록체인, AI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금융권에서 사업 모델로 적용한 사례가 드물어 메타버스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DGB금융은 메타버스뿐 아니라 블록체인 등 다른 디지털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세대를 아우르고 지역 한계를 넘어 ‘파괴적 혁신’을 지속하려는 김태오 DGB금융 회장.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수상을 하면서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고 말한 것처럼 김 회장의 메타버스를 향한 사랑과 도전도 결실을 맺는 날이 오지 않을까?
자막의 장벽을 1cm만 넘어서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듯이 기존 전통 금융 방식을 1cm 허물면 훨씬 더 많은 고객이 DGB금융을 기다리고 있다는 기대감으로 오늘도 김태오 회장은 다음 아바타 옷을 고르고 메타버스 탑승 준비를 한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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