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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75년 간장기업서 ‘전지현 카레’ 히트시킨 ‘가업승계’ 만점자

기사입력 : 2022-01-24 00:00

(최종수정 2022-01-24 17:21)

샘표 브랜드 숨기고 조미료·소스·카레 등 잇단 성공
美아마존서 ‘연두’ 매출 급증…글로벌 진출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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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서울 출생 / 경기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석사, 1988년 오하이오주립대 철학 박사 / 1988년 샘표식품 이사 겸 뉴욕지사장 / 1990년 샘표식품 기획실장 / 1995년 샘표식품 전무이사 / 1997년~ 샘표식품 대표이사 사장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은 범띠 CEO(최고경영자)다. 국내 주요 기업 CEO니, 1962년생일까? 아니다. 그렇다면 요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1974년생? 또 아니다.

그는 1950년생 범띠다. 일흔을 넘긴 고령의 CEO다. 그리고 그는 자신보다 딱 4살 더 많은 기업 샘표식품을 경영하고 있다. 할아버지 박규회 샘표식품 창업주와 아버지 박승복 고 샘표식품 회장에 이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하지만 박 사장도 그렇고 샘표식품도 그렇고 진부하거나 오래된 느낌은 없다. 한국인 삶 속에 빠질 수 없는 전통의 장류를 만들면서도 끊임없는 R&D(연구·개발)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R&D 투자와 마케팅으로 승부

샘표식품은 R&D를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까지 간장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단순 제조회사였던 샘표식품은 오너 3세인 박진선 사장이 취임하고 나서 완전히 달라졌다. R&D를 강화하며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다.

샘표식품은 매년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평균 3~5%에 달한다. 국내 대형 식품업체 비율이 평균 1%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샘표식품이 이처럼 높은 R&D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박 사장 신념이 있다.

박 사장은 경기고·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16년을 살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석사를 받은 뒤 그는 철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에 빠졌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까지 받고 빌라노바 대학에서 강사 생활을 했다. 그러다 아버지 권유로 샘표식품에 입사해 뉴욕지사장과 기획실장을 거쳐 1997년부터 샘표식품 사장으로 재직중이다.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하며 글로벌 기업들이 R&D와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박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줄곧 R&D를 강조했다. 단순 생산 업체에 머무르면 회사 미래가 밝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1988년 샘표식품 입사후 회사를 R&D와 마케팅을 중심으로 세우고 관련 인력을 뽑았다. 1997년 사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R&D 부문에 더욱 힘을 주기 시작했다.

1998년 당시 생산직 200여명이 전부였던 샘표식품은 첫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했다. R&D와 마케팅 조직을 담당할 인력을 뽑기 위해서였다.

첫 공채로 30명이 입사했지만 조직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던 까닭에 대다수가 퇴사했다. 박 사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인력 채용 및 경력직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도 사람을 뽑아 조직을 만들었고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샘표식품은 임직원 700여명 가운데 20%가 R&D 인력으로 구성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샘표식품 기술연구소는 발효 소재를 연구하는 우리발효연구중심, 식품 개발을 하는 우리맛연구중심, 바이오분석연구센터, 식품안전연구센터 등으로 세분화돼 구축돼 있다.

이 중에서 지난 2013년 5월 충북 오송에 300억 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발효 전문 연구소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샘표식품 R&D의 중심이다. 2013년 당시 한해 영업이익 200억 원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해 지은 연구소다.

박 사장은 우리맛 연구에도 힘을 보태기 위해 2017년 ‘샘표 우리맛 연구중심’이라는 연구소를 설립하고 ‘우리맛 연구팀’이라는 전담 부서와 강민구·유현수 등 유명 셰프로 구성된 자문단도 꾸렸다.

박 사장은 우리맛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전쟁, 산업화 시대를 겪으면서 음식을 그냥 배 채우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로 밖에 생각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맛을 즐기고 문화 일부로서 즐기는 시대다. 그런 부분에서 샘표 역할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연구를 하게 됐고, 거기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샘표식품의 적극적 R&D 투자는 혁신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

2010년 출시한 연두는 전통 간장의 짙은 색과 향은 줄이고 깊은 맛만 살린 식물성 발효 조미료다. 콩을 발효해 만든 덕분에 화학조미료 일색이던 업계에 식물성 조미료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사장도 주변 지인들에게 연두를 소개할 때 ‘샘표식품 발효 기술의 집약체’라고 했다.

연두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 영국, 중국, 스페인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인 연두는 미국에서 ‘매직 소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샘표식품에 따르면 연두의 지난해 미국 아마존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콩을 발효한 100% 순식물성이라는 특성 덕분에 비건(vegan·채식주의)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열린 2021 베지 어워드(Veggie Awards)에서 베지테리언 식품과 비건 식품 2개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박 사장은 전 세계 시장에 국내 식품 산업 저변을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말 산업계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 고 박승복 회장이 같은 훈장을 받은 지 20년 만이다.

박 사장은 당시 수상 소감으로 “샘표의 혁신적인 발효기술로 개발한 요리에센스 연두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하겠다는 샘표의 꿈에 한걸음 다가간 것 같다”며 “20년 전 선친이 받으신 금탑산업훈장을 이어받게 돼 더욱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피 사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샘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간장이다. 마찬가지로 간장하면 샘표가 생각난다. 그런데 박 사장에게는 이게 커다란 고민거리였다. 샘표식품은 대한민국 1등 장류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 1980년대 커피 사업에 진출했다가 쓴 맛을 봤다.

이후 한동안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에 주춤하는 모습이었지만 박 사장은 커피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전략을 새롭게 짰다. 간장 등 장류 제품은 샘표 브랜드를 내세우지만 이외 제품군은 별도 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샘표 브랜드를 숨겼다.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들이 연두, 질러, 폰타나, 티아시안키친 등이다.

시작은 서양요리 전문 브랜드 ‘폰타나’다. 폰타나는 샘표식품이 2003년 이탈리아 요리용 소스로 출시한 브랜드로 포장에서 ‘샘표’ 마크를 떼고 전문 이탈리아 브랜드처럼 보이도록 공을 들여 성과를 거뒀다. 폰타나 브랜드는 국내 크림파스타 소스 1위 브랜드로 점유율은 연평균 30%에 이른다.

박 사장은 이후 2005년 안주 브랜드 질러, 2009년 건강음료 브랜드 백년동안 등 전문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며 전문 브랜드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출시한 티아시아 커리는 일명 ‘전지현 커리’로 이름을 알리며 출시 8개월 만에 누적판매 1000만 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창립 75주년을 맞아 한식 간편소스 브랜드 ‘새미네부엌’을 출시했다. ‘새미네부엌’은 소스 하나만으로 만들기 어려운 한식을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김장 과정 없이도 겉절이, 깍두기, 부추파김치, 보쌈김치 등을 만들 수 있는 김치소스 4종과 멸치볶음, 잡채, 장조림, 양파절임 등 밑반찬에 쓰이는 반찬소스 4종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샤브샤브 디핑소스 3종, 냉채, 초무침, 피클 등 요리소스 3종도 있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집에서 요리하고 즐기는 식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요리를 어려워 한다”며 “새미네부엌 제품을 통해 쉽고 간편한 요리를 질기는 ‘요리혁명’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간편소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소스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소스시장 규모는 1조 3702억 원으로 추산됐다. 2024년 소스시장 규모는 1조 4355억 원대를 형성할 전망이다.

샘표식품은 한식 간편소스 브랜드 새미네부엌을 통해 조미료시장에서 액상조미료 ‘연두’가 거뒀던 흥행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사장의 전문 브랜드 전략은 성공했고 어느새 기업 매출의 새로운 주축이 됐다. 샘표식품 사업부문은 간장, 고추장 등 전통장류와 관련 상품을 포함하는 장류사업부, 그리고 나머지 비장류사업부로 나뉜다.

샘표식품 매출은 2003년까지만 해도 장류에 100% 가까이 의존했으나 2020년에는 비장류 매출 비중이 43%까지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총 매출 1692억 원 중 48%인 818억 원이 비장류 부문에서 발생하는 등 비장류 부문이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 전통의 맛을 세계로

“올해 가을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연두를 시판한다.”

박 사장은 2018년 5월 서울 중구 사옥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프리미엄 시장에 선보인 뒤 일반 대형마트에도 진출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연두 제품으로 스페인 알리시아 요리연구소와 5년간 연구를 했는데 시작한지 2주일만에 연두를 매직소스라고 부르기 시작하더라”며 “스페인 프랑스 음식에도 정말 잘 어울리고, 특히 서양에서 많이 먹고 있는 채소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박 사장의 선언 이후 샘표식품은 ‘연두’를 앞세워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연두가 100% 콩을 발효한 순식물성 조미료라는 점을 강조해 채식 인구가 많은 미국,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등으로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아마존 매출이 300% 이상 뛰었다.

연두는 미국, 스페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해 지난해 중국, 영국 등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했다. 올해에는 독일, 네덜란드, 동남아시아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공략을 위해 ‘할랄 인증’ 제품을 출시했다. 18억 이슬람 문화권 진출을 통해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더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유통·물류 부문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샘표식품은 지난해 11월 물류 비용 절감을 위해 117억 원을 들여 미국 동부지역 물류창고를 매입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에는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대형 유통업체와 함께 프리미엄, 유기농 리테일 매장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사장의 해외 사업 강화는 국내 농수산식품 수출 증가로 이어지며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로 나간 장류 수출 규모는 2020년과 비교해 약 7.1% 성장했는데 샘표식품이 이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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