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국내 소비자금융 출구전략을 추진 중인 한국씨티은행이 매각 방안에 대한 결정을 한 차례 더 미뤘다. 당초 씨티은행은 7월 안에 출구전략 방향을 확정 짓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부분매각 협상도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게 흘러가면서 단계적 폐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출구전략 방향 논의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유명순닫기유명순기사 모아보기 씨티은행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배포한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저와 경영진은 지난 몇 달 동안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의 출구전략과 관련해 가능한 모든 실행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며 “하지만 보다 신중한 의사결정을 위해 9월 이후에 출구전략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직원 여러분들의 진로와 관련해 현재까지 논의돼 온 대안을 중심으로 모든 직원을 보호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이사회와 출구전략을 면밀하게 검토 및 논의하고 있으며, 최종적인 결정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소비자금융 철수를 선언한 뒤 인수의향서(LOI)를 내고 실사에 참여한 복수의 금융사들과 매각 조건 등을 협의해 왔다. 당초 7월 중 전체 매각과 분리 매각, 단계적 폐지 가운데 매각 방안을 확정 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8월로 일정을 미뤘다가 이번에 또 연기를 결정했다.
씨티은행은 우선순위로 추진했던 통매각이 어려워지자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 각 부문을 별도로 분리해 매각하는 부분매각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인수 조건을 두고 씨티은행과 인수의향자 측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금융권 일각에서는 씨티은행이 마지막 선택지인 소비자금융 부문 단계적 폐지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HSBC은행이 2012년 산업은행과 소매금융 매각 협상을 벌이다가 직원 고용승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패하고 이듬해 청산 절차를 밟은 전례가 있다.
씨티은행과 씨티그룹이 가급적 연내 소비자금융 부문 출구전략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인 만큼 부분매각 협의가 최종 불발될 경우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씨티은행 이사회는 지난 6월 정기 이사회 직후 “최선의 매각 방안을 위해 열린 자세로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씨티은행 노조는 통매각에만 찬성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정적 인수처를 찾아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매각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씨티은행 노조는 “은행 측이 졸속으로 부분 매입 의향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결정할 경우 노동조합은 강도 높은 저지 투쟁에 돌입할 것을 경고한다”며 “소비자금융 전체 사업 부문의 매각과 이에 따른 소속 직원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자발적 선택을 전제로 한 희망퇴직은 감내하겠다”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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