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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송영길과 집값 6%로 집 사기

기사입력 : 2021-05-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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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재인 정부 4년차 대통령의 얼굴, 출처: 청와대 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문재인 정부 4년차 대통령의 얼굴, 출처: 청와대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청년, 신혼부부들에게 집값의 6%만 있으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는 금융구조를 완성했다고 밝혀 큰 관심을 모았다.

송 대표는 자기 집값 10%만 있으면 최초 분양가로 언제든 집을 살 수 있는 획기적인 권리를 부여한 제도가 현재 완성돼 인천에서 건설 중에 있다면서 이걸 더 보완해 더 적은 금액으로 내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 '검토하라'고 했다면서 국가예산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 혁신적인 대안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만큼은 부동산을 반드시 해결하겠다. 자신있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무서웠다. 무지한 정책가들의 자신감 만큼 무서운 것도 없기 때문이다.

■ 이미 LTV 90%안 거론하면서 규제 완화 얘기했던 송영길

송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실수요자 청년들을 위한 LTV 90% 완화안'을 거론해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빚내서 집사라"는 얘기 아니냐면서 '위험한 실험'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마저 송 대표의 이같은 파격적인 안을 우려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송영길 의원은 당 대표 당선 뒤 6%만으로 내집 마련을 실현할 수 있다는 '더 나간' 얘기를 했고 대통령도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식의 눈을 가진 사람들은 이같은 발언을 믿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접근하자면 무엇보다 집값 6%로 집을 사면 94%가 빚이란 얘기다. 모아놓은 돈이 없는 젊은이라면 평생 집에 얽매여 이자만 갚아야 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부의 효과'는 한국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경제활동이 부동산에 묶여 버리면 소비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등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소득 수준에 비해 집값이 크게 부담이 되지 않고 미래 소득도 꾸준히 늘어난다면 초기에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집값 안정 정책이 모두 실패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11억원으로 뛰고 빌라도 3억원 미만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격의 6%로 집을 산다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돈 없는 젊은이가 6%의 자기자본으로 집을 샀다고 해보자. 이 경우 집값이 올라야 젊은이들의 미래가 보장받을 수 있다.

대체 여당과 정부는 젊은이들이 돈 없이 집을 사게 만들고 집값을 또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인가.

■ 10억원 연 4%에 빌려서 20년 갚으려면...매달 600만원 이상 원리금 갚아야

아무 숫자나 하나 잡아서 이자 계산을 해보자.

마음씨 좋은 정부와 여당이 원하는 집을 사게 해 주겠다고 하니, 간단한 계산을 통해 감을 잡아 보자.

대략 신용이 좋지 않은 젊은 사람이 10억원을 대출 받아 빚을 갚는다고 가정해 보자.

신용이 좋지 않은 젊은 사람이 현실적으로 10억원을 대출받기는 어렵지만, 서울의 아파트 값이 10억원을 훌쩍 넘겼으니 이자에 대한 이해를 위해 10억원을 연4%에 빌려서 20년간 원리금균등상환을 한다고 해 보자.

이 경우 20년간 매달 갚아야 할 돈은 월 606만원 정도로 계산된다.

돈이 없는 젊은이가 10억원을 빌려서 10억원짜리 집을 살 때(비현실적인 가정이긴 하다) 20년간 매달 600만원이 넘는 돈을 갚아나가면서 20년 후 그 집을 온전히 내 집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젊은 사람이 20년간의 빚쟁이 탈출 프로젝트를 성실히 이행하면서 지불한 이자총액은 4억 5천만원이 넘는다.

와우, 이런 게 과연 바람직한가. 아니면 정부는 다른 기가막힌 아이디어라고 있는 것인가.

■ 정책가들이 할 일은...성실한 노동자들이 '분수에 맞게' 살 수 있게 하는 것

과거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 중엔 사회생활을 하면서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내집 마련에 도전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지방 출신들의 경우 노동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학창시절을 마무리한 뒤 서울에서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들의 여건은 서울 출신들에 비해 훨씬 불리했다. 의식주 가운데 일단 '주'에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세금이 없으면 월세를 내야 했다.

사회생활을 통해 재산을 형성하면서 서서히 내집 마련을 꿈을 갖게 된다. 월세, 전세를 전전하다가 어느 정도 재산이 모였을 때 은행 대출금을 보태 내집을 마련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었다.

정상적인 정책가라면 젊은층들에게 '무조건 집을 살 수 있게 해 주겠다'가 아니라, 이들이 꾸준히 재산을 늘려 미래에 집을 살 수 있도록 '재산 포텐셜을 키우는' 정책을 제대로 펴야 한다. 그리고 집값이 노동 가치에 비해 훨씬 빠르게 급등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값이 2배가 된 아파트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턱없이 높아진 집값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집을 살 수 있게' 하겠단다. 어떤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할 뿐이다.

정부는 작년에 현실을 도외시한 임대3법을 통해 전세 말살 정책을 펼쳤다. 전세 물량이 감소할 게 뻔한 '2+2'와 같은 정책을 내놓고는 자화자찬하던 정부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이라는 것은 누군가 명령한다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부는 경제의 기본인 수요와 공급에 대한 이해가 없었으며, 지키지도 못할 약속만 남발했다.

끊임없이 노동의 가치를 핍박하고 희망고문만 하다보니, '진짜' 진보적인 성향의 젊은층들은 가짜 진보 정권을 지지할 수가 없게 됐다. 젊은 층의 문재인 정부 비토율이 높았던 이유는 그들이 진보적이었기 때문이다.

■ 대통령의 14평 임대 방문사건이 보여준 이중성

작년 말엔 문재인 대통령과 변창흠닫기변창흠기사 모아보기 국토장관의 임대주택 방문이 화제였다.

당시 두 사람이 경기 화성 동탄에 위치한 14평짜리 임대아파트에 방문해 했다가 한 말이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이 장관에게 14평 아파트에 대해 했다는 말, '신혼부부에 애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애 같은 경우 2명도 가능하겠다'고 내용이 진위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한국 사회를 후끈 달궜다.

가구 구성원이 1명이더라도 14평이 좁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연예인들은 왜 거대한 저택에 사는가. 이는 일반적인 인간의 속성이다. 14평은 1명에게도 불편한 경우가 많다.

나는 편한 게 익숙한 데 돈이 좀 없는 사람들은 불편함에 익숙할 것이란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연말 '임대주택쇼' 당시 방문 행사를 위해 큰 돈을 들여서 보수하는 등 이벤트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적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통령에게 보여줄 '쇼룸'을 만들기 위해 거리낌 없이 국민의 생돈을 쓰는 작태가 한심할 뿐이었다.

불편한 얘기를 하나 해보자. 이 정부가 공급을 늘리려고 한 집은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집이 아니었다.

임대주택은 직설적으로 말해 가난한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런데 돈이 좀 있는 사람은 '아늑한 임대아파트'가 아니라 '진짜 아늑한 집'을 찾는다.

현 정부에서 몸 담고 있는 고관대작들이 대체로 거주하는 집은 '아늑한 임대'가 아니라 값비싼 아파트나 단독주택이지 않은가.

정부 인사들은 자신들의 욕망엔 충실하면서 못 사는 사람들에겐 '너희들에겐 이 정도면 충분하지'하면서 제멋대로 규정해 버린다.

그러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30평대 '평범한'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데는 인색하게 굴었다. 그 결과 아파트값이 폭등했다.

정부는 서울 시민을 아파트 소유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으로 갈라 완벽한 계급적 차단막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란 나라가 태동한 이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 정책가는 감성 대신 이성의 눈으로 상황을 봐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6월 1일이 재산세와 종부세 기산일이라는 점은 더욱 중요했다.

세금 부담 때문에 6월 1일 이전에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란 게 정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 매물은 항상 예상에 미치지 못했으며, 사람들은 버티면 더 큰 자본차익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정부가 정책적 압박을 통해 매물을 내놓게 하는 데 실패했기에 하반기엔 자연스럽게 세금 전가가 이뤄지면서 집값이 더 급등했다.

집 보유자들은 세금 부담을 느꼈지만 집을 팔 정도는 아니었는 것이다.

정부는 기본적인 정책 기조 조차 없어 시장 분위기에 따라 '땜빵'하기에 바빴다. 정부는 가격,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부동산 수급의 특징상 세금 부담에 따라 당장 매도하기 보다는 세금을 전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부동산은 당장 공급할 수 있는 재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가격 탄력성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한 번도 '선제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친 적이 없다. 그리고 부동산에 대해 아는 사람을 기용한 적도 없다.

가격을 정하고 세금을 물리고 거래를 금지시키면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착각했다.

문제는 아직도 생리를 모른다는 점이다. 지금은 하반기 집값 상승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엔 그간 급등한 '가격'만이 악재일 뿐, 특정 인구를 대상으로 한 LTV 완화 등 유동성 공급 대책, 저소득층 집 구매 지원 등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정책이 눈에 들어온다.

이성 대신 감성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정부의 정책엔 기대할 게 많지 않다.

정부는 왜곡의 연장을 꾀하려는 중이다. 그래서 경제를, 그리고 가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제발 아무 것도 하지말고 쉬시다가 가시라고...

집권 여당 대표의 집값의 6%만으로 내집 마련을 하게 만들어주겠다는 파퓰리즘에 사람들이 현혹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집값 6%로 내집 마련을 해주겠다는 말 자체가 더더욱 '정상의 비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장난일 뿐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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