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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투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명품소비

기사입력 : 202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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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지인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홍지인 기자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고가의 명품 소비가 어느 순간부터 투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다.

인기기사로 종종 올라오는 뉴스들이 있다. ‘명품 브랜드 OOO 가격 또 인상’.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의 가격 인상 뉴스다.

가격이 인상되면 제품 구매율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명품은 다르다. 가격이 올라간다는 소식이 들리면 고객들은 가격이 인상되기 전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다.

주요 백화점에서는 개점을 기다렸다 달려가서 구매하는 ‘오픈런’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격 인상 후에는 향후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는 고객들이 또 열심히 상품을 구매한다.

샤넬, 루이비통, 디올과 같은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들은 글로벌 가격 정책 변화, 원가·임금 상승 등의 이유를 대며 일 년에도 몇 차례씩 가격 인상을 감행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명품 수요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2020년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57개 점포 합산 매출은 2019년 대비 9.8% 감소했지만 명품 매출은 전년보다 15.1% 증가했다.

산업자원통상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2021년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서도 명품의 높아지는 인기가 확인된다. 발표에 따르면 해외유명브랜드(명품)의 매출 증가폭은 45.7%로 전 유통업체 상품군 중 가장 컸다.

대중의 명품 수요가 증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 이 흐름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는 ‘투자’라는 개념이다.

향후 가격인상 및 가치를 고려했을 때 미리, 하나라도 더 구매하는 것이 한 푼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샤넬과 재테크 단어를 결합한 ‘샤테크’라는 단어는 명품 투자 개념을 대표하는 신조어다. 점점 높아지는 샤넬 제품 가격 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찍 사두면 돈을 번다는 것이다.

물론 필요하거나 구매 예정이었던 물건이라면 가격 인상이 예측될 때 미리 사두는 게 돈을 아끼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여기에 ‘투자’라는 표현이 적절할까?

투자는 내가 일정한 자금을 투입하고 그 이상의 이익을 얻었을 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파노플리 효과(특정 제품을 사면 그 것을 소비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집단 또는 계층과 자신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현상)의 개념으로 심리적 만족과 충족을 위해 비용을 들이는 것이라면 ‘투자’의 개념으로서 성공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물질적 이익을 위한 ‘명품 투자’라면 성공적인 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다.

명품 소비는 환금성과 제품의 유한성을 생각했을 때 투입되는 금액 이상의 수익을 얻기가 쉽지 않다. 명품을 다시 되팔았을 때 내가 투입한 금액 이상의 가치를 얻으려면 몇몇 조건들이 부합돼야 한다. 제품의 관리가 잘 되어 있어야 하며 희소성도 있어야 한다.

이런 제품들이 아니면 중고 명품이 신제품 가격과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인상된 가격만큼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언론과 소비자들은 ‘명품 투자’, ‘샤테크’ 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명품 구매를 단순히 소비가 아닌 ‘투자’로 포장하고 있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포장인지는 모르겠으나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것 같기는 하다.

문제는 ‘투자’라는 표현이 불필요한 소비심리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명품의 반복되는 가격인상과 투자라는 개념이 부각되며 이를 정말 합리적인 소비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2019년 14조 8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명품시장은 지난해 15조를 훌쩍 뛰어 넘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많은 산업이 타격을 입었지만 명품 시장은 피해갔고 오히려 보복소비 현상으로 엄청난 대기행렬을 자랑하며 기록적 매출을 나타내고 있다. 명품소비는 나쁘지 않다. 다만 이를 미화하는 표현과 분위기들이 지나친 소비를 유발하는 것은 나쁜 현상이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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