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1일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랬던 LG가 2019년 4월 SK에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걸며 '독하게' 변했다.
소송 과정에서 자사 직원에 대한 대우 등 내부문제가 노출됐고, 한국정부 등 이해관계자들도 중재에 나섰다. LG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소송을 시작한 LG화학은 구 회장이 글로벌기업 3M에서 직접 영입한 신학철닫기신학철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LG화학 최초 외부영업 최고경영자(CEO)로 그룹 혁신의 중심에 선 계열사다.
그렇다고 LG가 공격일변도 전략을 펼치진 않는다. 실익이 적다고 판단되면 빠르게 기존 방침을 바꾸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합의금 2조원을 받기로 최종합의했다. 승소 이후 4조원 이상을 요구하다가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당장 사업과 보조를 맞춰야 할 친환경차 정책을 결정하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양사 합의 1주일 전부터 매일 회담을 열어 LG측에 합의 요구액을 낮추라고 중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성도 느꼈을 것이다. 장기전으로 치닫는 소송전에 따른 변호사·로비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와 코나EV 화재에 따른 리콜 사태에서도 이번 합의와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중간발표를 통해 코나EV 화재 원인을 사실상 배터리 제조불량에 무게를 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결국 책임공방 대신 리콜비용의 70% 가량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핵심 파트너인 현대차와 대립하기 보다 향후 장기적인 협업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018년 40세 나이에 LG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회장의 실용주의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LG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며 "상황 변화에 따른 빠른 결단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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