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회사에 취직해 매일 격무와 야근에 시달리고 있는 기자의 친구가 모처럼의 술자리에서 던진 말이다. LH를 포함한 공직자들의 투기 문제로 부동산 시장이 어지럽혀졌다는 소식을 접한 뒤의 반응이었다.
이틀 뒤 열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2030 청년층은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정말 청년세대가 야권을 진심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물론 정부도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제스처는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부동산 부당이득 5배 환수 등 강력한 카드를 내밀며 민심을 회복시키기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정부에게 묻고 싶다. 진심으로 내부에 투기 세력이 있다는 걸 몰랐는가. 공직자 가족, 친지부터 국회의원, 지자체 의원, 지방 공무원까지, 자기들 안에 투기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정말로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외면했을까.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당이 몰락하고 야당이 다시 패권을 쥔다면 무언가 달라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간판만 바뀐 ‘그들만의 부동산 리그’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도 가진 사람은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고, 못 가진 사람은 갈수록 ‘내 집’을 마련하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다소 염세적으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정부가 공공재개발 등으로 신축단지를 아무리 제공한들, 알짜 입지에 제공되는 고가 단지는 결국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정부가 그렇게나 신경 쓴다는 청년세대에게는 너무나도 먼 얘기다. 규제로 대출 길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현금을 잔뜩 쌓아둔 부자들만 넘볼 수 있는 단지가 될 뿐이다.
2030세대는 연애·결혼·출산을 넘어 건강·자기관리·인간관계까지 포기한 것에 이어, 이제 내 집 마련과 ‘희망’까지 포기하고 있다.
필자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파트가 아니라도 좋으니 괜찮은 빌라라도 적당한 위치에 마련할 수 있다면 평생 한 곳에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소박하다면 소박한 이 꿈조차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도 거대한 것이 되어 버렸다. 사실 이제는 서울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1시간 내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에만 살 수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청년세대가 비단 필자뿐일까. 돈 많은 부모나 빽이 없는 이 시대 절대다수의 청년들의 현주소는 아닐까.
사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에 대해 더욱 큰 배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은 문재인정부가 출범 당시 내세웠던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얼룩진 지난 정부가 몰락한 뒤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청년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안고 출범했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이번에야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겠지. 그 겨울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에 나섰던 것은 이런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매일 아침 노트북을 열며 다시 한 번 친구의 말을 곱씹어본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뭐하나’. 열심히 하면 언젠가 빛을 볼 것이라는 희망이 옅어진 지금, 정당한 노동보다는 부동산이나 주식, 가상화폐로 ‘인생 한방’을 노리는 청년층이 늘고 있는 것은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