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금리가 25일 15bp 이상 폭등하면서 1.5%를 뛰어넘자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증폭됐다.
이자율, 주식, 외환 등 금융시장은 일제히 미국 금리 급등 영향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동성을 각오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들이 많아졌다.
올해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대 중반 이상으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 사람들은 많았으나, 단기간에 1.5%를 넘어설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결국 미국 금리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기간에 1.5%를 넘기면서 투자자들의 스트레스도 커졌다.
■ 美 금리 15bp 폭등과 일제히 오른 주요국 금리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5일 15bp나 폭등했다. 오전 중 20bp 넘게 오르는 놀라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7년물 입찰 부진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 악재가 맞물리면서 채권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5.21bp 폭등한 1.5320%를 기록했다. 금리는 작년 2월 19일(1.564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금리 상승폭은 작년 3월 17일(34.85bp 폭등) 이후 가장 컸다. 이 당시는 코로나 위기를 맞아 투자자들이 보유자산 종류를 불문하고 내던지면서 달러만 찾던 때다. 그 때 이후 가장 큰폭으로 오른 것이어서 최근 금리 시장의 긴장을 잘 읽을 수 있다.
금리 수준이 낮아 미국보다 작은 폭으로 움직여 온 유럽 금리들도 일제히 뛰었다.
독일 분트채는 7.00bp 뛴 -0.2328%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3월 19일(-0.195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 국채10년물 금리는 7.53bp 급등한 0.0307%를 기록해 플러스로 올라왔다.
영국 길트채는 5.16bp 뛴 0.783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18일(0.79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탈리아 10년물 금리는 10.57bp 뛴 0.7917%를 나타냈다.
이날 아시아 장에서 미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으나 미국 금융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 미국 금리의 놀라운 급등..MBS발 금리상승 고리
미국 금리 상승의 배경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회복, 경기부양에 따른 물량 부담 등이 꼽힌다.
파월의 '완화적 기조 지속' 약속에도 불구하고 미국 단기금리까지 올랐다.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금리 인상 시점도 당겨질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미국시장의 불안정한 모습은 국채 입찰에서 잘 나타났다. 620억달러 규모의 7년만기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bid-to-cover)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2.04배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일일 금리 상승폭이 15bp에 달했다는 점은 수급 일부에서 큰 생채기가 났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선 모기지 볼록성 매도가 거론된다.
국제금융센터의 주혜원·이은재 연구원은 '금리 상승 → 모기지 리파이낸싱 수요 감소 → MBS 듀레이션 증가 → MBS 투자자들의 듀레이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보유국채 및 국채선물 매도 → 추가적인 금리상승 촉발' 구도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연구원들은 "모기지 볼록성헤지Convexity hedging) 매도 수요는 10년 국채금리 1.6%까지는 중기물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으며, MBS 조기상환 위험 감소로 MBS 투자기관들의 국채 매도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다만 MBS의 1/3은 연준, 1/3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어 2003년과 같은 대규모 헤지 수요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파월의 발언처럼 기저효과 등으로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기조적인 물가 급등이 나타나기 어렵다고 본다면 금리가 더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를 자극할 새로운 뉴스가 없을 경우 실질금리가 20bp 이상 추가로 오르긴 어렵다"면서 "연준의 인상 타임라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글로벌 실질중립금리 등을 감안할 때 테이퍼 탠트럼 같은 상황이 재현되지 않는 한 10년 팁스 금리가 현수준에서 20bp 이상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 긴장할 수 밖에 없는 한국 채권시장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를 보면서 긴장하고 있다.
최근까지 이자율 시장을 괴롭히던 1차 추경 재료가 얼추 일단락돼 가면서 저가매수를 노리던 투자자들도 해외 금리 상승에 주눅이 들었다.
일단 중기적으로 미국금리가 1.5%, 1.6% 정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는 봤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레벨이 올라오면서 긴장이 커진 것이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선 국고3년 1.05%, 국고10년 2.00%를 얼추 상단으로 보기도 했는데, 레벨이 이 지점으로 거의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날 장중 국고10년 금리가 2%를 찍고 다소 반락했지만, 시장은 대외 금리 흐름에 따라서 상황이 가변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도 금리 수준을 보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오늘 찍은 레벨을 못 간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미국과 따로 놀 방법은 없는데, 아직 큰 기관들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금리도 결국 레벨에 관계없이 추세에 붙어서 계속 있으려고 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국고10년 기준 2%선이 일단 금리 추가 상승을 막아주는 듯한 모습도 보이지만, 시장 심리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인 데다 해외 금리를 예단하기 어려워 특정 레벨을 지지대로 삼는 것은 무모하다는 것이다.
■ 금리 폭등에 큰 생채기 난 주식시장...성장주들, 금리에 카운터 펀치 맞아
글로벌 금리 상승에 주식시장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여전히 낙관론을 피력하기도 하지만,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금리가 올라오면서 숨을 죽이고 있다.
C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올라오고 실질금리마저 오를 수 있다는 부담이 커져 있다"면서 "주식이 미국 금리 1.5% 선부터 조심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했는데, 그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압경제를 주창했던 옐런이 재무장관으로 가고 파월도 물가상승세를 용인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질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면서 "결국 미래 캐시플로우에 민감한 미국 기술주들이 폭락하면서 긴장감을 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주식이 금리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 그간 채권 대비 월등했던 투자 메리트의 저하 등으로 위기에 몰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보인다.
또 많은 사람들이 미국채 금리 1.5% 정도를 예민한 지점으로 봤던 이유 중 하나가 미국 주식시장의 배당수익률이 1.5%대 정도임을 감안한 것이었다.
아울러 코로나 사태 이후 시장을 선도했던 기술주들이 무너지면서 긴장감이 팽창해 있다. 전날 뉴욕 시장에선 기술주의 대표선수들인 알파벳과 페이스북,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두 3% 이상 급락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나스닥의 테슬라는 8.06% 폭락한 682.22달러로 추락했다.
특히 테슬라와 같은 기술주는 불확실한 미래에 엄청난 캐시플로우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오른 꿈꾸는 주식이다.
주혜원·이은재 연구원은 "미래현금흐름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크게 반영돼 있는 성장주들의 밸류에이션 하락이 뉴욕 주가지수의 낙폭을 확대했다"면서 "IT, 제약기업들은 미래 기대현금흐름이 커 '주식 듀레이션'이 긴 자산으로 구분돼 왔으며 무위험 할인율 상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금리 때문에 흔들리는 위험자산...몰락의 전조 vs 저가매수 기회
또 그간 주식시장에선 물가상승에 대해 '좋은' 인플레라고 넋을 놓고 있다고 '나쁜' 인플레가 다가오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모습도 많아졌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나쁜 인플레 우려가 고조되고 미국 5년 기대인플레이션은 2.35%로 급등해 국채 10년 금리가 1.5%로 올라섰다. 미국채 30년 금리는 2.2%를 넘어서면서 기술주에서는 금리가 상승하는 발작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애플, 테슬라, 아마존, 페이스북 등 핵심 기술주들은 전고점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면서 "밸류 부담이 높은 성장주들이 일제히 급락한 반면 에너지, 금융, 대면 소비재에는 리플레이션 수급이 강하게 유입됐다"고 평가했다.
금리 상승이 그간 주도주였던 주식시장 성장주의 텐트럼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최근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으며, 지금의 주가조정이 복원 가능한 조정임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그는 "주가 복원의 동인은 결국 펀더멘탈의 신뢰가 될 것"이라며 "금리 상승 압력은 여전하나 금리 급등에 따른 발작 국면은 정점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또 지금은 주가를 구성하는 금리와 이익의 시소게임에서 금리 상승 우려가 상대적으로 부각된 구간일 뿐 지나치게 상황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보인다.
D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주가가 폭락, 폭등, 오늘 다시 폭락하면서 3천선을 내줬다"면서 "홍콩 세금, MSCI 리밸런싱, 미국 금리 폭등이라는 악재 속에서 단기간 주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수출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당장 미국 등 중앙은행들이 태도를 바꾸기도 어렵다.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게 나아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물 전반이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달러/원도 15원 이상 급등해 1,120원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잇다.
수출업체 네고와 고점 매도 성격의 달러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미국 금리 상승으로 촉발된 서울외환시장의 리스크오프 분위기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전일에 비해 장중 100p 넘게 빠진 코스피지수가 제대로 반등하지 못하자 급등한 환율도 반락할 기회를 제대로 못 잡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조원 가량을 대거 순매도 중이며, 개인은 3조원대 중반의 엄청난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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