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증권사들은 ELS(주가연계증권)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요구)에 직면했다.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증권업계 전반에 평판 하락 위협 요인이 됐다.
◇ 거래대금 고공행진…개인 덕 본 증권사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12월 1일부터 18일까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33조699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 거래대금 고공행진은 증권사 실적에 큰 힘이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회사 56곳의 2020년 3분기까지 누적(1~9월) 당기순이익은 4조5076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수탁수수료는 3분기 누적 5조2403억원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1%나 급증한 수치다.
키움증권은 2020년 3분기 기준 영업이익(연결기준)이 3555억원으로 주요 대형사를 제치고 증권업계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다. 키움증권은 ROE(자기자본이익율)에서도 올해 3분기 27.1%를 기록하며 증권업계 최상위를 차지했다.
사실 올해 증권업계는 사모펀드 관련 여진이 만만치 않았다.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여파가 대표적이다.
범위를 더 넓히면 디스커버리, 알펜루트, 젠투, 독일 헤리티지 DLS(파생결합증권), 이탈리아 헬스케어, 팝펀딩, 젠투, 아름드리 펀드 등도 영향권에 들어 있다. 판매사인 증권사들에 대한 소송이 이어지고 법률 비용 부담도 커졌다.
아직 절차가 남아 있지만 사모펀드 판매 증권사 전·현직 CEO(최고경영자)들이 분쟁조정에서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도 커졌다.
공모펀드 부진에 따라 증권사에서 대안으로 주목했던 사모펀드 판매고는 잇따른 사고로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개별 증권사별 실적으로 보자면 사모펀드 사태 가운데서도 개인 주식투자 열기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한, NH 등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브로커리지 수익을 통해 충당금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 경기민감 브로커리지…“장기적으로 IB·WM”
종합적으로 브로커리지 부문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증권업계 수익 기둥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증권사의 양호한 실적이 자체 영업력이라기보다 거래대금 증가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브로커리지는 경기변동(cycle)에 민감하다. 증권사마다 2021년 주식시장 호황을 점치고 있지만, 변동성이 잠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브로커리지 수혜 정도가 클수록, 오히려 실적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관건으로 꼽힌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의 성장성은 낮아지는 반면, IB(기업금융)와 WM(개인자산관리)는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라며 “국내 증권사들도 IB 업무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각종 금융자문 서비스 능력을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꼽았다.
직접투자 자금이 급속하게 유출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대응 필요성도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2011~2014년처럼 직접투자 감소, 수익증권 판매 감소, 종목형 ELS 판매 감소 등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직접투자 고객에게 포괄적 자산관리 관점 조언과 적절한 대체상품 공급이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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