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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변창흠에 아른거리는 김수현의 유령

기사입력 : 2020-12-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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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청와대의 변창흠 국토장관 후보자에 대한 설명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갤럽이 2020년 12월 첫째 주(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39%가 긍정적으로, 51%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8월 중순부터 11월 셋째 주까지 약 3달간 긍정률·부정률이 40%대 중반에서 엇비슷하게 엎치락뒤치락했으나 12월 첫주엔 그 차이가 12%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벌어졌다.

20대와 40대는 대통령 업무 수행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가 비슷했으나 30대와 50대 이상은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15%P 이상 높았다.

갭럽 조사에서 대통령 업무수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정책'이 꼽혔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513명, 자유응답) '부동산 정책'(22%)이 단연 1위에 꼽혔다.

이 비중은 한국사회의 또 다른 이슈인 '법무부·검찰 갈등'(9%)을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뒤를 이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9%), '인사(人事) 문제'(8%),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7%), '소통 미흡'(6%), '리더십 부족/무능하다'(5%), '독단적/일방적/편파적', '코로나19 대처 미흡' '국론 분열/갈등'(이상 3%) 등이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꼽혔다.

■ 김현미, 빵투아네트 애칭 얻고 떠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1월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 만들겠다'고 해서 '빵투아네트'라는 별명을 얻고 퇴임하게 됐다.

김 장관이 얻게 된 빵투아네트라는 애칭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고 한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발언에 빗댄 야유였다. 현실 감각 없는 순진무구한 왕비의 이미지에 김 장관이 투영된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정부더러 아파트를 직접 만들라고 했나. 정부는 건설업자가 아니라 아파트 정책을 만드는 곳"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24번에 걸친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그 정책들은 아파트 가격을 폭등시키는 재료로 충실히 기능했다.
올해에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대2법을 밀어붙여 전세값 급등, 그에 따른 아파트 가격 재급등이라는 신화를 썼다.

이 정부의 관계자들은 그러나 아파트 공급에 인색했다. 자신들이 사는 그 곳(아파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살기를 원하지는 않는 듯했다.

김 장관은 11월말 국회 교통위에서 빵투아네트로 등극한 뒤 "아파트는 절대적인 공사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세대나 빌라 등 질 좋은 품질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다세대나 빌라는 아파트처럼 절대적인 공사기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 품질이 아파트를 따라가지 못한다.
장관은 앙뚜아네트처럼 순진함 뒤에 무지와 고집을 숨겨놓았다. 임기 막판까지 장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허술했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2017년 6월 23일 취임해 1200일 넘게 장관을 맡고 있다.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을 수행 중이다.

■ 김현미, 무능과 고집 이미지만 남기고...

김현미 장관이 국토부 수장에 선임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반, 우려반을 나타냈던 게 사실이다.

이 정부의 '여성 관료 비중 늘리기' 정책에 따라 외교부 장관, 교육부 장관 등에 여성들이 올랐지만 능력보다는 기계적인 여성 장관 수 늘리기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았다.

능력 있는 여성을 기용하면 이런 얘기들이 안 나왔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볼 때 '전문성 없는' 사람들을 국가의 중요부서 장에 앉힌 게 불안해 보였다.

특히 김현미 장관의 경우 끊임없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신임이 대단했다. 장관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늘 무시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정권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장관이 교체되는 것이다. 김 장관은 부동산에 대한 얇은 지식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통계도 읽지 못했던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7월 경실련이 서울 34개 아파트 단지의 시세를 기준으로 "현 정부에서 아파트 값이 53% 올랐다"고 하자 "문 정부 출범 후 11% 올랐다"고 맞서는 결기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이런 답은 감정원 통계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누구든 동네 공인중개사 사무실만 들러보면, 동네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뛰었는지 알 수 있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데이터로 정책 실패를 방어하는 데만 골몰했다.

특히 지난달 국회에선 본인의 일산 아파트를 언급하면서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기기도 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아파트 평균 가격 상승으로 디딤돌 대출(5억원 이하)로 살 수 있는 집이 수도권에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수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의 일산 집은 덕이지구 하이파크시티 일산아이파크1단지에 있다. 최근 전용면적 146㎡ 호가가 7억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말 한마디로 내 집값 띄우기' 초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 아파트 폭등 후 신임 국토장관 변창흠닫기변창흠기사 모아보기에 대한 기대

지난 4일 청와대는 차기 국토부 장관으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한국도시연구소장,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인물을 내세우면서 분위기 쇄신을 다짐했다.

주변에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변 후보자가 아파트 공급을 늘려줄 것이라면서 기대를 했다.

SH공사, LH공사 사장을 역임하는 등 부동산에 대한 잔뼈가 굵은 인물인 만큼 공급 해법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본 것이다.

사실 김현미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정권 출범 이후 상당기간 '공급은 충분하다'면서 수급이 망가지게 내버려둔 뒤 뒤늦게 3기 신도시 등으로 공급 부족을 막느라 부산을 떨어야 했다.

그런데 변 후보자는 이미 이 정부의 주택 정책과 관련해 상당한 '지분'이 있는 사람이다.

LH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 3기 신도시 건설, 도시재생뉴딜 등 문재인정부의 주택정책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아무튼 비전문가인 김현미 장관의 실패를 목도한 '전문가'인 만큼 공급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 변창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 있는 사람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이 적지 않다.

국민들은 '적정한' 가격에 내집 마련을 원했지만, 이 정부의 주택정책가들은 '임대주택'에 과도할 정도로 비대칭적 관심을 가졌다. 변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이나 변 후보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결국 원하는 물량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감정평가사로 일하는 A씨는 변 후보에 대해 "아바타(김현미) 대신 실세가 등장한 것"이라며 아파트 값 폭등을 이끌어 주택정책을 망친 인물에게 무슨 기대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A씨는 "변창흠 후보가 LH사장이란 점이 부각돼 발표 당시 건설주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이 사람에게 아파트 공급 증대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도시재생사업'이랍시고 벽화나 그리던 사람에게 뭘 원하느냐고 했다.

부동산 관련 일을 하는 B씨는 "변창흠은 지금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라며 "그 사람이 김현미 대신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변창흠은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명박근혜보다 더 뛰어나다는 발언을 했던 사람"이라며 "아파트값을 '이명박근혜' 전 기간보다 훨씬 더 올려 놓은 인물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 공급 원리 이해 못했던 사람...국토부장관 된다

사실 변창흠 후보는 '주택 공급 부족론'을 비판했던 인물이다.

변 후보는 2018년 11월에 작성한 보고서에서 "공급 부족 때문에 주택가격이 상승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런 변 후보의 입장은 김현미 장관 등 현정부 부동산 정책가들이나 여당 의원들이 했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즉 여당 정치권의 '공급 충분하다'는 주장의 논리적 근거를 제공했던 인물 중 한 사람이 변 후보다.
하지만 '아파트 공급은 충분한데 투기 수요가 문제'라는 논리는 계속되는 아파트값 폭등으로 논리적 기반을 잃었다.

변 후보는 공급 부족론에 반대하면서 '투기 수요'을 잡아야 집값이 안정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투기수요 차단과 규제 위주의 아이디어를 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정상적인' 공급을 별로 신경쓰지 않아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책임이 있다.

임대가격 폭등을 불러 전국 아파트 상승을 견인한 부동산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도 그가 볼 때는 약하다.

변 후보는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바꾸고 갱신권을 주자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는 '3+3'이 안 된다면 '2+2+2'라도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인물이다.

이러다보니 '변 후보를 좀 아는' 사람들이 '아바타(김현미)가 아닌 실세가 왔다'고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 변창흠에 아른거리는 김수현의 유령

노무현-문재인 정권 부동산 정책 설계자는 김수현이다.

노무현 정권은 아파트값 급등으로 정권을 잃었고, 문재인 정권은 아파트값 급등으로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이 정부들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다시 세종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변창흠 후보는 김수현 전 실장보다 3살이 어리며, 그의 계보 혹은 판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수현과 변창흠은 모두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세종대 교수를 거쳐 승승장구했다. 두 사람이 워낙 비슷하기에 이란성 쌍둥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결국 변창흠 사장이 국토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자 부동산 정책 실패로 많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긴 김수현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있을 정도다.

변 후보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도 인연이 깊다. 박원순 서울시장 2기 때인 2014년부터 3년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역임하면서 행정 경험을 쌓는 행운을 누렸다. 그래서 그는 박원순 인맥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변 후보는 서울시도시개발공사 선임연구원,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을 거쳤으며,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을 맡아 주거복지, 도시빈곤 등을 고민하기도 했다. 상당 부분 운동가로서의 인생 여정이 김수현 전 실장과 겹친다.

특히 변 후보는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김수현 전 실장과 같이 서울연구원의 전신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같이 근무했다. 이후 SH공사 사장 시절 김수현 당시 서울연구원 원장과 '도시 재생' 사업을 주도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의 기반을 마련했다.

감정평가사 A씨는 "변창흠은 김수현이다. 그 틀에서 정책을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시민단체 경실련이 김수현 전 청와대 실장의 아파트가 2년만에 10억원이 올랐다고 비판한 적이 있는 가운데 변 후보자는 시세와 완전히 딴판인 주택가격을 신고했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지난 3월 26일 본인과 가족이 소유한 재산 6억487만원을 신고했다. SH와 LH 사장을 지낸 인물의 재산은 6억원 정도로 조촐했다.
그런데 그가 관보에 신고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용면적 129.73㎡ 아파트 1채의 금액은 5억9000만원이었다. 방배동 40평 아파트가 6억원도 안 된다니!(사실 시세 대로 신고하지 않는 현재의 공직자 재산신고 시스템은 의미가 없다.)
변 후보가 워낙 청빈한(!) 사람이지만, 이제 그 동네 사람들은 변 후보 덕분에 20억원을 훌쩍 넘어설 아파트 가격을 기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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