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사건이라는 비판도 많았던 가운데 현재의 감독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6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8월말 기준 3,042억원 규모의 만기도래 펀드에 대해 상환 연기를 결정했다.
■ 금융위-금감원의 애매한 관계...그리고 금융정책-금융감독 간의 기능분리 필요성
금융위는 시장규율을 통한 위험관리 강화, 투자자 보호 취약구조에 대한 보완, 금융당국 감독・검사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다만 적극적인 감독과 투자자 보호 등 대응을 거론했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런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는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선 우선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의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은 또 내수를 진작하기 하려는 거시경제정책과 상출될 여지도 있다.
금융감독을 금융정책을 세우는 금융위가 수행하기도 하는 등 감독과 정책간의 '방어벽'이 뚜렷하지 않다.
금융감독은 감독정책(감시・감독 제도의 제・개정권)과 감독집행(조사 등 감독수행)으로 구분되지만 현재 감독의 정책과 집행이 분리돼 운영되고 있고, 감독정책을 금융정책기관(금융위원회)이 함께 수행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국회입법처의 김경신 금융공정거래팀장과 이수환 입법조사관은 13일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계 개편 필요성 및 입법과제'라는 자료를 통해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금융위가 감독정책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독집행기구인 금융감독원에 대해 예산이나 업무수행상으로 지도・감독하고 있어 금융감독이 금융정책을 견제할 수 없을 뿐고 하위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감독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구조로는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급 기관처럼 돼 있어 금감원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입법조사관들은 "정부가 동일한 기관에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주도함으로써 관치금융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 금융 '감독' 일원화가 효율적
금융 '감독'에 대해서도 규정 제정이나 개정 등 '정책 기능'은 금융위가 하고 조사나 보고 등 '집행 기능'은 금융감독원이 수행하다보니 사고가 터졌을 때의 책임소재를 서로 미루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감시・감독제도의 제・개정 권한은 금융위 소관이기 때문에 감시・감독 완화정책이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반면 금감원이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감독수행 해태’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주장도 있어 책임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금융산업정책을 아예 금융감독정책과 분리해 감독정책과 감독집행을 모두 '금융감독정책'으로 일원화하는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입법조사관들은 "금융감독의 정책과 집행이 분리된 현체제 하에서는 감독집행에 있어서 혼란과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예컨대 금감원이 금융기관 검사 등을 통해 지득한 사항들이 감독정책에 적기에 반영되지 못할 우려가 있으며, 그 결과 금융시장과 금융감독 정책의 괴리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금융감독의 정책과 집행이 분리됨에 따라 금융기관을 감독・검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개선 사항 등이 금융감독정책에 신속하게 반영되지 못하여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금융위원회의 소관 업무 중 금융감독에 관련된 부분은 모두 금융감독기관의 업무로 이관하고 금융위원회의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지도・감독 규정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금융감독기관의 인적 독립성을 보장해 금융산업정책이 금융감독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금감원의 예산, 인사 등은 금융위로부터 독립이 필요하고 업무 관련 예산은 국회의 통제를 받는 게 옳다고 했다.
■ 금융 감독이 금융 정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재 구조..규제 완화 뒤 사고 많아져
지난 2003년 카드사태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정책이 감독정책을 지배하면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평가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금융위, 금감원 권력 구도에선 언제든 대형 금융부실 사태나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책을 펼치는 금융위가 '금융감독'을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하거나 경기대책을 지원용으로 쓸 수 있어 우려가 있었던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입법조사관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효율적인 금융관리・감독체계 구축과 금융시장의 견제와 균형 회복을 목표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를 공약 중 하나로 발표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일단 제대로된 금감원의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상황이 악화된 측면이 컸지만, 결국 금융위가 나서서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한 게 원인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또 실질적으로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이 감독권의 상당부분을 틀어쥐고 있다보니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위 정책기관으로서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친 상황에서 제대로된 감독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입법조사관들은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당시 ‘적격투자자 뿐만 아니라 일반투자자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모펀드에 간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함’을 밝힌바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참여가 쉬워져 환매중단으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투자자 요건 등 운용규제를 완화하면서도(금융정책) 보고사항・주기까지 완화하는 등(감독정책) 금융위원회의 견제와 균형을 상실한 금융・감독정책으로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피하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2015년 사모펀드 규제가 대폭 완화되기 이전에는 사모펀드 환매연기가 없었지만, 규제 완화 이후부터 환매연기가 361건이 발생했다"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새로운 부실 사모펀드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라고 해석헸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후 금융위원회는 지속적인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으나 불완전판매, 유동성 관리 실패 및 운용상 위법・부당행위등 부작용이 노출됐다고 자평한 바 있다.
■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인한 자산운용산업 발전 저해 우려도
금감원은 올해 2월 라임 사태와 관련해 "라임자산운용이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단기 폐쇄형으로 펀드 구조를 설계하고, 토털리턴스왑(TRS) 거래 등 레버리지를 활용해 유동성 리스크가 야기됐다"면서 "내부통제장치 부재로 인해 불건전 영업행위 등 위법행위가 발생한 사건"이라는 중간 검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후 7월엔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부동산 및 개발사업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제안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직・간접 투자하는 것으로 기재하는 등 투자자를 오인토록 해 펀드 자금을 모집했다. 펀드 자금을 대표이사 개인의 주식・파생상품 투자에 이용했고 운용인력이 아닌 자(대표이사)가 펀드 운용에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허위자료 제출 또는 자료 은폐 등의 방법으로 금융감독원의 정상적인 검사업무를 방해한 사건"이라는 검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금감원의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사태가 커진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감독기관의 전문성과 함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독기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더 높여야 한다"면서 "독립적인 권한을 권한을 갇되 대국민 보고를 통해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 '감독 실패' 사건으로 인해 향후 규제 강화가 강화되고, 따라서 헤지펀드 등의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4년 펀드 진입규제와 설립규제를 완화하고 투자자요건, 여유자금 운용규제 등을 완화한 것은 '다양한 투자전략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운용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도 해외처럼 투자의 자율성을 높여 운용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했다. 이런 과정에서 사모펀드의 보고 규제 완화, 최소 투자금 1억원(레버리지 200% 초과시 3억원) 등 규제 완화도 이뤄졌다.
하지만 대형 펀드 사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각에선 운용 산업 위축 가능성 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대형 사건 이후 다시금 규제 강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면 운용의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어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이번 사태로 운용업계는 다들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면서 "감독기관의 전문성 부족을 드러낸 사건인 만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일부 운용사와 펀드가 저지른 범죄 행위로 인해 전체 운용업계가 숨죽이고 있지만, 감독기관 역시 사태 확산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해선 여전히 정권 차원의 의혹도 가시지 않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 금감원 팀장 등이 이번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뒤 불신의 골도 깊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임, 옵티머스 사태가 정권과 얽힌 권력형 비리라는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면서 "정권 실세 아무개와 엮여 있다는 식의 의심도 많아 과연 제대로 털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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