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 상당기간 기준금리 변동이 없을 것이란 인식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금통위에서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총재가 완화적 스탠스를 유지하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데 방점을 두면서 이런 관점은 계속되고 있다.
금융시장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준금리 만장일치를 예상했던 가운데 한은도 추가적으로 뭔가를 더 하기보다는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한은, 단순매입 확대 '조건부' 가능성 열어둔 채 스탠스 유지
전일 금통위에서 채권시장의 관심이 한은의 '단순매입' 관련 스탠스였던 가운데 이 총재는 기존 입장에서 발언을 이어갔다.
예전 발언의 톤 범위 내에서 예상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로선 단순매입을 추가로 확대하거나 정례화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상황 변화 등에 따라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 채권 물량 확대 등으로 시장이 출렁이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단순매입 확대에 대해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니었으며 '조건부'로 문을 열어둔 셈이다. 이는 향후 채권 물량 증가 등에 따라 금리가 크게 튀거나 하지 않으면, 통화당국이 선제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한 한은의 추가 개입을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수급 부담으로 인한 시장 스트레스가 선행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이 크지 않다면서 유연한 대응을 공언했다.
따라서 향후 물량 부담으로 실제 시장 금리가 튀어오르는 일 등이 나타나야 한은의 적극 대응을 고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많다.
■ '상당기간' 금리동결 예상
기준금리가 유효하한에 밀착돼 있기 때문에 금리를 더 내릴 룸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한은이 생각하는 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정책금리가 높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금리를 내릴 룸이 사실상 없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실험 등이 있어야 한국도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은은 우선 경기 회복을 자신하기 전까지는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주열 총재는 "현 단계에선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궤도에 진입 확인할 때까지는 완화적 기조 끌고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은이 금리나 정책을 변경하기 보다는 상당기간 대내외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는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앞으로 금리결정회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기준금리 동결 기간도 길어질 것이란 관점도 강한 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상당기간에 걸쳐 유사한 통화정책 이벤트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상당기간 금리결정 이벤트가 사람들을 긴장시키기보다는 밍밍하고 싱거운 회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 추가 인하는 없을 것"이라며 "내년까지 동결 이후 여건을 감안해 인상 가능성을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 한은의 저금리 부작용 관련 인내심 주시하기도
집값, 전세값 고공행진으로 저금리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않은 가운데 한은이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추가적인 완화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도 많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금리의 실효하한 근접,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성 등으로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은이 안정적 성장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완화적 기조 유지를 시사했으나, 이전에 비해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대한 언급도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완화적 스탠스가 지금보다 크게 강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경기가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되며 금년 성장률이 지난 8월 전망치(-1.3%)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융상황이 펀더멘탈 대비 완화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런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우려도 계속됐다"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경기회복 가시화까지 상당기간 동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자율 시장의 레인지 잡기...금리 되돌림 속 브로드한 레인지 하단은 0.8%, 1.4% 정도?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선 상당기간 기준금리 동결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만큼 현재 수준에서 금리가 하락하거나 오를 룸을 가늠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유효하한에 거의 밀착했지만 기준금리와 스프레드 등을 따져서 접근하고 있다.
일단 최근 금리가 상당히 올라왔던 만큼 되돌림할 룸을 점검하는 모습들이 많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단 내년 말까지는 금리 동결이 예상된다"면서 "상당기간 금리 동결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국고3년-기준금리 스프레드 40bp 이상은 과도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벤트가 끝난 만큼 3년과 10년은 0.9%, 1.5%에서 얼마나 더 내려갈 수 있을지 룸을 체크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브로드하게 보면 금리 하단은 3년 0.8%, 10년 1.4%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시장은 예상보다 꽤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선을 둘러싼 잡음이나 경기부양책과 국내 재정정책 활성화와 채권 물량 증가 등을 감안해 현재 수준에서 더 강해지는 것은 부담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딜러는 "한은 총재가 채권 수급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연말로 가면서 물량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오늘 외인 매수로 장이 예상보다 강하지만 금리가 조금만 더 내려가면 레벨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수준에서 강해질 룸은 제한적이고 금리가 오를 룸은 좀 더 열려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일과 오늘 외국인 선물 매수가 금리 레벨을 끌어내리는 것처럼 앞으로도 매매에 소극적인 국내 투자자들보다 외국인 매매가 금리 레벨을 결정하게 될 것이란 시각들도 엿보인다.
외국인은 1시30분 현재 3년 선물을 7천계약 가까이 순매수 중이며, 10년 선물도 3천계약 넘는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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