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시대 유럽의 페스트(pest)는 봉건제의 몰락과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탄생을, 1차 세계대전과 맞물린 스페인 독감은 자본집약적 산업의 발달과 함께 미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쥐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 우리는 또 한 번의 팬데믹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오는 시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비대면의 일상화, 경제활동의 디지털화 등은 멀게만 느껴졌던 4차 산업혁명을 더욱 빠르게 앞당기는 모양새다.
이 중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Data)와 네트워크(Network)·인공지능(AI) 생태계 강화,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비대면 산업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3조4000억 원을 투자해 총 33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목표다.
디지털 뉴딜의 성공은 나아가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과 후방산업 발달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정책이 성공하고 ‘데이터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개인정보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이 지난달 시행됐다. 마이데이터와 비금융신용평가업의 도입, 데이터거래소 출범 등 본격적인 데이터 산업 생태계 조성도 시작됐다.
그러나 가파른 변화 속에서 산업전반을 관리하고 중심을 잡아 줄 ‘콘트롤 타워(Control tower)’가 없다. 단순한 보호가 아닌, 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한 데이터 전담 부처의 신설이 필요한 때다.
데이터 활용과 거래 촉진 방안, 관련 입법 제정, 흩어져 있는 데이터 간 연계 등 산업 전반적으로 수행해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다.
데이터 전담 부처는 이 모든 업무의 중심에서 데이터 산업의 앞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옥상옥을 더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무조건 모든 데이터를 전담 부처에 이관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 간 역할 분담을 전담 부처가 보조해야 한다. 무분별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데이터 예산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기능도 필요하다.
데이터의 올바른 가치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데이터 기본법을 제정·운용하는 기능도 맡아야 한다.
또 대통령 주재 하에 국가데이터 전략회의를 설치,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데이터 활용과 거래에 대한 논의를 주기적으로 행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집행기능 위주의 청 보다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입법 및 예산 기능을 갖는 독립적인 행정관청으로서의 위상을 가져야 한다. 데이터 전담 부서가 이름만 있는 곳이 아닌, 실질적으로 한국 데이터 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담기구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다루는 각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 데이터 산업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기반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 활용에 과감히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산업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고, 사회 곳곳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다각적인 시각과 안목, 분야 간 조율과 도전의식이 데이터 산업을 이끄는 리더에게 필요한 조건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기업데이터도 데이터 활용과 플랫폼 사업의 고도화가 올해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정부가 주관한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한 데 이어, 현재 ‘지역산업·경제생태계 상황판(Dash-Board)’을 개발해 지역 기업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적시성있고 효율적인 지역경제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경상도와 제주도 등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군포시, 광명시 등 기초자치단체에 구축돼 활용 중이다. 당사가 보유한 기업 데이터베이스(DB)는 현재 약 1100만 개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발굴해 가는 것이 한국기업데이터의 미래 과제다.
정부는 뉴딜을 통해 AI기반 상권분석정보 제공, 제조데이터 저장센터 구축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방안에 한국기업데이터가 역할을 한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설립목적에도 부합하게 된다.
디지털 뉴딜 정책으로 민·관이 각자의 수요에 맞는 데이터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우리나라는 문화·ICT(정보통신기술)·보건강국의 위상을 넘어 데이터 산업에 있어서도 선두의 자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발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기회는 준비된 대한민국에게 다시 찾아올 것이다.
[송병선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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