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유럽의 페스트(pest)는 봉건제의 몰락과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탄생을, 1차 세계대전과 맞물린 스페인 독감은 자본집약적 산업의 발달과 함께 미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쥐는 발판을 마련했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이러한 산업구조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 중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Data)와 네트워크(Network)·인공지능(AI) 생태계 강화,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비대면 산업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3조4000억 원을 투자해 총 33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목표다.
이미 개인정보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이 지난달 시행됐다. 마이데이터와 비금융신용평가업의 도입, 데이터거래소 출범 등 본격적인 데이터 산업 생태계 조성도 시작됐다.
그러나 가파른 변화 속에서 산업전반을 관리하고 중심을 잡아 줄 ‘콘트롤 타워(Control tower)’가 없다. 단순한 보호가 아닌, 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한 데이터 전담 부처의 신설이 필요한 때다.
데이터 전담 부처는 이 모든 업무의 중심에서 데이터 산업의 앞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옥상옥을 더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무조건 모든 데이터를 전담 부처에 이관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 간 역할 분담을 전담 부처가 보조해야 한다. 무분별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데이터 예산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기능도 필요하다.
데이터의 올바른 가치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데이터 기본법을 제정·운용하는 기능도 맡아야 한다.
또 대통령 주재 하에 국가데이터 전략회의를 설치,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데이터 활용과 거래에 대한 논의를 주기적으로 행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집행기능 위주의 청 보다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입법 및 예산 기능을 갖는 독립적인 행정관청으로서의 위상을 가져야 한다. 데이터 전담 부서가 이름만 있는 곳이 아닌, 실질적으로 한국 데이터 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담기구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다루는 각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 데이터 산업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기반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 활용에 과감히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산업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고, 사회 곳곳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다각적인 시각과 안목, 분야 간 조율과 도전의식이 데이터 산업을 이끄는 리더에게 필요한 조건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기업데이터도 데이터 활용과 플랫폼 사업의 고도화가 올해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정부가 주관한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한 데 이어, 현재 ‘지역산업·경제생태계 상황판(Dash-Board)’을 개발해 지역 기업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적시성있고 효율적인 지역경제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경상도와 제주도 등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군포시, 광명시 등 기초자치단체에 구축돼 활용 중이다. 당사가 보유한 기업 데이터베이스(DB)는 현재 약 1100만 개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발굴해 가는 것이 한국기업데이터의 미래 과제다.
정부는 뉴딜을 통해 AI기반 상권분석정보 제공, 제조데이터 저장센터 구축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방안에 한국기업데이터가 역할을 한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설립목적에도 부합하게 된다.
디지털 뉴딜 정책으로 민·관이 각자의 수요에 맞는 데이터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우리나라는 문화·ICT(정보통신기술)·보건강국의 위상을 넘어 데이터 산업에 있어서도 선두의 자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발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기회는 준비된 대한민국에게 다시 찾아올 것이다.
[송병선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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