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장님과 선배님들이 이루어 놓으신 대림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절대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그는 1968년생으로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며 대림산업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회장의 손자다.
미국 덴버대학교 경영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용통계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대림엔지니어링 입사 이후 다양한 직무경험을 쌓으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이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IMF 당시 석유화학사업 체질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으며, 석유화학사업 빅딜과 해외 메이저사와 전략적 제휴를 이뤄내 재무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2010년에는 독일·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고반응성 폴리부텐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에서 선정한 '광복 70주년 과학기술 대표 성과 70선'에 포함되는 성과를 이뤄냈다.
격식에 얽매인 모습보다는 자유분방하고 예술적인 성향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올해 신년사에서는 다른 재계 총수나 대표이사들이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과 경영철학 등을 드러낸 것과는 달리 ‘임직원 건강관리’를 강조하는 내용만을 담아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올 한 해는 여러분들의 건강에 좀 더 신경 쓰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 건설사업부 배원복 사장 중심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경영 시너지 기대
올해 3월 이해욱 회장은 대림산업의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았다. 김상우·배원복 대표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경영 투명성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위해 사내이사 1인을 제외하고 3명의 사외이사로만 내부거래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대림산업에 선임된 배원복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이사의 이력은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배 사장은 LG전자에서 30년 이상 재직하면서 MC상품기획팀장, 디자인경영센터장, 마케팅그룹장을 지내며 핸드폰사업을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대림오토바이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며 대림에 영입되긴 했으나, 그 전까지는 건설사 경영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그러나 업계의 우려 섞인 시선이 무색하게, 대림산업은 배원복 대표 영입 이후 날개를 펴고 있다.
상반기 대림산업의 누적 매출액은 5조114억원, 영업이익은 59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11%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 주택사업 호조가 이어지며 얻어낸 성과다. 자회사인 카리플렉스와 고려개발의 신규 연결 편입 효과도 있었다.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역시 유가 반등에 따라 전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하였다. 또한 지분법 적용 유화사업부문 계열사인 여천NCC, 폴리미래 모두 유가 반등과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이익이 대폭 개선되기도 했다.
◇ 지주사 전환·사옥 이전, 커다란 변화 앞둔 대림
올해 창립 81주년을 맞이한 대림산업은 내년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오랜 기간 몸담았던 수송동 사옥의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대문으로 사옥 이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업 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또한 이사회를 통과한 상태다.
대림산업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와 2개의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을 동시에 추진해 대림산업을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디엘 주식회사(가칭)와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디엘이앤씨(가칭), 석유화학회사인 디엘케미칼(가칭)로 분할하게 되는 것이다.
대림은 12월 4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지주회사를 출범할 계획이다.
대림은 그동안 건설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이 독립적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해 나갈 최적화된 시점을 모색해왔다. 기업분할을 통해서 산업별 특성에 맞는 개별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통해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지주회사 중심의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도 확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기존 내부거래위원회를 확대 재편하여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운영하기 위해서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 제도도 함께 도입한다.
지주회사인 디엘은 계열사 별 독자적인 성장전략을 지원하고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디엘이앤씨는 안정적인 이익성장을 발판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생산성을 혁신하고 디벨로퍼 중심의 토탈 솔루션(Total Solution) 사업자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디엘케미칼은 저원가 원료기반의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윤활유와 의료용 신소재 등 스페셜티(Specialty) 사업 진출을 통해서 글로벌 탑20 석유화학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분할방식은 대림산업을 디엘과 디엘이앤씨로 인적분할하고 디엘에서 디엘케미칼을 물적분할하는 구조다. 디엘과 디엘이앤씨는 기존 회사 주주가 지분율에 따라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다. 분할비율은 디엘 44%, 디엘이앤씨 56%다. 동시에 디엘은 석유화학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디엘케미칼을 신설하게 된다. 디엘이 디엘케미칼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 유화부문 투자로 종합 디벨로퍼 성장 추구·스마트건설 비롯 상생성장 노력도
대림산업은 지난 3월 미국 크레이튼(Kraton)사의 카리플렉스(CariflexTM) 사업 인수작업을 최종 완료한 것에 이어, 지난달에 추가적인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카리플렉스는 5천만 달러(약 6백억원)를 투자해 브라질 파울리나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카리플렉스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 생산업체다. 카리플렉스가 공장 증설을 결정한 배경은 의료용 소재의 높은 수요 성장률에 있다. 연초부터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의료용 소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시장은 천연고무 소재와 달리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없어 매년 8% 이상의 높은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림은 올해 3월 카리플렉스 인수를 완료한 뒤 반년도 안된 시점에서 추가 투자를 결정하며 고부가 의료용 소재 산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림은 카리플렉스가 보유한 세계 유일의 음이온 촉매 기반의 합성고무 제조기술을 활용하여 신규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요 증가에 맞춰 추가 확장도 적극 검토 중이다.
뿐만 아니라 대림은 과감한 디지털 전환 활동을 통해서 환경 친화적인 건설기술과 안전한 현장 관리체계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드론, 인공지능(AI) 기술을 건설현장에 도입하고 안전사고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건설 현장에서 측량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다. 작업 범위와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수시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측량을 진행하다 보니 업무 효율이 낮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대림산업은 드론을 활용해 측량을 실시하고 있다.
드론이 측량한 자료는 대림산업 기술개발원 드론 플랫폼에서 3차원 영상으로 구현되어 다양한 정보와 함께 협력업체에 제공된다. 협력회사는 PC화면을 통해서 공사구간에 쌓여 있는 흙의 양과 높이, 면적 등 공사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를 빠르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드론 측량 시스템을 지원받은 토공사 협력회사의 경우 생산성이 기존보다 약 70% 이상 향상되었다.
대림산업은 머신 컨트롤(Machine Control)같은 스마트 건설 장비 지원과 함께 관련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한 작업자 교육에도 나섰다. 개당 4,5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를 구매하기 힘든 협력업체를 대신해 대림이 무상으로 대여해 주는 방식이다. 머신 컨트롤 기술은 굴삭기와 불도저와 같은 건설장비에 정밀 GPS, 경사 센서와 디지털 제어기기 등을 탑재해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처럼 진행 중인 작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대림산업 배원복 대표는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하고자 수익성 중심의 재무적 성과를 창출하고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지속가능 경영활동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기대하고 요청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노력할 것” 이라고 전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