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이 통과됐고 이 효과가 8월부터 작동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시장에선 갭 투자가 줄어들고 있고, 법인 등이 가진 물건이 매매로 많이 나오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 감소한 강남4구 등 투기과열지구 갭 투자, 다세대 주택·오피스텔 등으로 풍선효과
미래통합당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실이 제공한 자금조달계획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임대보증금 승계 후 임대목적으로 거래된 아파트 매매건수는 3638건으로 지난 6월(6940건) 대비 47.6%(3302건) 감소했다. 비율로 보면 40.8%에서 36.1%로 줄어들었다.
특히 강남4구의 갭투자 건수는 지난 6월 1885건에서 지난달 860건으로 54.4%(1025건) 줄었다. 구체적으로 송파구는 624건에서 211건(66.2%·413건)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강남구는 500건에서 229건(54.2%·271건)으로, 강동구는 393건에서 196건(50.1%·197건)으로, 서초구는 368건에서 224건(39.1%·144건)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오피스텔 등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이 뛰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7005건으로, 2008년 4월(7686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0.15%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올해 5월까지만 해도 –0.02% 선이었으나, 6.17, 7.10 대책 등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플랫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4504건으로, 지난해 7월(2742건) 대비 6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치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7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39.4로 2015년 4월(139.7) 이후 5년 4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관련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수치가 떨어지기는커녕 계속해서 오르며 시장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지엽적인 정보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며, “현장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가장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인데, 지금의 정책 방향성을 살펴보면 그러한 경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9억 넘었는데 김현미 “일부 몇 개 아파트”…현실인식하고 있나
그런가하면 25일 국회 교통위 회의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 집값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관해 질의했다. 이에 김현미 장관은 “일부 몇 개 아파트를 모아서 봤을 때 10억원이 넘은 것인데, 서울 전체 통계인 것으로 보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현미 장관의 말처럼 ‘일부 몇 개 아파트’가 10억 원을 넘겼다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개별 사례를 살펴보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만 살펴봐도 정부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위가격이란 주택이나 아파트를 가격 순서대로 나열 했을 때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 등에서 가장 중간에 위치하는 주택 또는 아파트의 가격을 말한다.
평균가격은 전체의 데이터를 모두 더한 뒤 그 개수로 나눈 대푯값이다. 따라서 초저가, 초고가 주택·아파트 등 극단값을 포함할 경우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중위가격은 이 같은 극단값의 영향을 덜 받으므로 주택가격과 같이 극단값이 존재하는 데이터에서 주로 이용된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9억2787만 원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약 170만 여개의 아파트가 있다고 보면 이 중 절반가량은 9억 원을 넘는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다주택자들이 주택 수를 줄이는 대신 똘똘한 한 채인 서울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해 서울과 경기도 간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114 통계에서도 올해 7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가구 당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09만원으로 집계됐다. 25개 구 가운데 강남구가 20억1776억 원으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19억5434만원) ▲송파구(14억7738만원) ▲용산(14억5273만원) ▲광진구(10억9661만원) ▲성동구(10억7548만원) ▲마포구(10억5618만원) ▲강동구(10억3282만원) ▲양천구(10억1742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76㎡(이하 전용면적)는 이달 초 역대 가장 비싼 매매가(22억2000만원)를 기록하며 거래됐다. 이달 들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롯데캐슬프레지던트 84㎡는 20억8000만원에, 서초교대 e편한세상 84㎡는 20억9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신고가 경신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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