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는 14일 신영증권이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CERCG의 또 다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의 1억5000만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도 만기 상환되지 못했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국에서 발행된 ABCP(금정 제12차)까지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동반 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이 ABCP 역시 CERCG가 보증했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해당 ABCP 1645억5000만원어치를 인수해 판매를 주선했고 현대차증권(500억원) 등 금융회사 9곳이 이를 매입했다.
BNK투자증권 A 차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4차 변론기일에 신영증권 측 증인으로 출석해 현대차증권으로부터 해당 ABCP를 매수한 경위에 대해 “현대차증권 B 차장이 금정 12차 ABCP 100억원 상당을 매도하고자 하는데 이를 받아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바로 다음 영업일에 신영증권에 ABCP를 다시 매도한 배경에 대해서는 “동일 종목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100억원 어치 팔라는 상급자의 지시에 매도하게 됐다”며 “B 차장에게 ‘100억원 어치를 팔아줄 수 있냐’고 묻자 ‘신영증권 C 부장에게 매도가를 내놓으면 된다’는 답을 들었다. 이후 케이본드를 통해 C 부장에 매도가를 제시하자 확정 메시지가 들어와서 거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현대차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증권은 실무자 간 사적으로 이뤄진 얘기일 뿐 공식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아닌 만큼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사설 메신저인 텔레그램 등을 통해 수요 협의 차원에서 일부 대화가 오고 간 것만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현대차증권의 입장이다.
지난 1월 유안타증권이 신영증권과 같은 이유로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148억원 규모의 매매대금 청구소송도 원고 패소로 판결이 났다. 서울중앙지법은 텔레그램 상 대화 내용은 매수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 과정으로 확정적이고 구속력 있는 매수 의사 합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유안타증권 직원이 매매 계약의 내용으로서 성립했다고 주장하는 거래 조건이 케이본드(K-Bond) 메신저나 이와 유사하게 거래 내역을 저장할 수 있는 메신저상에 언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케이본드는 한국금융투자협회의 채권거래전용 시스템으로 채권 거래에 있어 메신저 기능과 그 대화 내용을 저장해 거래 내역을 남길 수 있다.
법원은 텔레그램의 경우 비밀 대화 기능을 통해 대화 내용을 서버에 남기지 않을 수 있고 그 내용을 언제든지 삭제하거나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매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하기 전에 거래조건을 변경·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유안타증권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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