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면역 항암치료제 개발업체 신라젠이 상장폐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란 회사의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심사 과정이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일정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가 공시 등을 통해 확인되는 경우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거래소는 지난달 8일 신라젠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함에 따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해왔다.
신라젠이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됨에 따라 거래소는 회사에 통보하고 이후 15영업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신라젠이 이 기간 내에 경영개선계획서를 낼 경우에는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로 기심위의 심의·의결이 연기된다.
기심위 심의 결과가 개선기간 부여로 나올 경우에는 개선기간 종료 이후 다시 기심위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또 심의 결과 상장 적격성이 인정되면 매매 거래 정지가 해제된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지난달 29일 문은상 신라젠 전 대표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업무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미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여기에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에 500만달러를 대여한 후 전액 손상처리해 신라젠에 손해를 가한 혐의도 이달 8일 추가됐다. 신라젠 전무 A씨는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같은 날 구속기소됐다. A씨는 항암치료제 펙사벡의 임상실험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신라젠 주식을 미리 매도해 64억원 상당의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는다.
문 전 대표와 함께 대금 납입 없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해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은 이용한 전 대표와 문 전 대표의 인척인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는 이보다 앞선 지난달 4일 구속기소됐다.
신라젠은 2006년 설립된 면역 항암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2016년 기술력이 입증된 기업에 일부 상장 요건을 면제해주는 기술 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회사는 펙사벡 개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해 한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펙사벡의 임상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폭락했고 개인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한때 15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1만2100원에서 매매 정지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신라젠의 소액주주 수는 16만8778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6230만주(지분율 87.6%) 규모다. 소액주주 보유 주식 수에 현재 주가(1만2100원)를 적용하면 주식 가치는 7500억원에 이른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행동주의 주주모임을 결성해 주식 거래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신라젠 개인 투자자들로 구성된 비영리법인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지난달 14일 입장문을 내고 “문 대표가 부정이득을 얻는 과정에서 무고한 17만 개인 투자자들이 심각한 재산상의 손해와 정신적인 피해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신라젠 거래 정상화를 위해 관계 기관들의 협조와 요구 사항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