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순손실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트레이딩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데다가 투자파트너스와 부동산신탁 등의 실적도 부진했던 탓이다.
◇ 글로벌 금융환경 따른 높은 실적 변동성 리스크로 부각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11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1분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치면서 실적을 깎아 먹었다.
증권 별도 실적은 순손실 561억원이었다. ELS 헤지 운용 대규모 손실 등으로 트레이딩 부문이 적자를 낸 영향이 컸다.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2위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큰 자체 헤지 운용 규모를 보유하고 있어 지난 3월 금융시장 여건 악화로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자체헤지 운용 잔고는 3월 말 기준 4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 4조1000억원에서 대비 5000억원 늘었다.
ELS 기초자산인 글로벌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동반 하락하며 시장변수들이 크게 변동하자 원활한 헤지운용 수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ELS 발행액의 평가가치(부채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내부 산정방식에 따라 평가손실이 확대됐다. 한국금융지주 기타 자회사인 부동산신탁에서는 사업 초기 단계의 수익 대비 높은 판관비 지출로 2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도 113억원 적자를 냈다.
◇ 2분기 전망은…“시장 안정·ELS 자체헤지 관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올 2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60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3.24% 줄어든 수준이나 전분기 적자는 거뜬히 만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손실이 소멸되면서 2분기 실적 개선 폭은 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타 대형증권사 대비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지 않았던 만큼 거래대금 증가 등 최근 시장변화의 수혜 정도는 낮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부진한 실적의 주요인이 평가손실과 ELS 관련 손실임을 감안하면 2분기 말 글로벌 지수가 1분기 말 대비 높은 수준에서만 마감된다면 무조건적인 증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금융지주에 따르면 한국투자파트너스 및 역외펀드, 홍콩현지법인의 손실은 대부분 투자금융자산의 일시적 평가가치 하락에 따른 것으로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화된 지난달 말 기준 이미 상당 부분 회복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에도 발행 ELS 기초자산 지수의 대부분이 이미 조기상환 가능 구간에 근접하거나 넘어선 상황인 만큼 이연된 ELS 수수료 수익이 인식되면 ELS 부문 손익은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이연된 수수료 잔액은 약 1500억원을 웃돌았다. 향후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신규 수익원 확보가 관건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운용 손익 변동성의 확대, 고객 LP 리스크 관리 강화에 따른 IB 영업 활동 둔화, 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 등은 한국금융지주의 주요 수익원인 자본활용형 비즈니스 성장성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신규 수익원 확보에 대한 계획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추가적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변수의 산정방식, ELS 헤지 운용 전략 및 프로세스를 개선·보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ELS 자체 헤지 규모를 축소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회사 전체적으로 보유자산이나 우발채무 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한편 AM, BK, IB 등에서의 핵심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해 수익 능력을 신장시키고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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