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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올해 경제성장률 –0.2%, 마이너스 폭 더 커질 수도”(종합)

기사입력 : 2020-05-28 13:05

(최종수정 2020-05-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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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이후 22년만에 역성장 가능성..."국내경제 성장세 크게 둔화돼"
기준금리도 0.75%에서 0.50%로 25bp 인하..."코로나19영향 장기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한 가운데 비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는 마이너스(-)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정부의 대규모 국고채 발행으로 인한 채권시장 불안 시 국고채 단순매입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향후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추가 확대가 필요할 시에는 금리 이외의 정책수단을 활용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는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 높아 가정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전망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본 시나리오보다 낙관적으로 본 경우와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를 나눠서 숫자를 짚어봤다”며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소폭의 플러스(+)로 오를 수 있다고 보고, 비관 시나리오 하에서는 마이너스 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2.3%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1.6% 이후 11년 만이다. 그해 실제 성장률은 0.8%를 기록해 역성장은 면했다.

한은의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경제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하게 된다. 국내 성장률이 마이너스였던 적은 국내총생산(GDP) 통계 작성 이래 1980년(-1.6%), 1998년(-5.1%) 두 번뿐이었다.

이 총재는 “기본 시나리오는 코로나19 글로벌 신규 및 잔존 확진자 수가 2분기 중에 정점 이룬 후에 차차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국내에서는 국지적 확산이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겠지만 대규모 재확산 없을 것이란 전제에 기초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국내경제는 소비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수출도 큰 폭 감소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지는 등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며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도 국내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봤다. 이 총재는 “현재 미중 간 무역 이슈를 중심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런 갈등이 구체화 될지, 어떤 조치가 어떤 강도로 나타날지에 대해서 지금은 예상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이번 성장률 전망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수치에 반영하지는 못하고 하방 리스크로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전개양상이 (경제성장률 하락에) 제일 중요한 요인이 되겠지만 미중 갈등 전개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큰 리스크로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필요시 국고채 매입…규모나 정례화 방안 대해서는 말 아껴

이 총재는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적기에 국고채 매입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국고채 발행 규모 확대에 따른 채권시장 수급 불균형 우려와 관련 “대규모 국고채가 발행되면 수급불균형에 따라서 시장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장기금리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필요시에는 국고채 매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고채 매입 규모의 경우 금융시장 및 국고채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고채 매입을 정례화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에도 “한은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에 유의하고 있고 활용 가능한 다양한 시장 안정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대답으로 갈음했다.

이 총재는 또 “국고채 발행 증가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생긴다면 유통시장에서의 매입을 통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고채를 발행시장에서 매입하거나 직접 인수하는 방안은 사실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대부분 주요국 중앙은행의 경우 국채매입은 유통시장 매입을 원칙으로 해 발행시장에서의 매입이라든가 직접 인수는 대부분 법으로 금지하거나 예외적인 경우에만 실시하고 있다”며 “직접 인수나 발행시장을 통해 대량으로 매입하게 되면 재정 확충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기준금리 실효하한에 가까워져…금리 이외 정책수단도 적극 활용

한은 금통위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50%로 0.25%p 인하했다. 지난 3월 16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사상 처음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데 이어 지 두 달여 만에 다시 금리를 내렸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거의 0% 근처까지 떨어지고 물가상승률도 크게 낮아지는 상황이어서 당연히 이 시점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실효하한을 고려한 추가 금리정책 여력에 대해서는 “이번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며 “자본유출 측면에서만 본다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는 우리나라 실효하한이 높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린다고 하면 실효하한도 달라질 수 있고 우리나라 정책 여력도 늘어날 수 있다”며 “그러나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한은이 이를 가정해서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지 생각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금리 이외의 정책수단을 통해서도 적극 대응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활용할지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곤란하고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며 “앞으로의 금융시장 상황, 국내 경제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필요한 수단을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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