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부동산 시장은 직접 공인중개업소를 돌아다니며, 매물을 직접 보고 계약하는 이른바 ‘발품’을 중요시하던 시장이지만, 최근에는 어플리케이션과 VR,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현장에 가지 않아도 내게 맞는 매물을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들이 각광받고 있다.
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로, 정보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을 말한다. 프롭테크 비즈니스 영역은 크게 중개 및 임대, 부동산 관리, 프로젝트 개발, 투자 및 자금 조달 분야로 분류할 수 있다.
프롭테크 서비스에는 빅데이터와 VR 등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두루 활용되고 있다.
현재 한국프롭테크포럼은 IT, 테크,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를 주도하는 173개 기업이 회원사로 함께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사사(社)인 직방과 야놀자, 우미건설 등을 필두로, 정회원사로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부터 호갱노노, 집닥 등 프롭테크 업체들까지 두루 포함돼있다.
이는 국내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해 한국프롭테크포럼이 발표한 ‘2019 상반기 회원사 조사’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40개 프롭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누적 투자금액은 총 1조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누적투자가 100억원 이상인 기업 역시 야놀자, 직방 등 국내 대표 프롭테크 업체를 포함해 고스트키친, 스파크플러스, 알스퀘어, 어웨어, 집닥, 파킹클라우드, 패스트파이브 등 13개 사나 됐다. 같은 기간 매출과 고용, 해외진출 역시 상승세를 보이는 등 관련 업권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 부동산 마케팅 플랫폼부터 인테리어 플랫폼까지 다양한 프롭테크 서비스
국내의 대표적인 프롭테크 서비스는 부동산 중개를 주력으로 하는 부동산 마케팅 플랫폼 직방·네모·호갱노노, 인테리어 비교 견적 등을 주력 업무로 삼고 있는 인테리어 플랫폼 집닥·오늘의집, 금융지주들과 은행이 참여하고 있는 KB부동산 리브온, 우리 원더랜드 등을 들 수 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의 의장사이기도 한 직방은 부동산정보 플랫폼으로, 2012년 1월, 원룸/오피스텔에서 출발해 2016년에는 전국 아파트까지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들은 직접 구축한 정보망을 통해 중개사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며 부동산정보 서비스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20년 3월 기준으로 직방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2,900만 건이며, 회원사인 중개사무소 수는 4만1000개, 거주자들이 직접 쓴 리뷰도 23만 건에 달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평당 시세·시세 변동률·인구 흐름·주변환경을 상세하게 제공하는 것은 물론, 평형별·거래유형별·기간별 실거래가 내역과 전세가율을 그래프로 쉽게 파악할 수도 있다.
특히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직방 VR홈투어’를 통해 직접 가본 것처럼 생생하게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도 고객들의 호평을 얻으며 점차 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특히 올해 초 벤처캐피털 ‘브리즈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함으로써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Corporate Venture Capital)로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에 특화된 IT 전문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한 가운데 프롭테크 영역에서도 성장성이 높은 다양한 기업들을 발굴, 투자함으로써 프롭테크 생태계 형성에 앞장설 계획이다.
국내 대표 인테리어 비교 견적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집닥’ 역시 프롭테크 기업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들은 주거 및 상업 공간 인테리어 서비스에서부터 프랜차이즈 및 B2B 인테리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초 누적 거래액 30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견적문의 20만 건을 돌파하기도 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지주들 역시 프롭테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종합부동산플랫폼 ‘KB부동산 리브온(Livv ON)’은 출시 3년여 만에 다운로드 수 200만 건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은 국민은행이 지난 2017년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부동산금융 애플리케이션이다.
소비자는 매물 검색부터 시세 조회, 대출한도 조회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고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회원 중개업소는 무료로 매물을 등록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도 부동산 투자자들을 위한 부동산지인·테라펀딩은 물론,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기업 빅밸류, 실감형 공간기술을 기반으로 VR 견본주택 서비스 ‘집뷰’를 제공하고 있는 올림플래닛 등도 프롭테크 열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 글로벌 프롭테크 기업 벤치마킹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 필요…관련 제도개선이 과제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하며 전망을 밝히고 있는 프롭테크 업계지만,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과제들이 산적하다는 평도 나온다.
현재 국내 프롭테크사들 가운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곳은 대부분 직방을 비롯한 부동산 비교 서비스일 뿐, 미국의 사례처럼 부동산 법률자문이나 감정평가, 매매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구글과 아마존 등이 참여해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공유경제 시스템을 활용하는 등 국내에 비해 넓은 스펙트럼의 프롭테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올해 말까지 프롭테크 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주택임대관리업, 관리업, 감정평가업의 겸업이 허용되지 않아 종합 부동산 플랫폼의 출현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롭테크 업계는 이번 국토부의 로드맵 마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롭테크 기업들의 노력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프롭테크 사들 가운데서도 건설업계까지 선도할 수 있는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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