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이 대폭락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친 결과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장 대비 305% 폭락하며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원유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공급은 넘치는 데다가 선물 만기 이벤트가 겹치자 ‘콘탱고 현상’(Contango·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상태)이 극심해졌다.
이는 원유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과잉으로 재고가 축적되면서 저장 공간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EIA(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한 주 만에 1925만배럴 늘었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1100만배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급감에 따른 원유 재고 폭증으로 미국의 경우 원유 재고 수준이 2주 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현 상황이 8~9주 지속될 경우 원유 저장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아무리 원유가 싸더라도 저장할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비정상적 유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세 진정에 따른 경제 재개 이전까지 대폭적인 추가감산만이 유가 안정을 위해서는 필요할 전망이지만 OPEC+나 미국 내 셰일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당분간 유가 불안은 지속될 공산이 높다”고 설명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WTI 가격은 원유재고 소식에 약세를 지속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6월물 만기가 도래하는 5월 19일에도 가격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이승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6월물 WTI 선물은 18% 하락에 그쳤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6월 전까지 OPEC+ 긴급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낮고 미국의 자연 감산량도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원유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백 연구원은 “원유 수급 밸런스만 보면 올해 2분기가 가장 최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하반기 본격적인 원유감산 효과가 실현되고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원유 수요 개선으로 원유시장의 수급 밸런스는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요 산유국의 감산으로 증산 우려가 일부 해소됐고 5월 중으로 주요 국가의 경제 재개가 기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 하락 압력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만기가 멀어질수록 국제유가 하락이 제한적이었고 8월물 이후 선물 간 스프레드가 1달러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원유시장이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