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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국은행이 회의 열면 긴장하는 이자율 시장

기사입력 : 2020-03-10 14:08

(최종수정 2020-03-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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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월 금리결정회의 당시의 이주열 총재 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2월 금리결정회의 당시의 이주열 총재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이자율 시장이 한국은행의 작은 변화 조짐이라도 포착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 통화당국이 그간 보여준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스탠스에도 불구하고 태도 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연준이 긴급 FOMC에서 금리를 50bp 내린 뒤 17~18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도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한은의 4월 9일 금리결정회의까지 기다리기 어려워 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 미국의 정책조합, 트럼프의 대대적인 경기부양 예고와 연준의 계속된 조처에 대한 기대

간밤 뉴욕 주가지수가 7%대 폭락을 기록하고 미국채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도 바빠졌다.

현지시간 9일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013.76포인트(7.79%) 폭락한 2만3,851.02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낸 것이다. 장중 2,158포인트나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S&P500지수는 225.81포인트(7.60%) 내린 2,746.56을 나타냈다. 9개월 만에 최저치이자 2008년 1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었다. 나스닥은 624.94포인트(7.29%) 하락한 7,950.68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9.85bp 폭락한 0.5669%를 기록했다. 최근 3거래일 사이 50bp 가까이 레벨이 낮아진 것이며, 사상 최저치 경신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질 때도 주가지수의 흐름에 따라 발언의 수위 조절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가만히 있기 어려웠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 개장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대적인 경기부양 예고 소식이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근로소득세 인하 논의를 언급하면서 '대대적인 경제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발언했다.

미국 연준도 주가 폭락 상황에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일단 긴급 단기 유동성 투입 카드를 빼들었다.

공개시장조작을 담당하는 뉴욕 연은은 레포 거래를 통한 자금공급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익일물 레포 거래 한도는 종전 100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 이상으로, 기간물인 14일물은 200억달러에서 450억달러로 각각 확대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

연준이 지난주 긴급 회의를 열어 금리를 50bp 내렸지만, 시장의 가격 변수는 다음주 정규 회의에서 75bp 더 내릴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더라도 투자자들 사이엔 최소 25bp는 내리지 않겠느냐는 입장이 많다.

■ 한국의 정책조합, 한은이 금융중개지원대출 5조원 늘려주긴 했는데...

우리 정부가 추경을 비롯한 재정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5조원 늘리면서 힘을 보냈다.

정부는 그러나 코로나19가 글로벌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당초 예상보다 더 깊고 오래갈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면서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사상 최고 수준의 외환보유액(2월말 4,092억불), 순대외채권 규모(19년말 4,806억불), 양호한 금융기관 외화유동성(외화LCR 19년말 120.6%)과 1,300억불이 넘는 통화스왑 등이 외환위기로부터 우리경제를 지켜주는 든든한 방파제라면서도 걱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용범닫기김용범기사 모아보기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아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실물경제 상황 역시 매우 엄중하다"면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해 3단계에 걸쳐 마련한 약 32조원 규모의 대책과 관련해 정부는 총 20조원 규모의 1단계, 2단계 대책을 신속히 집행하고, 3단계 대책인 추경의 경우 임시국회 내 통과 및 국회 통과 후 최대한 조기 집행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여당 정책위 의장 등 일각에서 '정책공조를 거론한 한은을 지켜보자'고 발언하기도 한 가운데 일부에선 여전히 더 빠른 금리인하가 나올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이날 아침엔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가 간부회의를 소집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이주열 총재는 "코로나19 사태 영향 등으로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안정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가능한 정책수단을 적극 활용해 금융안정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금융기관 건전성이 저해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대출정책, 공개시장운영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가야한다"면서 "앞으로도 환율 및 외화자금 사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자율 시장의 한은 눈치보기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팬데믹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회의도 많아지고 있다.

동시에 이자율 시장의 투자자들도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한은은 전날 윤면식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한 뒤 이날은 총재가 간부들은 소집한 뒤 다시 회의를 연 뒤 '금융안정 도모' 등을 공언했다.

특히 연준의 긴급 금리 50bp 인하 다음 날인 지난 4일 한은이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을 때는 시장이 크게 긴장했다. 그날 한은이 회의 결과 발표시간을 3시에서 미루면서 시장 긴장감이 커지기도 했다. 당시 한은은 국채선물 마감 직후인 3시46분에 결과를 발표했으며, 뭔가를 기대하면서 채권 롱 베팅을 했던 사람들은 타격을 입기도 힜다.

또 발표가 늦어지자 일부 투자자들은 현물 종가 거래금리 산정이 끝나는 4시 이후에 발표해주길 바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혼선은 선물 고평가폭이 10틱 이상으로 확대하는 가격변수 왜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무튼 최근엔 한은이 뭔가를 발표한다고 하면 적지 않은 사람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이탈리아를 필두로 서구 지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유가도 폭락해 긴장감이 배가된 측면이 있다. 아울러 간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오늘 아침에도 갑자기 이 총재의 발언이 나온다고 해서 긴장했다"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롱 입장에선 특별히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없어 오히려 실망스런 부분도 있었지만, 아무튼 계속해서 주시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 4월 9일까지 기다려야 할까..그 전의 금통위 시간표들

일부에선 4월 9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회의 외에도 금통위가 대기하고 있으니 이 시기를 주목하는 모습도 보인다.

금융시장이 계속 요동치면서 각국의 대응이 빨라진다면 한은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달엔 오는 12일과 26일 금통위가 열린다. 평상시 문법대로라면 금리 결정과는 관계 없는 회의들이며, 26일 회의는 금융안정을 논하는 자리다.

과거엔 통방(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아닌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린 적이 있다.

한은은 2001년 9월 19일(50bp), 그리고 2008년 10월 27일(75bp) 임시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했다.

그 시절엔 매달 '상반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결정했으나 2001년엔 9.11 테러 때문에 임시 회의를 열어 금리를 내렸다. 2008년 10월엔 이성태 의장(총재)의 긴급발의로 한은법 제28조에 의거해 의안 제46호 '통화정책방향'이 상정된 뒤 금리가 대폭 인하됐다.

지금처럼 1년에 8번, 즉 6주만에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이전엔 매월 두 번째와 네 번째 목요일(휴일 등 감안해 가끔 요일 변경)이 정례회의였다.

두 번째 주엔 금리 회의(통방), 네 번째 주엔 비금리 기타회의(비통방)가 열렸다.

이제는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나 연준의 추가적인 대응 등을 예상하는 사람들 사이에 긴급(임시) 회의, 그리고 4월 9일 이전 비통방 금통위까지 고르게 대기할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당장 내일 모레 회의에선 금리변경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매일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코로나가 전지구로 확산된 상황에서 미래는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한 직원은 "지금은 미국의 통화정책 과잉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게 나온다"면서 "개인적으론 시장 일각의 (4월 9일 이전 금리 인하) 기대가 좀 지나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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