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금리인하 후 시장은 추가적인 인하까지 기대하는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제로금리 시대'로의 회귀 가능성까지 엿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한은도 정례회의 이전에 금리를 내릴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연준의 놀랄만한 50bp 전격 인하와 열려 있는 추가인하 룸
최근 연준이 정례회의 전에 금리를 내릴지 여부, 금리인하 폭 등을 놓고 이견이 있었던 가운데 연준은 강력한 통화완화를 하는 시나리오를 택했다.
연준은 초과지준부리(IOER)도 1.6%에서 1.10%로, 익일물 역레포금리(O/N RRP)도 1.5%에서 1%로 내렸다.
선진국 모임인 G7이 성명을 통해 재정정책, 통화정책 등 모든 수단들을 사용해 코로나19에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연준이 먼저 총대를 멘 모습이다. 하지만 전염병 위험이 얼마나 경기에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미국채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1% 밑으로 떨어졌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6.91bp 폭락한 0.9957%를 기록했다. 미국 10년 금리가 전인미답의 0%대로 들어선 것이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기대 속에 국채2년물 금리는 20.97bp 떨어진 0.6971%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연준의 전격적인 인하는 뉴욕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연준의 결정 당일 뉴욕 주식시장은 유동성 장세보다 경기 둔화에 무게를 뒀다. S&P500지수가 86.86포인트(2.81%) 급락한 3,003.37을 나타내는 등 뉴욕 주요 주가지수는 3%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분석가들은 연준이 향후 50bp 내외의 추가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앞으로 100bp를 내려 다시 제로금리 시대가 열릴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마저 등장했다.
긴급한 인하가 한 번으로 끝나기 어렵다는 점은 다들 감안하고 있는 모양새다.
연준은 2008년에도 10월 8일에 긴급히 50bp를 내린 뒤 10월 28일 정기 FOMC에서 50bp 추가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해 중국보다 중국 밖의 사망자가 더 많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남극 대륙을 제외하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지역은 없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 연준의 금리인하, 한국 금융당국자들 회의 테이블로 끌어내
연준의 긴급한 금리 50bp 인하는 국내 금융 당국자들을 회의 테이블로 불러모았다.
특히 국내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을 바쁘게 했다.
한은에선 아침 8시 20분 유상대 부총재보가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해 미국의 금리 50bp 인하의 영향을 논의했다.
이후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총재가 긴급 간부회의를 여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또 이날 오전엔 한은 총재의 BIS 회의 참석 여부도 오후에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총재업무 일상 중 하나인 BIS 출장마저 고민해야 하는 정도로 이 상황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선 김용범닫기김용범기사 모아보기 차관이 사람들을 소집했다.
김 차관은 11시 서울 은행회관에서 금융위, 한은, 금감원, 국제금융센터 사람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주재했다.
금융당국자들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일일동향 점검반을 운영하는 한편 필요할 때마다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수시로 개최해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당국자들은 미국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펀더멘탈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에 따른 리스크 확대를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의 일환으로 금리를 50bp나 내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들은 관계기관간 긴밀한 공조체제 하에 시장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비정상적으로 시장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또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을 지속적으로 점검ㆍ보완하고 필요시 한국도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 한은도 정규회의 전에 금리를 내릴 수 있을까
연준의 과감한 조치와 관련해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곳은 한국은행이다.
한은이 과연 4월 금통위 이전에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갖는 모습도 보였다. 최소 4월, 아니면 그 이전이라도 금리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진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한국은행 역시 빠르면 3월 긴급 회의를 통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3월 FOMC에서도 추가 금리인하를 전망하며 4월에도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본다. 상반기 중 연준이 0.75%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한은도 최소한 4월 회의에선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차단한 점을 거론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비판들도 보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이 만약 긴급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인하해 버리면 어떻게 되느냐"면서 "이러면 2월에 보여준 그런 태도는 뭐가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규칙대로 한다면 한은이 실기해서 4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면서 "지난 금통위 직후부터 한은의 근시안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팬데믹(대유행)으로 진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각국 통화당국이 금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한은이 혼자서 고고한 척하다가 자충수에 빠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응이 지나쳤을 수 있으며, 한국이 여기서 금리를 내리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는 평가도 보인다.
다른 채권딜러는 "한은 금리결정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이익에 따라 제각각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제로금리로 갔을 때도 한국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10월부터 12월까지 모두 275bp를 인하해 기준금리를 0.25%까지 낮춘 바 있다.
미국이 사실상 제로금리 체제로 들어갔을 때 한국은행도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췄으나, 당시 내렸던 기준금리 하단은 2.00%(2009년 2월)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지난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25%로 내린 바 있다. 이후 2019년 10월부터 다시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 딜러는 "미국이 급하게 내렸고, 다른 나라가 내린다고 한은이 놀라서 금리를 더 내리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가보지 않은 길을 실험하기 보다는 될 수 있으면 그런 길을 피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후 3시 정도에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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