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의 자격을 묻자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핀테크산업협회장이라는 자리가 개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적인 자리'가 되서는 안된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핀테크산업협회장 자리가 선망의 대상이 된 건 금융당국 '혁신 금융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이승건 초대 회장 뒤를 이을 2대 핀테크산업협회장 선발 당시만 해도 핀테크 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핀테크 회사들은 여느 누구 할 것 없이 규제로 성장이 막혀 있었다. 이승건 초대 회장 당시에는 협회 출범 초반에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여서 어수선했고 2대 회장 초반까지 어수선함은 이어졌다. 당시 협회 출범을 초기부터 본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일반 회원사 회비도 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핀테크 기업들이 굉장히 많았다"라며 "우선 협회를 갖추기 위한 회원 확보가 중요해 회비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라고 밝혔다.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건 불과 1년 전이다. 최종구닫기최종구기사 모아보기 전 금융위원장이 '혁신 금융'을 내세우며 규제를 풀어줬다. '규제 샌드박스' 시행으로 그동안 규제에 가려 서비스를 내지 못했던 핀테크 기업들이 색다른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은행 펌뱅킹 연결에 어려움을 겪었던 핀테크 업체들이 오픈뱅킹으로 다시 한 번 날개를 피게 됐다. 은성수닫기은성수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도 '혁신 금융'을 적극 내세우며 핀테크 업계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제도 개선을 건의할 때 금융위원회에 가면 사무관도 겨우 만난다"라며 "핀테크산업협회장은 반면 금융위원장을 바로 만날 수 있어 의견을 피력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종 행사에도 초대되고 언론 노출도 많아져 기업 홍보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커지는 위상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한다. 회장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채우는 '정치적인 자리'가 된다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협회 회장이라는 명분 하에 자신이 이끄는 기업 목소리를 내는 창구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핀테크산업협회는 보험협회, 은행연합회 등과는 달리 다양한 산업군이 회원사로 존재한다. 해외송금, 블록체인, P2P, 전자금융, 간편결제, 로보어드바이저, 크라우드펀딩 등 구분을 짓기가 어려운 정도다. 게다가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 구분도 쉽지 않다. 규제 샌드박스, 오픈뱅킹, 데이터3법 통과로 업계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무기한으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업계에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핀테크 취지는 금융권의 메기다. 기존 기득권인 금융권이 수용하지 않은 또는 외면한 부분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일으켜 변화시키는 역할,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여 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혁신성을 가진 핀테크업체가 모인 핀테크산업협회는 혁신 기조가 이어질 수 있는 교두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중재하는 회장의 자리는 그만큼 막중하다. 다양한 회원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지, 개인의 이익이 아닌 모두를 위한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지가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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