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에 은행업계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주로 들었던 얘기다.
또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여파로 올해 은행업계 전체적으로 비이자이익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핀테크 기업까지 가세한 오픈뱅킹이 본격 출범하면서 정보 개방과 공유가 첫 발을 뗐고, 그야말로 ‘원픽(one pick)앱’으로 선택받기 위해 그동안 인센티브가 적었던 경쟁 압력도 커졌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은행업계 출입을 하면서 매년 관성처럼 들었던 얘기 또한 “내년에는 위기”였던 것 같다. 지난해의 내년, 올해의 내년, 대부분 ‘희망찬 미래’를 말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은행업계 자체가 지닌 보수적 성향이 ‘겸손한’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쳐도 그렇다. 국내 1등인 시중은행 연간 순이익 규모가 2조원을 넘어 웬만한 제조업을 압도하는데도 은행들은 항상 힘들고, 막막하고,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실제 은행에서 적금을 들고 대출을 받는 많은 고객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정말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그래서 올 한해에는 은행들이 어떻게 먹고 살지를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새롭게 고민해 보면 좋겠다고 기대해 본다. 먼저 글로벌을 키워드로 꼽을 수 있다.
실제 최근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이른바 신(新)남방 국가 중심으로 국내 주요 은행들이 1조원 규모 지분투자를 베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아무래도 포화된 국내 시장보다 경쟁력 있는 ROE(자기자본이익률)와 NIM(순이자마진) 등의 수익성 지표가 아세안(ASEAN)+인도 국가군의 매력 요소로 꼽히는 듯하다.
물론 “성장성이 높다”는 국가에 국내 은행들이 몰려가 과열 경쟁을 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와 철저한 준비로 새 먹거리에 도전한다면 응원을 보내고 싶다. 국내를 넘어 제2 마더마켓 영업 영토를 개척하고 대출 자산을 다각화하면 위기에 강하고 변동성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시야를 글로벌로 넓히면 경쟁자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IB(투자금융) 부문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직접 겨루면서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차곡차곡 쌓아야 실력을 기를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그야말로 여러모로 공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새해 또 다른 키워드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꼽고 싶다.
소비자 주권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그동안 공회전을 거듭했던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지난해 DLF 사태가 대형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단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은행=신뢰’를 믿는 다수 고객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절실히 새겼으면 한다.
은행들 입장에서도 판매중인 상품과 투자대상 자산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고객 자산관리(WM)를 잘하는 은행이 인정받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은행은 우리 금융시스템의 동맥과도 같다고들 한다. 은행업계가 단기적인 유·불리 차원을 넘어 근본적으로 업(業)에 요구되는 윤리 기준과 도덕적 잣대를 충족하며 그야말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길 기대해 본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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