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변수가 있지만 국내 금융사들에 이어 외국계들도 한국 주식투자 비중 확대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안 좋아 주식투자 성과가 제한됐지만, 내년엔 국내 주식시장이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이란 관점이 강화되고 있다.
그간 기업 실적 추정치 컨센서스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다가 최근 들어서는 주식투자 낙관론이 우위에 서 있는 상태다.
예컨대 내년 코스피지수 2300~2400 등을 낙관하는 전망들이 많아진 가운데 외국계 쪽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가세했다. 지수 상승엔 외국인 투자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A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외국계 쪽에서도 한국 주식 비중확대 의견이 나오는 등 긍정적인 의견이 점차 많아지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 MSCI 비중조정 이벤트 일단락 앞두고 외인 태도 변화 기대
최근 주식시장 낙관론이 강화됐지만, 외국인은 연일 팔고 있다. 이날(26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14거래일 연속으로 한국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연속 매도의 닻을 올린 이달 7일부터 전날(25일)까지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판 순매도 규모는 2조 4천억원 수준이다.
미중 협상 낙관론이 최근 다시 강해졌지만 MSCI 11월 반기조정 이슈와 맞물려 기계적으로 한국 비중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었다. 다만 외인 매도를 미중 협상 경계감 관련분과 지수 비중 조정 이벤트용으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튼 신흥국 지수 내 중국 A주 비중 증가로 한국 비중도 0.4%p 내외로 감소할 수밖에 없어 자금유출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외국인의 한국 대표주식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가 최근 두드러졌던 게 사실이다.
11월 중국 A주 편입비율 상향 이후 신흥국지수 전체에서 A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서 4.0%로 1.5%p 가량 증가하고 전체 중국 비중(A주/H주/B주 등)도 32.1%에서 33.7%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비중 확대에 따라 EM지수 비중 2위국인 한국은 12.3%에서 11.9% 정도로 감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지수 조정은 패시브 펀드의 자본유출을 촉발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선 2조원 내외의 자금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진단 등이 나오면서 주식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면도 있었다.
중국 A주 지수편입비율 증가를 반영한 MSCI 리밸런싱이 26일 장 마감에 예정된 가운데(26일 종가 기준으로 27일 반영) 낙관론과 맞물려 외국인 자금 물꼬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곽현수 연구원은 "2013년 이후 외국인 수급은 대규모 매도가 발생한 시점을 이은 추세선에서 지지받으며 중장기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면서 "MSCI 비중 조절 완료 이후 외국인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KOSPI는 과거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이후 순매수 전환기에 200~300pt 반등을 보인 바 있다"고 지적했다.
B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MSCI 이벤트가 끝나니 일단 수급이 개선된다"면서 "당분간 분위기는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 연말 시즌의 주식시장 낙관론
주식 낙관론은 지연됐던 경기 사이클의 회복, 기업 이익 레벨의 복원 등에 기반하고 있다.
올해 무엇보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주식시장이 맥을 못췄던 가운데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내년은 '기대해 볼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 실적 개선 여부다. 이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면 지수는 먼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예컨대 시장 일각에선 12개월 선행 EPS를 내년에 200포인트 정도로 잡고 PER 10배, PBR 1배 등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코스피 2300 정도는 가능할 것이란 인식 등이 있다.
2012년 이후 반도체 순이익이 30조원 남짓, 반도체 제외 이익 60조원 내외 등을 감안할 때 여전히 주가지수의 키는 반도체가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미중 갈등, 홍콩 사태 불확실성, 브렉시트 우려 등 각종 대외 우려 사안이 시장을 짓누를 때는 주식시장에 대한 보수적 접근 조언이 많았으나 최근엔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B 운용사 매니저는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뒤 연초에는 숨을 고를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전반적으로 볼 때 상반기가 좋고 이후 이 시기를 지나면서 미국 대선에 온통 관심이 모아질 수 있다"면서 "이 시기엔 시장 변동이 커질 수 있는데, 이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의 일"이라고 했다.
■ 외국계들도 한국 비중 확대
한국 주식시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수출 위주의 기술주 중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계 쪽에서도 테크 사이클 상승 반전 기대감 등이 대두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테크 산업이 회복될 것"면서 "반도체 실적 추가 회복과 글로벌 경기의 주기적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은 "내년 아시아 국가들 중 한국 주식시장 실적 개선이 가장 돋보일 듯하다"면서 "올해 33% 위축된 실적이 내년에는 2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성장세도 내년엔 좀 나아질 것으로 봤다. 글로벌 경기개선이 대외이슈에 민감한 산업들, 예컨대 산업과 자동차, 소재업종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내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워낙 안 좋았던 탓에 내년엔 조금만 잘해도 성과가 돋보일 수 밖에 없다.
모간스탠리도 골드만삭스와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 회사도 한국 주식시장 투자비중을 확대할 때라면서 코스피 타겟 2350선 정도는 가능하다고 봤다.
이 회사는 'MSCI 한국'의 내년 실적 성장세를 25%로 제시했다. 올해 33% 감소 이후 내년엔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모간스탠리는 "경기 순환적으로 글로벌 성장세가 확대되고 기술기업들의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2020년 코스피지수는 회복할 것"이라며 "낚싯대를 거두고 그물을 던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모간은 신흥국 가운데 한국의 매력도를 2위(1위는 브라질)로 꼽으면서 2년간 신흥국 평균 성과를 밑돈 한국 주식시장에 상황 반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 랠리가 가능한 근거와 관련, △ 외부변수가 우호적으로 변하는 점 △ 기술 관련 경기가 견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점 △ 순환적 지표가 변곡선을 지났다는 점 △ 비기술 분야의 실적 회복도 동반되는 점 △ 신흥국의 금융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점 △ 저금리와 원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이유를 댔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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