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규모가 3배 늘어나는 동안 금융산업의 총자산 규모는 5배 증가하였고 주식시장 규모도 4배 이상 증가하였다.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또한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되었다.
GDP 대비 금융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5.9%(2018년)로서 2002년(7.2%), 2010년(6.3%) 등 과거에 비해 낮다. 금융산업 취업자 비중 또한 3.7%(2018년)로서 10년 전 4.0%보다 낮아졌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금융부문 기업효율성 평가에서도 세계 33위 내지 37위(2016년~2019년)를 기록하여 과거(2012년 25위)보다 순위가 더 하락하였으며,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포용성 지표(소득 하위 40%의 금융회사 대출경험비율) 또한 2017년 기준 13.2%로서 미국(23.2%), 영국(22.3%), 싱가포르(16.6%)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서 낮다.
3년 전 방한했던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국내 한 행사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실생활에 스며들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은 도태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의 예상처럼 금융산업에도 각종 새로운 신기술들이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우선 금융시장 내에 플레이어들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모바일만을 수단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금융업의 틀을 바꾸어 놓고 있고, P2P 업자들이 대출업무를, 핀테크 기업이 송금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은행 거래도 90% 이상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거래 수단도 모바일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비대면 개설 계좌가 2000만 건을 넘어섰으며 “내 손 안의 은행”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40여 종의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출현하였고, 지문, 홍채 등의 생체인증이 일반화되고 있다.
금융플랫폼 경쟁도 본격화되어 시중은행들의 플랫폼은 대부분 회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금융업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장착한 종합 생활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산업에는 이러한 혁신적 변화들이 가져오는 장밋빛 미래보다는 당장에 닥친 위기가 더 걱정이다.
미중 간의 무역전쟁, 일본과의 정치 경제적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범죄인 인도법 반대 집회가 여전한 홍콩의 불투명한 상황과 중동 정세, 올해 10월 말로 다가온 영국의 브렉시트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세계 최고 속도의 저출산, 고령화와 저성장이 뉴노멀로 고착화되면서 금융자산 구조의 변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 및 각종 소비 패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을 비롯하여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은 그 자체로 금융산업에 위협적이다.
우리나라도 대형 IT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확대되고 있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감독적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불공정 거래 방지 및 개인정보보호를 내세워 빅테크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Digital Service Tax)를 신설하고 있으며 G7 국가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더구나 페이스북은 지난 6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인 리브라 발행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전 세계 통화당국을 흔들고 있다.
한쪽에서는 미국 달러화 기축 통화체제에 반감을 가진 중국, 러시아 등의 중앙은행들이 화폐 제조비용 절감, 지급결제시스템의 민간 독점 방지, 금융포용성 제고 등을 정책 목표로 내세우며 디지털 통화(CBDC) 발행을 추진하거나 계획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이러한 변화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코앞에 와 있고 어떤 모양으로 갈지 짐작이 되지 않는 위기이자 기회의 급격한 흐름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위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우린 소규모 개방경제구조의 태생적 한계 하에서 수차례 크고 작은 위기를 겪으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고,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기술 변화를 수용할 여건도 갖추었다.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ICT 인프라와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결제, 정보, 보안 인프라 등이 핀테크와 접목하여 금융이 비상할 수 있는 토대도 갖추었다.
그렇더라도 항상 깨어 있어야 하며, 혁명적 변화라는 달리는 말 위에 올라탈 수 있는 철저한 준비와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이제는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 실패를 용인하는 도전 문화 등을 위해 시스템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향적인 규제 완화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불신이 반복되는 금융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고, 신뢰받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로 만들어가야 한다.
아울러 금융회사는 물론 감독당국, 입법기관 등 모든 이해 관계자가 위기를 인식하고 각자 해야 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만 4차 산업혁명 주도국 경쟁에서 겨우 살아남을 수 있다.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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