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일괄 만기연장…유동성 신규 6.7조 공급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일본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 조치한 가운데 국내 피해 기업에 대해 기존 차입금 일괄 만기연장이 추진된다.

최대 6조7000억원 규모의 신규 유동성도 신속하게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가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비투자, R&D(연구개발), M&A 등도 다각도로 지원한다.

최종구닫기최종구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책금융기관장, 시중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수출규제 대응 간담회'를 주재하고 이같은 세부 금융지원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인해 관련되는 전략물자의 수는 1194개라고 추산했다. 이중 이미 민감품목에 해당돼 건별 허가가 적용되고 있는 품목들, 국내 미사용되거나, 일본내 미생산 등으로 관련이 적은 품목, 그리고 소량 사용 또는 대체수입 등으로 배제 영향이 크지 않은 특정품목들을 제외하면 총 159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간담회에 따르면, 우선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무역보험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받은 대출·보증을 1년간 전액 일괄 만기연장하기로 했다.

2018년 1월 1일부터 해당품목을 수입 또는 구매실적을 보유한 기업이 지원대상이다. 향후 수입‧구매 예정기업으로 구매계약서 등 증빙이 가능한 경우도 포함된다.

다만 수출규제 이전에 부실기업으로 여신지원이 어려운 기업 등은 일괄 만기연장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시중은행 대출도 자율연장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도 피해기업의 자금을 무리하게 회수하는 것보다 만기연장 등으로 단기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게 수익성, 건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 이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둘째로, 국내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신규 유동성 자금이 최대 6조7000억원 규모로 공급된다.

산은이 2조5000억원 한도로 경제활력 제고 특별운영자금, 2000억원 규모 경영안정지원자금을 지원한다.

기은과 중진공은 중소기업대상으로 각각 1000억원 규모로 경영안정지원자금을 공급한다.

아울러 신보, 기보, 기은, 무보, 수은이 3조8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무보와 수은은 대기업까지 포함해 2조원 내에서 수입 다변화를 지원한다. 신보와 기보는 1조6000억원 규모의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기은은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부문에 2000억원을 공급한다.

또 하반기 공급 여력 29조원 규모인 소재·부품·장비 기업 전반에 대한 정책금융도 신속히 집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 품목의 수입, 구매기업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설비투자‧R&D‧M&A 등을 적극 지원한다.

이미 시설자금으로 편성돼 있는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프로그램' 16조원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R&D 기업을 지원하는 1조5000억원 규모 보증프로그램도 신설된다.

산은, 수은, 기은 중심으로 '해외 M&A 인수금융 협의체'도 설립한다. 소재‧부품‧장비 관련 핵심기술 획득, 공급라인 확보 등을 위한 인수자금 지원에 나서는데 지원여력은 2조5000억원 규모다.

또 상생협력 차원에서 국내 대기업 출자자금 등을 바탕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 M&A에도 5000억원 가량 투자한다.

특히 정부는 정책금융기관 등이 만기연장, 신규자금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담당자를 면책키로 했다.

금융위는 금융위 사무처장을 주재로 매주 '금융부문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개최해서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정책금융 지원확대 등 대응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이번 사태를 기술력 향상과 대외 경쟁력 제고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각 기관들과 금융당국이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해 금융부문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종구 위원장은 "예상치 못한 시장불안요인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며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철저히 점검하고 준비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