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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이 올리브영 운영하나"...유통혼란에 갈 곳 잃은 로드숍

기사입력 : 2019-07-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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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로드숍 '아리따움' 가맹점주 대규모 집회
"프랜차이즈 메리트 잃었다...제발로 관두게 해"
아모레 "소비자 트렌드 맞춰 유통 다변화" 해명

22일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가맹점주들이 매장 문에 붙여 놓은 안내문. /사진=독자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22일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가맹점주들이 매장 문에 붙여 놓은 안내문. /사진=독자 제공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우리(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올리브영이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가맹점 같다는 얘기도 나와요"

22일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로드숍 '아리따움' 가맹점주 중 한 명이 자조 섞인 목소리로 내뱉은 말이다. 이날 아리따움 가맹점주 약 150명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앞에서 '본사의 올리브영 제품 공급 중단'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지난해 말부터 더페이스샵 등 화장품 로드숍 가맹점주들이 잇따라 집회를 가졌지만 1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모이기는 처음이다.

전국 아리따움 가맹사업자는 750여명에 이른다. 이날 참석 못 한 가맹점주들은 하루 영업 중단을 실행했다고 했다. 경남, 부산, 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까지 올라온 이들은 햇빛 가리게와 선글라스, 마스크로 온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일부 점주들은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매장을 맡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22일 아리따움 가맹점주 약 150명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앞에서 '본사의 올리브영 제품 공급 중단'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구혜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2일 아리따움 가맹점주 약 150명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앞에서 '본사의 올리브영 제품 공급 중단'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구혜린 기자

■"호구가 아니고서야 누가 오프라인몰에 와"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이 편집숍 올리브영을 저격하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점주들이 보기에 화장품 로드숍의 최대 경쟁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집숍이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이 편집숍을 대표하는 것일 뿐, 랄라블라와 롭스도 이들에겐 똑같이 경쟁자다.

문제는 본사인 아모레퍼시픽이 이런 경쟁사들에 아리따움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똑같은 제품을 공급하는 데서 시작된다. 아리따움의 문제가 특이한 이유는 아리따움 자체가 편집숍이라는 점이다. 단일 브랜드 로드숍과 편집숍의 경쟁이 아닌, 편집숍과 편집숍의 경쟁이다. 다만, 아리따움 편집숍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생산한 제품들이 주로 비치된 편집숍이다.

현재 올리브영 등 대기업 편집숍에는 한율, 마몽드 등 브랜드의 일부 잘 나가는 제품들이 공급되고 있다. 아리따움이 할인 행사를 하지 않더라도, 올리브영 할인 행사 때는 이 제품들도 할인 판매된다. 한 아리따움 가맹점주는 "이럴 거면 왜 본사에 비싼 가맹비와 인테리어비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답답해했다.

토니모리와 더페이스샵,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 단일 브랜드 로드숍들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했던 '온라인몰 덤핑판매'도 문제로 제기됐다. 현재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은 자사 제품의 온라인 행사가가 뜨면 이를 SNS(사회연결망서비스) 내에서 공유하고 있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옥션·쿠팡·카카오 등에서 한율·라네즈·마몽드 제품을 30~50% 할인 판매하는 것으로 종류도 다양했다.

아리따움 가맹점주는 "호구가 아니고서야 누가 오프라인몰에서 제품을 사겠느냐"면서 "온라인에서 싸게 파는 일이 하도 많아서 (아리따움 본사)담당자도 온라인몰에 어떤 행사가 있는지 모른다. 본사가 영업이익은 줄어드는데 매출이 흑자인 것은 온갖 군데 제품을 안긴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를 두고 '유연한 전략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고객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데 맞춰 제품 유통 경로를 다변화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다는 의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리따움에도 프리메라, 에스쁘아 등 여러 제품의 입점을 확산 중이고, 아리따움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 등 온라인몰에 유통되는 제품 관리와 관련해 회사 측은 "온라인 몰은 가격 및 할인 정책을 동일하게 운영하기 위해 관리하고 있다"면서 "뷰티포인트, 쿠폰 등 일부 상이한 정책의 발생 시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하는 등 신속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니스프리·토니모리·더페이스샵·아리따움·네이처리퍼블릭 등 5개 화장품 브랜드 가맹사업자협의회는 지난 3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를 발족했다. /사진=구혜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이니스프리·토니모리·더페이스샵·아리따움·네이처리퍼블릭 등 5개 화장품 브랜드 가맹사업자협의회는 지난 3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를 발족했다. /사진=구혜린 기자

■매출 1/3 줄었는데..."알아서 폐점하게 만드는 상황"
​가맹점주들은 이 두 가지 이유로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분노했다. 실제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이익(4820억원)이 19% 줄어들었다. 아리따움이 직영점 100여개, 가맹점 1100여개로 이뤄진 가운데, 가맹점의 실적 하락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가맹점주들은 할인 행사 정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항의했다. 세일이 많은 화장품 로드숍은 정기 세일 진행시 고객에게 할인해준 금액만큼의 금액을 일정 기간이 지나서 정산받는다. 본사가 이 기간을 지연하고 있다는 것을 몇몇 가맹점주들로부터 확인했다.

한 아리따움 가맹점주는 "제품 세일 등 대금에 대한 정산일이 15일인데, '회사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몇 달째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리따움 지점을 관리하는 본사 영업직원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대금 정산이 미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불량품 등 제품 환입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해당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맞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정산은 1주일 간격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간혹 월말에 과부하가 걸려 집계 및 전산 처리 때문에 일부 정산이 지연될 수 있지만, 아모레퍼시픽 같은 큰 회사가 아무리 실적이 떨어졌어도 자금 융통성 문제로 몇 달째 정산을 미루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 로드숍인 '에뛰드하우스'를 운영하는 가맹점주 또한 "늦은 정산으로 현금 확보가 안 돼 매장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물품 대금을 나중에 입금하는 것과는 달리, 화장품은 본사에 선입급을 해야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하면 현금이 없으므로 물건 확보를 못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가맹점주는 "현금이 없으면 일종의 영업이 정지되는 상태까지 놓일 수밖에 없다"면서 "본사가 마치 알아서 폐점하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뛰드하우스는 자체 협의회가 없어 전국화장품가맹점주연합회에도 가입할 수 없는 상태다.

'가맹본부가 로드숍이 고사되도록 만든다'는 지적은 아리따움이나 에뛰드하우스 가맹점주 사이에서 나온 지적만은 아니다. 토니모리·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원브랜드 로드숍 사업을 접겠다면 정당한 보상 해줘야 하는데, 보상을 해주기 싫어서 가맹점주가 자발적으로 그만두길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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