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본지는 지난해 성적표를 분석하고, 올해 경영 방향을 톺아본다. 〈편집자주 〉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SK건설 수장으로 공식 선임된 그는 올해 해외사업 영토를 확장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리딩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해외사업 뿐만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5000여가구의 주택도 공급할 방침이다.
SK건설은 지난 2017년부터 해외사업의 초점을 ‘개발형 사업’에 맞췄다. 단순 시공이 아닌 일정기간 운영권까지 확보해 미래 수익까지 얻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SK건설은 다양한 지역에서 개발형 사업 수주에 공을 들였다.
SK건설은 이날 런던교통공사(TfL)에서 발주한 ‘실버타운 터널(Silvertown Tunnel)’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참여 방법은 맥쿼리(Macquarie Capital), 신트라(Cintra), 애버딘(Aberdeen Standard Investments), 밤(BAM PPP PGGM) 등 4개 회사와 투자 컨소시엄 리버링스다. SK건설의 리버링스 투자지분은 10%다.
이번 프로젝트는 영국 런던의 실버타운(Silvertown) 지역과 그리니치(Greenwich) 지역을 연결하기 위해 템스강 하부를 통과하는 총 연장 1.4km, 직경 12.4m의 편도 2차선 도로터널 2개소를 신설한다.
공사비는 약 1조5000억원(10억파운드)다.
SK건설은 페로비알 아그로망(Ferrovial Agroman, 스페인), 밤 누탈(BAM Nuttall, 영국)과 함께 시공 컨소시엄을 구성해 EPC(설계·조달·시공)를 담당한다. SK건설은 20% 지분으로 시공에 참여한다.
실시협약 및 금융약정 체결은 올해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준공 예정인 오는 2025년부터 SK건설이 포함된 리버링스가 25년간 운영권을 가진다.
이번 사업은 운영기간 중 런던교통공사가 매월 확정수입을 지급하는 AP(Availability Payment) 방식을 채택했다.
SK건설 측은 이번 프로젝트가 국내 건설사 최초로 영국에서 수주한 ‘민관협력사업(PPP)’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영국은 PPP 종주국으로 선진 유럽시장에서도 민관협력사업을 세계 최초로 정립하고 발전시킨 국가다. 해당 국가 PPP사업을 수주한 것은 SK건설 ‘개발형 사업’ 경쟁력을 입증하게 됐다는 의미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진입장벽이 높았던 선진 유럽시장에 첫 진출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SK건설의 강점인 도로, 터널 및 지하공간 등 건설 기술력과 개발형사업 역량을 살려 세계적인 건설사 및 금융투자사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다양한 추가 사업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SK건설은 이번 수주가 영국까지 개발형 사업 영토를 넓혔다는 평가를 내린다. 터키-카자흐스탄 등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이어 서유럽까지 확장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SK건설은 지난 2017년 3월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 지난해 2월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 시공권을 확보했다.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는 SK건설이 16년 2개월간 해당 교량을 운영한 후 터키정부에 운영권을 이관하는 BOT(건설·운영·양도) 방식으로 짓는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 두 공사와 유사한 PPP(민관협력운영)방식으로 건설하는 영국 실버타운 터널 프로젝트까지 착공된다면 SK건설 개발형 사업 위상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건설 관계자는 “경쟁이 심화하는 사업 환경에서 전통적인 EPC 경쟁 입찰보다 수익성이 좋은 개발형 사업 위주로 해외사업 초점을 지속해서 전환해 갈 예정”이라며 “개발형 사업의 성과를 빠르게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 벨기에 PDH 플랜트 수주
개발형 사업 외에도 서유럽 ‘PDH 플랜트’ 시장에도 진출했다.
SK건설은 지난달 18일 ‘벨기에 PDH 플랜트 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 수주에 성공하며 국내 건설사 최초로 서유럽 PDH 플랜트 시장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PDH는 프로판가스에서 수소를 제거해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생산된 프로필렌은 주로 폴리프로필렌으로 중합돼 포장용 필름, 접착 테이프, 섬유 및 카펫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프로필렌은 에틸렌과 함께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서 석유화학산업의 근간이 된다.
최근 관련 산업의 성장과 글로벌 수요 증가로 인해 세계 굴지의 화학 기업들은 PDH 플랜트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번 프로젝트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북쪽으로 50km 떨어진 앤트워프 석유화학단지에 연산 75만톤 PDH 플랜트의 FEED를 수행한다. 암스테르담, 로테르담과 함께 유럽 3대 석유화학산업 중심지 중 하나인 앤트워프는 벨기에 제2의 대도시로 1980년대 국내에 방영된 만화영화 ‘플랜더스의 개’의 배경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SK건설은 약 12개월 동안 FEED를 수행한다. FEED 이후 추가 발주되는 본공사(EPC)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초대형 프로젝트의 수주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SK가스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 역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FEED 단계부터 상업 가동 기간까지 사업 전 단계에 있어 축적된 PDH 플랜트 운영 노하우를 별도의 계약을 통해 이네오스에 전수할 계획이다.
SK건설과 SK어드밴스드는 향후에도 양사가 가진 우수한 역량을 결합해 발주처에 프로젝트 개발부터 투자, 설계, 운영·관리까지 최적화된 통합서비스를 제안하는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SK건설·SK어드밴스드·이네오스 3사는 PDH 사업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긴밀히 협의해 왔다.
이네오스는 이미 올해 1월 서유럽 지역에 PDH 공장을 포함해 총 30억유로(약 4조원) 규모의 초대형 신규 설비 투자를 공식 발표했고, 벨기에 앤트워프 석유화학단지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SK건설과 SK어드밴스드는 각각 뛰어난 FEED 및 EPC 수행능력과 축적된 PDH 운영 경험을 통해 이번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이번 PDH 플랜트 FEED 계약을 통해 SK가 서유럽 플랜트 시장에 진출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PDH FEED 계약을 시작으로 글로벌 탑티어(Top-Tier) 화학 기업인 이네오스와 향후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라오스 리스크 상쇄 행보
이처럼 SK건설이 최근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지난해 7월 발생한 라오스댐 사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호재로 풀이된다.
라오스정부가 해당 사고를 인재라고 시사한 가운데 중장기적 해외 수주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단 해소시킨 행보다.
라오스 국가 조사위원회는 지난 5월 말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사고에 대한 독립 전문가 위원회(IEP) 조사결과,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IEP는 지난해 7월 발생한 사고 전 며칠간 집중 호우가 쏟아졌지만, 붕괴가 시작됐을 때 댐 수위가 최고 가동 수위에도 도달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즉, 적절한 조처로 막을 수 있었던 붕괴라고 설명, 라오스댐 사고가 인재라는 뜻을 내비쳤다.
SK건설은 이에 대해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가 결여된 경험적 추론에 불과하다”며 조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SK건설 반박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라오스 정부의 발표가 향후 해외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 최종적으로 사고 원인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해외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뒤로 하고 최근 서유럽 시장에 연이은 진출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킨 행보로 풀이된다.
이런 SK건설의 해외 사업은 플랜트가 실적 호조를 이끌고 있다. 플랜트의 경우 지난 3년간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
2017년 SK건설의 플랜트 매출은 3조6880억원으로 전체 매출(6조4398억원)의 57.27%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3조6038억원으로 56.00%로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비중을 보였다.
올해 1분기에는 1조459억원으로 전체 매출 1조7132억원의 61.05%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플랜트 매출을 추산한다면 4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 라오스댐 사고 등 악재를 극복하는 모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SK건설은 전통적으로 해외 플랜트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펼치는 곳”이라며 “올해는 영국·벨기에 등 서유럽 시장까지 진출하며, 해외 사업에서 나쁘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건설은 올해 5개 단지, 5299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이는 지난해 대비 800가구 늘어난 규모다. 단지 모두 재건축·재개발 단지다.
플랜트만큼은 아니지만 SK건설의 주택사업은 최근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3년간 플랜트 등 해외 사업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건축·주택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6년 9679억원이었던 건축·주택 매출은 2017년 1조5793억원으로 전년 대비 63.17%(6114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또한 약 2500억원 이상 늘어난 1조832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4310억원의 매출을 보였다.
주택 공급은 하반기부터 시작한다. 마수걸이 단지는 ‘광명 철산 주공 7단지’가 유력하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36층, 13개동, 1313가구 규모로 짓는다. 일반 분양 물량은 697가구다.
단지는 평당 2300만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인근 단지인 ‘철산 센트럴 푸르지오’ 평당 분양가가 2200만~23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그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8월은 ‘부평 부개서초교 재개발’이 분양을 앞뒀다.
SK건설과 한진이 컨소시엄으로 건설하는 이 단지는 1559가구 규모로 건설한다. 오는 9월은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1716가구 규모의 ‘광주 계림2구역 재개발’이 분양 일정을 잡고 있다.
10~11월은 ‘대전 신흥 3구역 재개발’, ‘수원 팔달 8구역 재개발’이 분양 예정이다. 올해 유일한 자체 사업 단지인 대전 신흥3구역 재개발은 1588가구 규모로 짓는다. 유일한 자체 사업 단지로서 일반 분양 물량이 1093가구로 가장 많다.
주변에 대전지하철 1호선 대동역과 신흥역이 있으며, KTX 대전역과 대전복합터미널, 대전ㆍ판암 나들목을 이용한 광역 교통여건도 갖췄다. 분양 시기는 오는 10월로 예정됐다.
11월엔 SK가 올해 시공에 참여하는 사업 중 최대 규모인 수원 팔달8구역 재개발 아파트를 공급한다.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으로 공급하는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0층, 52개동, 총 3603가구로 짓는다. 이중 SK건설의 일반분양 물량은 713가구다.
SK건설 관계자는 “올해 국내 주택 공급 규모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SK건설은 최근 몇 년간 5000~6000가구 수준의 주택을 공급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재건축·재개발과 컨소시엄 단지가 주로 공급될 예정”이라며 “국내 주택 사업과 함께 해외 사업 확대를 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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