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토니모리 절반 7일 문 닫는다…뿔난 가맹점주들 동맹휴업>을 출고하고 난 뒤 취재원으로부터 이런 지적을 받았다. 토니모리 가맹점주들은 무엇 때문에 동맹휴업을 하는지 자세한 원인이 알려지면 오히려 고객들의 외면을 받게 될까 염려하고 있었다. 본사의 부당한 '갑질' 때문에 집회를 한다는 내용이 두루뭉술하게 전달되길 원했다.
그러나 정확히 1년7개월 뒤, 토니모리 본사가 '억울하다'며 제기한 항고소송에서 법원은 토니모리 본사의 손을 들어준다. 10억원대 과징금의 약 90%를 취소하고, 1억3900만원 상당의 과징금만을 재처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나마 과징금 10%는 토니모리의 영업지역 축소 설정 행위의 불공정함이 인정돼 남았다. 당초 공정위가 지적한 '판촉비 전가'는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토니모리 가맹점주들은 1심 재판과 함께 끝난 줄 알았던 논란을 끌어올렸다. 판촉비용 부담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린 셈이다. 그러나 판결로 인해 단체행동의 정당성은 일부 훼손된 상태였다. 집회 목적을 뚜렷하게 드러내기 꺼린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재판 결과로 가맹점주들이 동일한 문제제기를 할 권리는 정말 훼손된 것일까?
지난해 7월 재판부는 토니모리 본사가 가맹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판촉비를 전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 근거는 본사의 총매출과 가맹점의 사업이익이 함께 증가했다는 데 있다. 여기서 재판부가 거론한 토니모리의 본사와 가맹점의 실적은 2016년 11월까지의 실적이다.
따라서 처분에서 재판이 있기까지 근 2년의 지속적인 매출 하락을 주장하는 가맹점의 단체행동은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 사실 판결 논리대로라면 본사와 가맹점의 실적이 반대방향으로 치우쳤다면 판촉비 전가의 고의성이 인정됐을 것이다. 다만, 토니모리의 최근 실적은 본사와 가맹점의 동반 하락을 보여준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의 10억원대 배당금 수령을 비판하고 있다.
가맹점주는 공정위 처분의 한 쪽 당사자에 버금간다. 판촉비 전가가 2016년 행정처분으로 인해 부당함을 인정받았다면, 가맹점의 고충은 그 시점에서 줄어들었을 것이다. 행정법원은 처분과 관련된 제3자가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소송참가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참가인은 '공동소송적 참가인'의 신분을 보장받는다.
항고소송에 제 3자가 참가인 지위로 관여하지 못한 경우, 제3자의 재심 청구는 정당하게 인정된다. 승소 여부를 담보할 수 없지만, 공정위 과징금 처분 일부 취소에 대해 복수의 가맹사업자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도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토니모리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재판)당시에는 점주협의회가 없어서 소송 참가를 하지 못했다"면서 "재심 청구를 할 여력은 아직 없지만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지난해 일부 패소는 법치행정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공정위가 수십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내려도 기업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처분에 불복한 기업들이 승소한 케이스가 50%가 넘기 때문이다. 가맹사업거래법 개정안을 심사하던 정무위원들은 이를 두고 "기업들 입장에서는 '껌값'에 불과한 과징금도 지켜내지 못한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판촉비 전가 문제의 생명력은 여전하다. 이를 방증하듯 기업이 판촉행사를 펼칠 시 가맹점주의 동의를 반드시 거치게 하자는 의원입법이 심사단계에 있다. 김상조닫기김상조기사 모아보기 위원장은 지난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은 이 시대가 공정위에 부여한 책무"라며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수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자들의 현실인 판촉비 문제, 국회와 정부가 올바른 생태계를 정립해주길 기대해본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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