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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흥행카드 필요한 인터넷전문은행

기사입력 : 2019-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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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하경 기자
▲사진: 전하경 기자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죄송합니다. 어디에서 왔는지는 밝히기가 어렵습니다”

23일 금융감독원 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서 기자가 참석자에게 소속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설명회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한 키움증권, 신한금융지주, BC카드, 롯데카드 등 다양한 금융회사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여전히 인터넷전문은행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듯 했다. 소속을 밝히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행동으로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미 김 빠진 채로 출발선을 끊었다.

은산분리완화법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유력하게 참여가 예상된 공룡 ICT기업 네이버가 불참을 선언해서다.

핀테크 기업이나 일반 기업 참여가 저조한 점도 이를 보태주고 있다. 이번 설명회에는 55개 기업·단체가 신청했다. 이 중 핀테크 기업은 13개, 일반기업은 7개였다.

이중 금융회사가 21개로 가장 많았다. 이미 참여한 핀테크 기업은 주주 참여보다는 진출한 인터넷 은행에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듯 보였다.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이 많은 금융회사와 협업을 진행했다는 데일리인텔리전스 관계자는 “우리는 주주로 참여하기 보다는 SI 사업 등 전산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설명회 참석 이유를 밝혔다.

설명회를 주최한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에서는 신청자 대부분이 참석해 흥행을 했다고 말을 했지만 IT기업들의 시큰둥한 반응은 이와 상반된다.

실제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만의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이번 은산분리 완화는 ICT기업과 금융회사 간 융합이 가장 큰 취지”라며 “금융회사만으로 구성된 컨소시움은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명회에는 이미 유명한 IT기업이 참석을 신청했다가 철회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불참을 선언한 인터파크는 참석을 했지만 ‘동향 파악 차원’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나마 키움증권과 같은 계열사인 기술기업 ‘다우기술’이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예비인가 당시와 지금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건 규제와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 제재를 받은 적이 있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네이버에도 과거부터 대주주 적격성에 걸린다는 풍문이 떠돌았다.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처음인 만큼 불확실성이 높다.

이에 이미 케이뱅크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한 KT 관계자가 설명회에 참석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경미한 수준의 제재가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미한의 기준은 없고 금융위에서 심사하면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답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했다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할 경우 리스크가 커진다.

평판 리스크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인가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다.

시민단체 3곳에서도 이번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설명회에 참여했다. 시민단체를 의식해 설명회에 참석한 금융권 관계자들이 소속 밝히기를 꺼려한 측면도 있다.

사업 수익성을 가능하기 어려운 점도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로 보여진다.

이미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현황을 보면 카카오뱅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모임통장, 26주 적금 등 색다른 상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IT회사인 KT가 모회사인 케이뱅크는 반면 자본 증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문턱을 앞두고 있다.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은 규제도 더 강화됐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에는 3년 유예됐던 바젤III 시스템 도입이 이번부터는 2020년부터 바로 도입해야 한다는 점으로 바뀌었다. 사실상 출범 후에 이미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IT기업의 참여는 회의적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도 인터넷전문은행 흥행을 위한 고민거리가 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취지는 IT기업과 금융회사 간 융합”이라며 “금융회사 만의 컨소시움 구성보다 두 다른 분야 간 융합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취지를 밝혔다.

정부가 또다른 카드를 제시하지 않으면 인터넷은행은 흥행참패가 될 수 밖에 없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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