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 중국의 유명한 지리서의 하나인 《수경주(水經注)》에는 “맹진(盟津)과 하진(河津)은 (물이) 항상 흐린데, 장강(長江) 보다는 좁고 회수(淮水)와 제수(濟水)에 비하여는 넓으며, 추워지면 몇 길이나 되는 얼음이 언다. (중략) 사람들은 여우가 건너는 것을 보고서야 그제야 강을 건너가게 된다.”고 적혀있다. 여우는 의심이 많은 동물이어서 얼음 밑에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지 않아야 안전하다고 여겨 비로소 건너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청빙(聽氷)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블록체인 사업과 암호화폐 투자로 올 한해를 힘겹게 살아온 사람들 중 상당수는 여우가 강을 건너는 것을 보지 않고 건넜다가 낭패를 보지 않았나 싶다.
사실 1년 전만 해도 이더리움의 스마트 콘트렉트 기능과 토큰 이코노미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의 확산은 블록체인 외부에 있던 개발자들이나 IT 사업자, 벤처투자자, 개인투자자들을 블록체인 산업에 유입시키는 동인으로 작용하였다. 아울러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태도와 경고는 정반대로 대중들의 관심을 촉발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2018년는 그 전년도와 대조적으로 기술적 진보에 대한 복음은 없었다. 이더리움은 업그레이드를 하긴 했지만 실제 성능 개선으로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니었고 그나마도 일정이 상당히 연기되었다. 어떤 이들은 아마도 2020년경까지 이더리움 기반의 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한다. EOS처럼 메인넷을 출시한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산뜻한 출발을 하지 못하였고, 더욱 심각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결여된 가짜코인 즉 ‘스캠’이 일반화 되었다는 점이다. 우선 개발 능력이 없거나 개발 의지가 없는 스캠 프로젝트들이 순식간에 너무 많이 쏟아졌다.
또한 2017년 후반기부터 암호화폐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기관투자자들이나 전통적인 사모펀드들은 초단기 수익을 기대하고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었을 뿐이고 결국 개미 투자자들의 손실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들은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며칠 전에 모임에서 누군가가 “미래에 은행이 과연 필요할까?” 라고 말을 꺼낼 때 아무도 놀라지 않는 것도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그가 본 유투브에는 친척으로 받은 지폐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겼다고 한다. 몇 군데의 스타벅스를 전전해도 현금지급을 거절 받은 제 아내 이야기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자결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화폐이든 토큰이든 디지털화가 대세이다. 2019년 1월 3일부터 국내에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지하철이나 편의점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원화로 인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하나의 진전이라 할만하다.
한마디로 2018년도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자들에게 많은 시행착오와 아픔을 안겨준 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말한 것처럼 황금돼지의 해인 2019년 기해년에는 블록체인 기술의 향상과 비즈니스 모델이 선명한 코인의 등장 그리고 제4의 경제라고 하는 공유경제와 토큰 이코노미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의 등장으로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산업과 비즈니스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시 여우가 얼어붙은 강을 건너갈 때까지 지켜보는 심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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