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개월 전에 우리 협회에서 만난 실리콘벨리 블록체인 전문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종사자에게 필요한 세 가지 기술을 이렇게 요약했다. 첫째, 돈 모우는 기술, 둘째, 회사를 유지하는 기술, 셋째, 자신의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과 연결하는 기술로 말이다. 그런데 지난 일년을 마감하는 현 시점에서 2018년 한해의 성적표는 낙제에 가까운 초라한 성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ICO에 성공했다 손 치더라도 이더리움을 현금화 하지 않았다면 지금으로서는 투자금의 4/5 가량이 증발해 버린 꼴이 되었고, 수십 명의 개발자들의 급여를 지불하기에도 벅찬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기술 개발이 채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어서 실적을 쌓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으니 말이다.
또한 2017년 후반기부터 암호화폐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기관투자자들이나 전통적인 사모펀드들은 초단기 수익을 기대하고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었을 뿐이고 결국 개미 투자자들의 손실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들은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얼음 밑에 물이 흐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공공 블록체인 관련 공약들과 국회의원들의 법제화 노력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 그나마 올해의 성과가 아닐까 싶다. 작년 하반기에는 국회에서 여러 차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고 여러 법안도 제출되었다. 아울러 지난해 9월에 본인이 몸담고 있는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를 비롯한 두 개 협회에 사단법인 승인을 내 주었고, 블록체인 관련예산은 2018년 80억 수준에서 2019년은 340억 가량으로 4배 이상 증액되었고 블록체인 시범사업은 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블록체인 전문가들을 충원한 것도 괄목할만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과 정치권 인사들의 뇌리 속에 블록체인이 중요한 미래 인프라라는 것이 박혔다는 점이라고 본다.
며칠 전에 모임에서 누군가가 “미래에 은행이 과연 필요할까?” 라고 말을 꺼낼 때 아무도 놀라지 않는 것도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그가 본 유투브에는 친척으로 받은 지폐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겼다고 한다. 몇 군데의 스타벅스를 전전해도 현금지급을 거절 받은 제 아내 이야기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자결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화폐이든 토큰이든 디지털화가 대세이다. 2019년 1월 3일부터 국내에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지하철이나 편의점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원화로 인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하나의 진전이라 할만하다.
한마디로 2018년도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자들에게 많은 시행착오와 아픔을 안겨준 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말한 것처럼 황금돼지의 해인 2019년 기해년에는 블록체인 기술의 향상과 비즈니스 모델이 선명한 코인의 등장 그리고 제4의 경제라고 하는 공유경제와 토큰 이코노미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의 등장으로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산업과 비즈니스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시 여우가 얼어붙은 강을 건너갈 때까지 지켜보는 심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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