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급하게 이익을 내려고 하면 종지로 물을 떠 먹는 꼴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인터넷환경에서 누구나 구글이 최고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아마존에 가면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동일하다”며 “훌륭한 자본시장 플랫폼에 고객과 자본이 집중되고 이는 해당 플랫폼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부연했다.
이어 “NH투자증권은 고객을 통해 수익을 키우려 하지 말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혁신적인 해법을 제공하고 감동시켜야 한다”며 “고객의 고민이 무엇인지 경청하면서 고객 가치를 최우선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해외사업에서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글로벌 IB가 한국에 진출할 때 사무실을 차리고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데만 10년을 보냈다”며 “판을 키워야 많은 걸 가져갈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쫓아가려 하면 종지에 물을 떠 먹는 모양밖에 안 된다”며 “때문에 새로 설립한 해외 법인을 평가할 때 당장의 실적보단 얼마나 많은 딜을 검토하고 경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특정 사업부가 전체 이익의 40% 이상을 벌어서는 안 된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IB사업부를 필두로 다른 사업부도 육성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사장은 농협금융그룹 일원으로서의 이점과 타 금융지주 소속 증권사와 차별화되는 점을 소개했다. 그는 “국내 금융지주 대부분의 경우 은행이 전체 수익의 80~90%를 내고 있다”며 “그러나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그룹 내 수익 점유율이 40%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자기자본이 4조7000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보다 규모가 작지만 농협금융 장점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며 “농협금융 100조원, 농협상호금융 100조원 등 그룹에 자금여유가 있으며 계열사들을 캡티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이어 “은행 중심으로 기업투자금융(CIB) 조직을 운영하는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농협금융은 계열사들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CIB협의회를 운영한다”며 “NH투자증권이 ‘은행화’될 가능성이 차단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농협금융 일원으로서 져야할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사장은 “농협금융 태생적 뿌리가 농민인 만큼 농협금융 계열사로서 NH투자증권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때 농업인의 행복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며 “사업을 열심히 해 중앙회가 농민에게 충분히 배당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업인에 대해 사회적 기여와 경제적 기여 두 가지를 함께 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단기금융업 인가 보류와 관련, 정 사장은 위기가 아닌 기회로 풀이했다. 그는 “조달채널 하나를 덜 갖췄다는 차원의 문제일 뿐”이라며 ”단지 발행어음 투자를 원하는 고객을 수용 못하는 것, 선점효과를 빼앗겼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발행어음은 결국 수신업인데 수신업 강자는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인가가 지연되는 동안 발행어음이 회사에 큰 돈이 되는지, 소비자에게 바람직한 상품인지 더 고민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조명했다.
개인적인 자산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정 사장은 “증권사 직원으로서 제약이 많아 딱히 재테크를 하진 않고 있다”며 “굳이 말하자면 나의 재테크는 일 열심히 해서 성과급 많이 받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직접 IPO하고 마케팅한 회사 주식의 경우 투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보기 위해 매입한다”며 “그러면 시간이 흘러 해당 기업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여전히 신경 써서 장기적으로 AS받는다고 느낄 것이고 이것이 곧 고객 만족”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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