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장 분리 가시화, 계열사 수장 정리
그러나 겸직이 전문성 강화라는 금융지주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윤 회장이 은행장 분리와 관련해 “행장을 분리해 선임하는 사안은 이사회와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결론나면 밝히겠다”라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차기 은행장 자리는 내부 인사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낙하산 인사에게 행장직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 윤 회장은 임기 내내 사외 이사 관리,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임명, 상임 감사 공석 등 외풍 차단을 위한 각종 조치를 취했다. 이런 방향성을 뒤집을 외부 출신 행장 임명은 설득력이 낮다.
여기에 증권, 운용 등 비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자리 배치도 떠오르는 과제다. KB증권 수장을 맡고 있는 윤경은, 전병조 각자 대표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 만료된다. 또 KB금융은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에 올해 초 이현승닫기이현승기사 모아보기 대표를 영입했으나 최근 키스톤PE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이현승 대표의 거취도 결정해야 한다.
◇ 추가 인수합병 노려 리딩뱅크 경쟁 재점화
유력 매물은 카드사와 생명보험사다. 롯데카드는 현행 공정거래법 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사의 금융계열사 보유 금지에 따라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를 누가 가져가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바뀐다. 신한카드는 업계 절대 강자인데 KB금융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단독 1위도 가능하다.
윤 회장 역시 인수합병에 대해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물건이 좋은 가격에 나오고 우리 전략에 맞는다면 언제나 (인수합병을 추진할) 준비가 됐다” 발언에서 윤 회장의 입장을 알 수 있다.
생명보험사 인수설은 그만큼 KB생명보험이 업계에서 미약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생명보험은 지난해 기준으로 업계 전체 25곳 회사 가운데 자산순위 17위에 그쳤다. 올해 3월 윤 회장은 스튜어트 솔로몬 전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는데 생명보험 영역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솔로몬 전 회장은 16년 동안 생명보험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다만 카드사와 생명보험사 인수가 쉽지는 않다. 롯데가 카드사를 매물로 안 내놓을 가능성이 있고 생명보험사의 경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수익성이 저하될 수도 있기에 무조건 적인 인수합병 확률은 크지 않다.
다만 연임으로 내부 기반을 다져 외부로 시선을 돌릴 수 있게 된 점과 KB금융이 상반기 기준 미처분이익잉여금 1조8218억 원을 보유해 윤 회장이 시장 상황에 따라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오히려 노조와의 관계가 2기 체제 성공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윤 회장과 노조의 관계는 어느때보다 냉랭하다. KB노동조합(이하 KB노조)은 연임 과정 내내 윤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반대에 나섰다.
KB노조의 반발은 표면적으로는 노조 선거 개입 의혹에 따른 것이지만 내부에서는 그동안의 불만이 누적된 것이 이번에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남은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끊임없는 신상품 출시로 실적 압박이 지속된 점이 불만이다. 계열사의 경우 KB국민카드 신입직원 연봉 삭감 문제와 새로 인수한 회사 기존 직원들의 대우 문제 등으로 긴장 관계를 형성했었다.
KB노조는 공세를 지속 중인데 지난 21일 낙하산 인사와 대표이사의 사외이사 선정과정 참여를 금지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이사회 측에 제출했다. 이를 위한 KB금융 주식 92만2586주(0.22%)에 대한 위임장도 같이 냈다.
주주제안서에 담긴 제안은 다음 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KB노조 안건이 통과되긴 위해선 과반수 의결 정족수를 확보해야 한다. KB노조는 주주들에게 위임장 제출을 요청하는 등 11 월 임시주총까지 안건 통과를 위한 의결 정족수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윤 회장 연임 최종 확정도 같은 날 주총을 통해 결정된다. 2기 체제 시작일이 윤 회장 입장에서 마냥 기쁠 수 없는 이유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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