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규모로는 업계 선두권인 KDB대우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미래에셋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강조한 말이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합병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보고 싶다는 포부를 명확히 드러냈다. 바로 ‘금융의 삼성전자’다.
이런 규모를 가진 ‘미래에셋대우증권(가칭)’이 추구하는 바는 글로벌 IB(투자은행)로의 도약인 것은 당연한 일. 대우증권 인수로 확대된 자본은 해외진출에 유용하게 쓰일 예정이다. 박현주 회장은 “해외업체의 M&A(인수·합병)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지금도 협상 중인 곳이 있는데 미래에셋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영원한 이노베이터(혁신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증권은 이미 한국에서 코리아펀드를 최초로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해외진출을 했던 회사”라며 “이미 상당한 인프라를 갖고 있어 이 부분의 시너지가 나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가장 먼저 논란이 됐던 부분은 구조조정 문제다. 업계 수위권의 규모를 가진 대우증권과 만만찮은 덩치의 미래에셋이 만나면서 중복되는 분야는 인력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은 그런 세간의 생각을 단호히 일축했다. 그는 한국의 증권산업을 비관적으로 보면 그럴 수 있을지언정 과거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증권업을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일갈했다. 박 회장은 “(자산 200조가 넘는) 신한은행의 점포가 890여개, 국민은행이 1130여개를 갖고 있는데 미래에셋과 대우증권 통합법인의 덩치(210조원)를 보면 250개는 가져가도 된다”며 “오히려 더 늘릴 생각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증권업이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 개인연금 성장과 퇴직연금이 DB(확정급여형)에서 DC(확정기여형)로 전환되고 저출산 고령화로 연금운용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현실을 보면 성장기회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며 “합병법인의 규모(점포 117개, 인력 4700여명)는 노무라(직원수 2만6000명, 자기자본 28조), 다이와(1만3000명, 13조)와 비교하면 오히려 부족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 인수가격 2.4조? 더 쓸 의향도 있었다
박현주 회장은 대우증권에 대한 애정을 담화 중간에도 꾸준히 어필했다. 대우증권 임직원들을 ‘후배들’이라 지칭했고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런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의 결합을 환상의 핏(fit)이라고 표현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맞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자산관리에 강한 미래에셋과 IB와 트레이딩과 홀세일(도매금융)에 넘버원인 대우증권은 잘 맞는다”며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배분에 상당한 경쟁력이 있지만 IB부분에 약점이 있고 브로커리지가 전혀 없어 트레이딩 파트가 약한데 여기에 강점이 있는 대우증권과는 환상의 핏”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우증권은 리서치가 막강하고 해외를 커버할 수 있는 엘리트 집단”이라며 “이들에게 한국 주식 외에 일본, 중국 주식도 살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주고 확대한다면 지금의 브로커리지 숫자는 오히려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런 시각은 대우증권 가치를 높게 평가한 부분에서도 나타났다. 시장에 알려진 인수가격(산은자산운용 포함)은 2조4000억원. 하지만 그는 더 쓸 의향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에 금융당국에서 대우증권을 팔 것이란 얘기가 있었고 그전에 (매물로 나온) 우리투자증권도 봤다”며 “저희에게는 대우증권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현주 회장은 또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이야기했던 ‘미래에셋그룹을 자기자본 10조로 만들겠다’는 것은 대우증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한 얘기”라며 “대우증권의 가치는 상당히 지불해도 되는 회사라 더 써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장 난관으로 떠오르는 대우증권 노조와의 합의도 적극 손을 내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하지 않을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 박현주 회장은 “후배들(대우증권 임직원)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으며 단지 같은 곳을 보고 나아갔으면 한다”며 “기존 한국 증권업계의 합병 후 구조조정 선례를 따라갈 생각은 없고 새로운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합병 지체이유 없다 “최대한 신속하게”
대우증권 인수의 변수로 떠오르는 지배구조 문제와 산은자산운용의 활용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캐피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해당되면서 법 통과시 지배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계류된 여전법 개정안은 카드, 캐피탈사의 계열사 출자총액을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9월말 기준 미래에셋증권 지분 38%(6724억원)와 미래에셋생명 지분 19%(169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자기자본(5903억원) 대비 150% 수준이다. 박현주 회장은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저희가 충분히 검토를 할 것이고 미래에셋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가져가려고 한다”며 “중요한 것은 어떻게 야성을 지켜 가느냐가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증권계열사의 자기자본이 커지기는 하나 자산운용도 상당한 독립성을 유지한 채 가고 싶다”며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모두 성격이 많이 다른 만큼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느슨히 연결된 구도로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과 패키지로 오는 KDB자산운용에 대해서도 청사진을 제시했다. 채권분야가 강한 이 회사를 헤지펀드, 대체투자에 강한 회사로 키워 헤지펀드 전문운용사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박현주 회장은 “산은자산운용은 주식보다는 중위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시키려 한다”며 “현재 정부가 이와 관련된 라이선스를 잘 주지 않는 상황이라 대우증권 인수를 검토할 때 산은자산운용 인수도 매력적인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양사의 합병을 최대한 신속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밀실사, 주식매매 계약체결, 합병인가 등 남아 있는 과정을 고려시 빠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내년 하반기 초에 통합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합병은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으며 이른 시간 내에 하는 것이 미래에셋의 DNA”라며 “강한 미래에셋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 프로필 〉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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