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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의 베트남 인사이트(7) 승천을 기다리는 이무기! 베트남 증권시장

기사입력 : 2019-12-02 15:35

시스템이 시장을 바꾸고, 시장이 삶을 바꾼다
불붙은 베트남 금융시장 진출 러시, 기회를 놓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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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증권거래소의 딱딱이와 증권사의 딸딸이 전화기

최근 한국 금융기관들의 베트남 진출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한국 금융업의 모습들이 겹쳐져 필자의 신입사원 시절이 떠올랐다.

범위와 내용에 있어 상대가 되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증권사 경제연구소 또는 리서치 센터에서 하는 일들을 1980년대에는 대부분 조사부에서 그 역할을 수행했다. 필자는 1987년 1월 2일부터 증권사의 조사업무를 수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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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하노이 증권거래소 앞 로터리, 오페라하우스 광장 (출처=BNT컨설팅)
그 무렵 증권시장은 활황세를 구가하며, 단자사 및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증시 상장 붐을 타고 우리사주가 대박을 터트리는 시기여서, 결혼 중매시장에서 금융사 직원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었다. 증권시장에서 요즘도 가끔 거론되는 증권사들의 정보 모임인 목요정보팀도 그 때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 무렵 증권사 직원들은 매우 열악한 근무 환경을 이겨내야만 했다. 증권거래소와 증권사들이 여의도로 완전히 이전하고 90년대 후반 매매의 전산거래가 안정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는, 주로 수작업 매매와 전산 매매가 혼용되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대의 증권인들은 거래소의 체결 통보를 알리는 딱딱이와 주문전화인 딸딸이를 기억할 것이다. 아마도 필자는 거래소의 호가 방송을 들으며 칠판으로 된 지점 객장의 종목 시세판에 사자 팔자 호가를 분필로 쓰던 시대를 목도한 마지막 세대일 지도 모른다. 지금과 비교하면 참으로 원시적인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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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1970년대 분필로 쓰는 종목 시세판 (출처:한국거래소)
증권사 객장은 그야말로 사람들로 북적이는 남대문 시장이었다. 주문을 입력하여 거래소에 전달하는 담당 여직원 창구 앞에는 영업직원들과 투자자들로 아수라장이었고, 거래가 종료된 뒤에도 거래소에서 알려오는 체결 보고를 정리하고 마감을 하기 위하여 밤 12가 넘는 퇴근은 일상사였고 새벽 두세 시 퇴근도 다반사였다.

증권거래소 현장 역시 수작업으로 체결을 하였기 때문에 거래소에 근무하는 증권사 시장대리인들 중에는 주문 상황을 파악하여 지점에 알려주기 위해서 거래소의 높은 포스트 뒤 체결장을 넘볼 수 있는 장신들이 많았다. 고려증권 배구단 출신의 직원들이 대표적이다.

거래소 체결 직원은 체결장을 포스트 밑 증권사 직원들에게 내려주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각 지점에 체결주식을 배분 통보하느라 늦은 밤까지의 근무가 많았다. 오늘날의 발전된 거래 시스템과 근무환경을 생각하면 참으로 옛날 이야기이다. 여직원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하여 남자 직원들이 집까지 데려다 주고 퇴근하는 일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공식적인 사내 커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그 시대 금융기관에서 직장 초년병 시절들을 보냈거나 사내결혼을 한 50대 중반의 중장년들은 그 때를 추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80년대를 거치며 한국의 증권시장은 IT산업의 발전에 따른 거래시스템의 전산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및 외국인 투자의 허용과 파생상품 거래 등으로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져 오늘날 세계 주요 금융시장이 되기에 이르렀다.

지금의 베트남 증권시장은 우리와 조금 상황이 다르기는 하나 외국인 투자는 이미 허용이 되어 있고, 거래소 시스템 및 제도의 선진화가 진행되며 급속히 발전 중에 있어 우리의 1980년대를 보는 느낌이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에 대한 외국인 소유 지분 상한선 49%를 올해 말까지 폐지할 계획이어서 대규모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용이 되어 승천하기를 기다리는 이무기, 베트남 증권시장

한 베트남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베트남 주식시장의 상장기업 수는 1,562개이며, 시가총액은 215조원이고, 일 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3,000억원 수준이다. 반면, 한국 주식시장의 상장기업 수는 2,111개이며, 시가총액은 1,572조원이고, 일 평균 거래대금 11조원 규모이다. 일 평균 거래대금 규모로만 보면 우리의 시장 규모가 베트남에 비해 약 37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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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하노이 증권거래소 정문 (출처:BNT컨설팅)

베트남 증권거래소는 크게 3곳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우리의 KOSPI와 유사한 대형주 중심의 호치민 거래소(HSX)와 KOSDAQ과 유사하게 운영되는 중소형주 중심의 하노이 거래소(HNX), 그리고 코넥스와 유사한 소형주 및 국영기업 중심의 업컴 거래소(UPCOM)가 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총 상장 기업 수는 1,562개 이며, 이 중 호치민의 상장기업 수(375개)와 하노이의 상장기업 수(374개)가 비슷하지만, 시가총액은 호치민(180조원)과 하노이(10조원)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업컴거래소는 상장종목 813개이며 시가총액은 45조원 규모이나 예비시장의 성격이 강해서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가 80억원 정도로 HSX(2668억원)와 HNX(200억원)에 비교해 매우 적다. 결론적으로 베트남의 증권시장을 분석할 때는 호치민 거래소가 절대적이라고 보아도 무난할 것이다.

지금의 베트남 증권시장은 증권거래소의 차세대 시스템 작업의 완료를 통해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베트남 증권 거래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치민 거래소가 워낙 낡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많은 주문을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한 투자를 위한 예탁결제 및 다양한 지원서비스가 불가한 상황이라서 시스템 개선 작업이 완료되고 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2000년 호치민 거래소는 개장 전 모의시장 운영을 위해 한국 거래소의 시스템을 빌려 사용한 적이 있다. 결과에 만족하여 시스템의 무상 제공을 요구했다가 한국 측으로부터 거절 당했다. 난처한 상황의 호치민 거래소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 태국 거래소로부터 낡은 시스템을 무상으로 넘겨받아 거래에 사용했다. 상장 종목이 10개도 안 되고 거래량도 적은 개장 초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2006년 이후 급격히 늘어난 기업공개로 상장종목이 늘어나면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이미 여러 차례나 시스템이 멈춰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의 시스템 안정화와 재도약을 위하여 베트남 정부는 호치민 및 하노이 증권거래소와 예탁기관에 필요한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2016년 10월 한국 증권거래소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한국 측에서 제공하는 인프라에는 자본시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기능, 매매체결, 시장정보, 시장감시, 청산결제 및 예탁·등록 등을 포함하고 있는 차세대 시스템이다. 한국 코스콤이 수주한 베트남 증권거래소 시스템 개선작업은 2018년 말 완료를 목표로 진행됐으나 일정이 늦어져 내년 상반기 말이 되어야 완료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2019년 응웬 쑤언 푹(Nguyen Xuan Phuc) 베트남 총리는 증권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위해 구조조정을 기반으로 한 통합 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하노이에 본사를 둔 베트남 증권거래소는 하노이와 호치민 증권 거래소를 자회사로 두며 운영 감독하는 통합 거래소로 운영될 예정이다.

시스템이 바뀌면 시장이 바뀐다

베트남 진출을 고려하는 금융기관들과 관련기업들은 미리 대처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투자정보 서비스 등 부가사업을 고려하는 사업자들은 이 흐름을 잘 활용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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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 증권거래소 전경 (출처: BNT컨설팅)
베트남은 아직 주식매매가 3일 결제이고 당일 매매가 허용되지 않기에 한국에서와 같이 일반인들의 단타매매가 불가능하다. 1997년 IMF 위기 뒤 1998년 한국 증권거래소는 안정적인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한없는 반복 매수 매도를 허용하였다. 허용 후 약 2년만에 KOSPI의 거래 대금 규모는 5배로 늘었고, 5년만에 10배 규모로 성장했던 과거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본시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기능, 매매체결, 시장정보, 시장감시, 청산결제 및 예탁·등록 등이 신뢰성을 확보하고 매매의 편리성이 확보되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및 채권 거래 등의 활성화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뒤따를게 될 것이다.

베트남 거래소의 차세대 시스템에 원활한 연동이 필요한 현지 진출 외국 금융기관들의 시스템 연동 개선 작업과 증권 정보 제공 등 경쟁력 있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 또한 당연히 뒤따를 것이고, 그 수요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예에서도 그랬듯이, 증권시장의 발전은 베트남 국민들의 경제활동과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재도약을 꿈꾸는 한국의 금융기관들, 베트남 진출 가속화

베트남 정부의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한 정책 개편과 맞물려 국내 증권사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에 대한 외국인 소유 지분 상한선을 현재 49%에서 올해 말까지 폐지한다는 방침인데 현실화될 경우 베트남 현지에서의 투자 기회 확대는 물론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 베트남은 2014년 이후 매년 6%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주식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국내 금융사들과 증권사들이 베트남 시장을 주목하며 잇따라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 이유로도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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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하노이 증권거래소의 증권사들 (출처:BNT컨설팅)
KOCHAM의 보고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현재, 9개의 한국계 은행(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되며, 보험업에서는 한화생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업은 지난 2007년 미래에셋대우를 시작으로 2010년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2016년과 2017년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이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 영업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NH투자증권이 베트남 현지에 자회사를 두고 영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화투자증권이 국내 중소증권사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베트남 시장을 거점으로 삼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KB증권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6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였다. NH투자증권은 합작상태로 유지해 오던 현지법인을 완전한 자회사로 작년 2월에 편입 후 300억원을 증자하였으며. 미래에셋은 지난 9월에 현지법인의 600억 증자를 진행하여 베트남 최대 증권사 SSI를 제치고 1위 증권사의 입지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신규 진출사들의 시장 진입 전 기존 진출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도 가속화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베트남 현지 정보에 따르면, 다우키움 그룹은 현재 키움자산운용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를 시작으로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베트남 증권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ACBS 인수 작업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키움증권이 진출하게 되면 다우기술 등 계열사들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OK저축은행의 베트남 진출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전언도 있어 금융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이다.

베트남 여행을 생각하면 대부분 놀거리와 먹거리 여행을 생각한다. 그러나 베트남 국민들의 삶을 바꾸는 경제발전의 현장들은 놓치는 듯 해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안정성은 결제 동력의 원천이다. 자본은 경제 활동의 근본적인 요소이며, 자본시장을 이해해야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 하노이와 호치민의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하노이 증권 거래소는 관광객이면 한번쯤 가보는 시티투어 버스의 출발점이자 주요 관광지인 오페라 하우스 건너편에 있다. 그냥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지난 칼럼까지 유아산업과 교육산업 시리즈들을 마치고, 베트남의 금융산업에 대하여 시작합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베트남의 증권거레소 차세대 시스템 구축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베트남 증권산업의 Overview를 전달하고, 다음 칼럼부터는 현지에서 체감하는 금융산업과 그와 관련된 각종 서비스 산업에 대해서 연재하고자 합니다.

김우성 (주)비엔티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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