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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희개발서 ‘자이ʼ 리브랜딩까지…GS건설의 주거 혁신 [건설 브랜드의 역사 ③]

기사입력 : 202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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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설립…사회간접자본으로 기반
반포·경희궁자이로 정비사업 존재감

▲ 경희궁자이 2단지 입구. 사진제공 = GS건설이미지 확대보기
▲ 경희궁자이 2단지 입구. 사진제공 = GS건설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국내 아파트 브랜드 경쟁이 본격화되기 전에는 건설사의 이름이 곧 아파트의 이름이었다. 1990년대까지 '현대아파트', '삼성아파트', 'LG아파트'가 익숙했던 이유다. 외환위기를 지나 2000년대 들어 건설사들이 독자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아파트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졌다.

GS건설의 '자이(Xi)'도 이 무렵 등장했다. 2002년 LG건설이 선보인 자이는 첨단 주거기술과 커뮤니티 시설을 앞세웠다. 이후 반포자이와 경희궁자이 등 서울 주요 지역에 대규모 단지를 공급하며 GS건설을 대표하는 주택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자이의 뿌리를 따라가면 30여 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69년 락희(樂喜)개발에서 시작해 럭키개발과 LG건설을 거쳐 현재의 GS건설에 이르는 동안 회사 이름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여의도 LG트윈타워와 LG빌리지, 자이로 이어지는 흐름에는 국내 건설·주택산업이 지나온 시간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락희개발에서 LG건설로…트윈타워 세우고 LG빌리지 공급

GS건설의 전신은 1969년 12월 락희그룹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이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한 락희개발이다. 1970년대 국가 기간산업과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에 참여하며 기반을 다졌고 1975년 12월 럭키개발로 사명을 바꿨다. 1977년 10월에는 자회사 럭키해외건설을 설립했으며 1979년 1월 이를 흡수합병했다.

이후 럭키개발의 건축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물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다. 당시 '럭키금성 트윈타워'로 불린 이 건물은 1983년 착공해 1987년 준공됐다. 럭키개발이 시공을 맡았으며 이후 럭키금성그룹과 LG그룹을 상징하는 본사이자 여의도의 대표 건축물로 자리 잡았다.

1995년 LG건설로 사명을 바꾼 회사는 주택에서도 새로운 이름을 꺼내 들었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LG빌리지'다. 용인 수지를 비롯한 수도권 신흥 주거지역에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했고 수지 일대에 들어선 LG빌리지만 약 5200가구에 달했다.

LG빌리지는 건설사 이름을 아파트에 붙이던 시대에서 독자적인 주거 브랜드로 넘어가는 징검다리였다. 녹지 공간과 평면 설계 등을 차별화하면서 훗날 자이로 이어지는 브랜드 주택사업의 기반을 닦았다.

외환위기를 지나 2000년대에 접어들자 시장은 빠르게 달라졌다. 건설사마다 소비자가 기억할 수 있는 아파트 이름을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LG건설에도 LG빌리지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상징할 이름이 필요했다.

'특별한 지성' 자이의 등장…LG에서 GS로 이름은 바뀌어도 브랜드는 그대로

LG건설은 2002년 9월 '자이(Xi)'를 선보였다. 'eXtra intelligent'의 줄임말로 '특별한 지성'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초기 자이가 내세운 핵심은 기술이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집 밖에서도 난방과 가전기기 등을 제어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운동과 문화, 휴식시설을 한데 모은 '자이안센터'도 선보였다. 아파트 상품의 범위가 집 안을 넘어 단지 전체로 넓어지던 시기였다.

자이가 나온 지 3년 뒤 회사에는 더 큰 변화가 찾아왔다. 2005년 LG와 GS의 계열분리다.

두 그룹의 인연은 194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와 고(故) 허만정 GS 창업주 집안은 오랜 동업을 통해 럭키와 금성사를 함께 키웠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동행은 그룹 규모가 커지면서 계열분리로 마무리됐지만 큰 경영권 분쟁 없이 진행됐다. 오랜 동업 관계를 비교적 원만하게 마무리한 사례로 재계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LG건설은 GS건설이라는 새 간판을 달았지만 자이는 바꾸지 않았다. 그룹도 회사 이름도 달라졌지만 3년 동안 키운 아파트 이름은 남았다. 그렇게 LG건설에서 태어난 자이는 GS건설의 대표 브랜드로 두 번째 출발을 했다.

반포의 주거문화 바꾼 '반포자이'…브랜드의 상징으로

자이의 역사에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는 빼놓기 어렵다. 옛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해 2008년 준공된 341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반포자이는 2000년대 후반 노후 아파트가 대규모 브랜드 단지로 바뀌기 시작한 반포의 변화를 보여주는 초기 재건축 단지 가운데 하나다. 이후 반포가 서울을 대표하는 고가 주거지역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자이라는 이름도 함께 각인됐다.

단지 안을 들여다보면 당시 아파트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었는지가 더 잘 보인다.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뿐 아니라 아이들이 단지 안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놀이터가 미끄럼틀과 그네를 놓는 곳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체험하는 여가 공간으로 넓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신축 아파트에서 물놀이터와 테마형 어린이놀이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런 시설 자체가 차별화 요소였다. 반포자이는 평면과 마감재를 넘어 조경과 커뮤니티, 아이들의 놀이 공간까지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로 확장되던 시기를 보여준다.

반포자이는 GS건설에도 자이의 존재감을 강남권에 각인시킨 상징적인 사업장이 됐다. 이후 강북에서는 종로구 '경희궁자이'가 뒤를 이었다. 돈의문1구역을 재개발한 경희궁자이는 2533가구 규모로 2017년 입주했다. 서울 사대문 안에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라는 점에서 공급 당시부터 주목받았고 입주 이후 강북권의 가격 기준을 끌어올린 대표 단지로 거론됐다.

강남의 반포자이와 도심의 경희궁자이를 거치면서 자이는 서울 주요 정비사업에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하이엔드 따로 두지 않은 자이…22년 만에 '경험'을 입다

아파트 브랜드 경쟁은 다시 한번 변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대형 건설사들이 기존 브랜드와 별도로 고급 주택을 겨냥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잇달아 내놓기 시작했다.

GS건설의 선택은 달랐다.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만들지 않고 자이 하나를 유지했다. 새로운 이름을 하나 더 만드는 대신 20년 넘게 쌓아온 자이의 브랜드 가치를 이어가는 쪽을 택했다.

대신 자이 자체를 바꿨다. GS건설은 2024년 11월 출시 22년 만에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eXtra intelligent'였던 브랜드 의미를 'eXperience inspiration'으로 바꾸고 '특별한 지성'에서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으로 방향을 틀었다.

2002년의 자이가 기술을 이야기했다면 2024년의 자이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 사이 홈네트워크와 대규모 커뮤니티는 신축 아파트에서 더 이상 낯선 시설이 아니게 됐다. 기술과 시설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조경과 공간 구성, 주거 서비스처럼 실제 살면서 체감하는 부분이 새로운 경쟁 영역이 된 것이다.

22년 만의 리브랜딩에는 브랜드 변화뿐 아니라 시공 품질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도 담겼다. GS건설이 당시 시공 품질과 현장 관리 강화를 함께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새로운 자이에 대한 평가는 로고나 문구보다 앞으로 지어질 아파트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1969년 자본금 1억원의 락희개발에서 시작한 회사는 럭키개발 시절 여의도에 트윈타워를 세웠고 LG건설에서는 LG빌리지와 자이를 내놓았다. LG와 GS가 반세기 넘는 동행을 마친 뒤에는 GS건설이라는 새 이름으로 자이를 이어갔다.

2002년 '특별한 지성'을 앞세웠던 자이는 반포자이를 거치며 집 안의 기술에서 단지에서 누리는 생활로 영역을 넓혔다. 22년 뒤에는 다시 '경험'을 꺼내 들었다. 락희개발에서 시작된 50여 년의 역사와 자이라는 이름으로 보낸 20여 년. 그 다음 장은 이제 리브랜딩 이후 지어질 단지에서 쓰이게 된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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