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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스아이바이오, 190억 수혈…‘AI 신약 개발ʼ 배수진 [매출 제로 새내기 ①]

기사입력 : 202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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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매출 0원ʼ…적자에도 190억 투자 유치
AI 플랫폼 ‘케미버스ʼ로 발굴한 치료제 상용화 박차
“속도보다 부가가치 극대화 우선…밸류업 순항 중”

▲ 윤정혁 파로스아이바이오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 윤정혁 파로스아이바이오 대표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아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아직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이 있다. 신약 상용화 전까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당장의 실적 공백은 피할 수 없는 허들이기도 하다. 눈앞의 실적보다는 혁신 기술과 잠재력으로 승부수를 띄운 파로스아이바이오와 큐로셀 그리고 인벤테라. 이들의 현주소와 돌파구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코스닥 상장 후 3년 연속 매출 ‘0원’을 기록한 파로스아이바이오가 19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자금을 확보한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체 인공지능(AI) 신약 플랫폼 ‘케미버스’를 통해 발굴한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상용화에 속도를 내며 성과 입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00억대 R&D 적자 딛고 190억 수혈

3일 업계에 따르면 파로스아이바이오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매출 0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2023년 101억 원, 2024년 126억 원, 2025년 115억 원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가 줄곧 매출을 내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적게나마 꾸준히 매출이 발생했다. 2019년 약 4억2000만 원, 2020년 1억8000만 원, 2021년 5700만 원, 2022년 3억 원이다. 매출은 주로 외부 연구용역이었고, 2022년의 경우에는 유한양행에 ‘PHI-201’을 기술이전한 데 따른 수익이다. PHI-201은 글로벌 개발 환경과 내성 이슈 등을 고려해 유한양행과 공동개발을 종료한 상황이다.

이후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은 매출이 없다. 부수적인 용역 제공보다는 자체 대형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간의 영업손실은 연구개발(R&D) 활동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회사는 현재 별도 제품 판매나 기술이전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생겨난 영업손실 전액이 판매비와 관리비 항목으로 기재돼 있다.

판매비와 관리비 세부 내역에선 지난해 기준 전체 판매비와 관리비 약 115억 원 가운데 76억 원 가량이 경상연구개발비로 쓰였음을 볼 수 있다.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61억 원, 84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연구개발비로 투입된 것이 확인된다.

통상적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전임상 등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 개발된 신약이 최종 시판 허가에 이르기까지엔 평균 10~15년이 걸리고, 수천억 원 안팎의 많은 돈이 든다.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상업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회사가 감내해야 하는 매출 공백과 적자 행진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술력이 뛰어나도 상용화되지 않고 R&D 비용만 늘어나면 적자가 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지난해 12월 대형 벤처캐피털(VC)로부터 19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윤정혁 파로스아이바이오 대표는 “이번 VC 투자 유치는 그동안 축적해온 연구개발 성과로 파로스아이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시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핵심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기업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도록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대형 VC가 매출 0원인 파로스아이바이오의 기술력을 믿고 투자에 나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해당 자금을 신약 개발과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 이를 바탕으로 신약 상업화에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백혈병·고형암 치료제 임상 ‘속도’…성과 언제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투자 재원을 임상 단계 핵심 파이프라인에 우선 투입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라스모티닙’이 있다. 라스모티닙은 올해 글로벌 임상 1상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를 확보했으며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앞서 회사는 2023년 7월 상장 당시 라스모티닙을 2025년 상반기에 조기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상업화로 인한 매출로 2025년 흑자전환을 예상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 진행 과정에서 전공의 파업 등 외부 의료 환경 이슈로 인해 환자 등록과 임상 종료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1년 6개월 지연됐다”며 “이로 인해 후속 기술이전 논의에 필요한 임상 데이터 정리와 임상시험결과보고서 완료 시점도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라스모티닙 상업화를 위해 글로벌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병용요법 개발을 중심으로 공동 연구개발 등 전략적 사업 추진에 나선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20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진행된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라스모티닙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라스모티닙은 메닌 저해제와 병용 시 유의미한 항암 시너지를 나타냈다. 존슨앤드존슨의 ‘블렉시메닙’과 병용 시 투여 중단 2주 후에도 82~89% 수준의 종양성장억제율(TGI)을 유지해 효과를 확인했다.

또 다른 주력 파이프라인으로는 난치성 고형암 치료제 ‘PHI-501’이 있다. 회사는 상장 당시 PHI-501도 2025년 내 기술이전을 목표로 잡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전임상 단계에서 확인된 차별적 기전과 항암 효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초기 임상 데이터가 확보되면 후속 협의가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업화엔 실패했지만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지난 1월 PHI-501의 국내 임상 1상 첫 환자 등록을 완료하고 본격 투약을 시작했다.

해당 임상에서는 BRAF·KRAS·NRAS 돌연변이를 가진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PHI-501의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적 특성 및 유효성을 확인한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이들 환자군에서 PHI-501 효능을 입증함으로써 상업화 기회를 확대하고 난치성 고형암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임상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승인일로부터 약 36개월 동안 진행되며, 예상 종료 시점은 2028년 11월이다.

라스모티닙과 PHI-501 발굴은 자체 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를 통해 이뤄졌다. 케미버스는 약 69억 건의 단백질 3차원 구조와 화합물 빅데이터를 탑재했고, 트랜스포머 알고리즘 등 최신 AI 기술을 탑재한 9개의 모듈을 갖췄다. 케미버스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상장 4년 차를 맞은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기술의 잠재력을 넘어 실질적인 상업화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입에 따른 ‘3년 연속 매출 0원’과 ‘적자 누적’ 속에서도 190억 원이라는 실탄을 장전, 아직 시장의 기대가 유효함을 증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그 특성상 일정 변동성이 크고, 특히 임상 데이터의 완성도와 파트너사의 검토 과정이 사업화 시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파로스아이바이오는 단순히 속도만을 우선하기보다 파이프라인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에 기술이전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심 파이프라인의 조기 상용화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우리의 ‘밸류업’ 전략은 현재 순항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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